[기자수첩] 백원우의 '정화조 정치'

2020-04-14 10:37:14

[프라임경제] '쓰레기'라는 단어는 우리 일상에서 많이 쓰이지만, 사실 근대 이후 생겨난 단어라고 한다. 영어 단어 슬래그(slag: 광석을 용해할 때 생기는 찌꺼기)나 슬러지(slaggy : 정수 과정에서 생긴 침전물)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이전에 우리 선조들의 생활 풍속대로 살면 처리 불가능한 쓸모없는 물건이란 거의 없었다. 짚으로 만든 물건은 풀면 소를 먹일 수 있었고, 석혀 거름을 만들 수 있었다. 나무 토막이나 종이 부스러기래야 태우면 그만이었다. 집 자체가 나무와 흙으로 만들어, 일정 기간 이상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으면 썩고 무너져 전부 자연으로 돌아갈 정도였다.

쓰레기가 대량으로 생기는 상황도 아니었고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는 구조가 전혀 아니어서 단어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부득이 개항 이후 쓰레기가 늘어나는 상황에 단어 자체부터 새로 만들어 썼다는 설이 정설처럼 돼 있다. 한 마디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라는 무서운 단어다. 

백원우씨가 더불어민주당 시흥 후보 지원에 참석한 와중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을 향해 '쓰레기 정당'으로 지칭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일찍이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금도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맡은 여권 거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에게 고통으로 다가오는 정당, 쓰레기 같은 정당, 쓰레기 같은 정치인"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상대방을 폄하할 자유는 생기지 않는다. 또 "저런 쓰레기들을 국민 여러분이 4월15일에 심판하셔야 한다"고 압박할 힘도 허락되는 게 아니다. 

국정의 카운터파트를 가리켜 저렇게 막말로 공격하는 것은 반대로 보면, 스스로의 바보같은 모습과 무능을 방증하는 것이다.

하늘을 같이 이고 살기 어려운 상대로 다른 정파를 본다면 솔직히 제도권 정치를 내려놓고 화염병과 죽창을 들고 내전을 벌여라. 불구대천의 원수와 하늘은 같이 못 이고 살겠다는 마음으로 어찌 국회 지붕은 같이 이고 사는지 모를 일이다. 그것이 꼬박꼬박 입금되는 세비의 달콤함인가?

민주당(그 이전의 이름을 바꾸기 전 여러 정당들도 포함) 쪽에서 정권을 이번에 처음 잡아봤다면 모를까, 여러 번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지금의 난국을 빚고 있는 점은 바보나 무능이라는 말까지 연상시킨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살인마"라고 외치다 끌려나가던 모습은 그래도 사람이니까 행여나 그럴 수도 있다 싶었다. 하지만 재차 막말이 반복되면 그건 성격이다.

심지어 그는 지금 국정농단 의혹 중심에 서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하명 수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조직이 일명 '백원우 별동대'로 불렸다고 알려져 있다. 판결 확정 전까지 떳떳한 갑남을녀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운운하기 앞서, 정치도의상 후보 지원이고 뭐고 나타나지 않고 자숙하는 게 우선이었어야 할 일이다.

탄핵당해 주저앉은 박근혜 정부 이상으로 더럽다는 의심을 안고 다른 정당에 쓰레기 운운할 담대함은 누가 부여하는 것인가? '노무현이 아니라 노무현이 할애비가 부활해도' 그런 일은 누구도 해서는 안 될 망동이다.

공자는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는 담장 손질을 할 수가 없다"고 제자를 혹독하게 비판한 바 있다. 바꿔 말하면 저런 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선고였던 셈이다.

공자의 냉정하지만 지혜로운 처신을 민주당 지도부는 본받아, 백씨가 그야말로 쓸모가 하나도 없는 인격이라 제도적 정치에서 영구격리해야 하는 게 아닌지 고심해 볼 일이다. 

쓰레기 운운하는 X 같은 말을 남발하는 자를 왜 중용하는가? 왜 백주대낮에 정화조 뚜껑을 열어두는가?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의석을 하나도 얻지 못해 원외 친목회로 전락하지 않는 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더욱이 잠재적 우군들까지 모두 합하면 180석 장악 전망 운운하는 소리까지 나돈다. 그런 희망사항 내지 전망이 행여 현실화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정화조는 땅에 묻고 남들 안 보이게 쓰는 것이다. 


카카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Copyright 프라임경제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전 1 / 0 다음
Copyright ⓒ 프라임경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