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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 전관예우?" 엔지니어링 업계, 70~80대 '고령 페이퍼 기술자' 천지

수주자·실업무자 불일치 '역피라미드구조'…"실무자 대접받는 구조로 가야"

김화평 기자 | khp@newsprime.co.kr | 2020.04.13 18:29:23

엔지니어링업계는 고질적인 전관예우 문제로 세대교체나 업무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한 엔지니어링사는 퇴직공무원을 임직원으로 고용한 후 사업수행능력평가(PQ)에만 활용, 실제 설계 등 업무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이 본지 취재 중 확인됐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엔지니어링 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전관예우 인사에 대한 개선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엔지니어링 업계는 정부 중앙부처나 발주기관 출신 퇴직공무원의 재취업의 장으로 오랫동안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특히 엔지니어링사에 재취업한 퇴직공무원 중 상당수가 실제 업무를 하지 않고 이름만 올려둔 '페이퍼 기술자'로, 정작 해당 업계 실무자들의 업무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7년 말에는 상당수의 퇴직공무원들이 유관 기업에 재취업하기 위해 경력증명서까지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노사정은 이러한 '전관예우'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해왔고, 관련 법률도 개정됐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사업수행능력평가(PQ) 기준을 꼽으며서 추가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엔지니어링사의 퇴직공무원의 영입 목적은 크게 3가지로 △영업력 확대 △여러 가지 내부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효율적 해결 가능 △PQ 입찰 시스템에서 퇴직공무원이 발주처 근무 중 쌓았던 경력을 활용하는 측면 등이다. 

실제로 퇴직공무원은 감리 측면에서는 종합적으로 경력을 쌓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사업에서 설계 업무를 담당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분야다. 

설계는 공사를 하기 위해 공사비를 측정하고 도면대로 시공할 수 있도록 설계 자료를 만드는 것이고, 감리는 시공이 잘 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관리 감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 엔지니어링사는 퇴직공무원을 임직원으로 고용한 후 사업수행능력평가(PQ)에만 활용, 퇴직공무원이 실제 설계 등 업무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음이 본지 취재 중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도 이러한 문제지적에 대해서 정책적 방향을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지난 4월1일부터 설계(엔지니어링) 분야에 '젊은 기술인 양성'에 중점을 둔 새 사업수행능력(PQ) 평가기준을 도입하면서 "일하는 실무기술인을 우대하고, 젊은 기술인을 양성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문제는 아직까지도 이러한 행태가 몇몇 회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업계 곳곳에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관리감독을 총괄했던 경력을 갖고 사업하는 회사에 오면 그분들 경력이 PQ에 좋은 점수가 된다. 이 때문에 '페이퍼 기술자'가 양성되는 것이다. 관리감독은 했지만 직접 설계를 안 해본 사람인 데도 오랫동안 설계를 했던 사람들보다 더 나은 점수를 받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주하는 사람과 실제 업무하는 사람이 다른 게 가장 큰 문제다. 실제로 낙찰 받은 사람이 일하는 구조로 변화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엔지니어링업계 근로자 A씨는 "공직자윤리법으로 퇴직공무원의 민간취업을 막으려고 하지만, 엔지니어링 업계에서는 큰 실효성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반해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측은 "해당 주장은 일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게 되면 행정처분이 내려지기 때문에 이름만 올려놓고 일을 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 반박의 요지다. 

협회 측 한 관계자는 "공무원을 특별히 우대하는 것은 없고, 경력증명서를 부풀리면 행정처분을 받는다"며 "업체별로 업무를 어떻게 수행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PQ에 이름만 올려놓고 일하지 않으면 입찰 참가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사업 참가자를 변경하는 경우는 발주처 허락을 받고 변경해야 하고, PQ에 참여했던 사람은 당연히 사업에 참여해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역피라미드 문화가 오래도록 자리 잡아서 산업이 피폐해졌다. 지금이라도 조금씩 개선에 나선 것은 다행"이라면서 "하지만 아직도 실무선에서는 부족한 점을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일하는 기술자가 대접받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엔지니어링 업계 임직원의 평균 연령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이처럼 고연령자가 많게 된 이유도 경험과 경력이 많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설계하는 사람만으로 수주하면 좋겠지만, 앞서 밝힌 3가지 이유로 퇴직공무원을 뽑게 된다. 퇴직하는 사람은 한정돼 있는데 이들을 서로 모시려고 하니 몸값이 올라간 것. 그 결과 실무자들에게 줄 월급이 줄어들면서 젊은 기술자들의 유입도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참여기술자에 대한 제한을 하향시켜야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 실제로 일하지 않는 70~80대들이 서류상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세대교체나 업무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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