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전무시 이익효율 따지는 리모델링…정책수립 신중해야

2020-04-14 09:34:08

- "어디 균열 갔을지..." 나 몰라라 내력벽철거 '수직증축' 위험경고

[프라임경제] 결국 돈이 문제다. 규제 때문에 재건축 안 되는 단지들이 가치를 올리겠다면서 추진하는 리모델링 이야기다.

수평증축으로는 성이 안차는 단지들에 리모델링 업계가 바람을 넣고 국토교통부가 장단을 맞춰줘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키더니, 이제는 그 마저도 "평면이 예쁘게 나오지 않아 3bay·4bay 만들기가 어렵다"며 내력벽을 철거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벌인다.

이미 안전문제 때문에 2016년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는 정책이지만, 당시 국토부가 업계와 대상 단지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3년 뒤로 미루자고 한 것이 또 발목을 잡고 있다.

'내력벽'이란 무게를 지탱하는 벽체를 말한다. 주택 간 내력벽이 건물 무게하중을 견디는 구조를 '벽식구조'라고 한다. 소음문제가 발생하지만 시공이 빠르고 단가가 싸다.

또 다른 구조로는 '슬래브(slab)구조'와 '라멘(Rahmen)구조'가 있다.

슬래브구조는 흔히 무량판구조로 불리는데 위층바닥인 슬래브(지붕)를 기둥이 떠받치는 구조다. 보(梁·량)가 없기 때문에 '무량판(無梁板)'이라고 불린다. 기둥을 제거하거나 줄여서 건물붕괴로 이어지는 참사가 발생했던 삼풍백화점이 대표적인 무량판구조다.

라멘구조는 기둥과 보를 세워서 슬래브를 떠받치고 또 아래층 슬래브가 기둥과 보의 하중을 받는 구조로 이뤄진 구조다. 소음차단성과 안정성이 높고 내부구성에서 자유도가 높은데다 변경도 쉽지만 시공비가 가장 비싸다. 여기에 보가 들어가는 만큼 층고가 높아져 같은 높이에서 건물 수가 줄어든다.

유럽이나 일본 등 건설선진국에서는 이미 '라멘구조'가 보편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라멘구조는 층고가 높은 상가건물에 주로 쓰이며, 아파트에서는 벽식구조나 슬래브구조와 벽식구조를 혼합한 '슬래브벽식혼합구조'가 주로 쓰인다.

이러한 구조를 채택하는 이유는 순전히 이익 때문이다. 층고가 높아져 팔 수 있는 물량(분양물량)은 줄어드는데 시공비는 더 비싸니, 차후에 발생하는 안전문제나 리뉴얼은 고려대상에 포함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기둥과 보를 그대로 두고 내부구성만 변경하는 '리뉴얼'이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보편화돼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발코니(베란다)를 트거나 공용공간을 주거공간으로 바꾸고 건물을 덧대는 등의 '리모델링'이 자리잡았다.

결국 이렇게 당장 팔 것만 생각하고 채택한 구조가 해당 건물을 새롭게 바꿔야 할 때 다시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이제 새롭게 바뀌는 과정에서 또다시 안전보다는 이익을 생각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내력벽철거 리모델링 허용문제를 다루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업계와 대상 단지들은 연일 기대감을 표하면서 국토부 결정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실제로 그곳에 살 주민들이 그러한 방식으로 리모델링된 건물이 얼마나 안전한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하니 믿는 것이고, 집값이 올라간다고 하니 덮어놓는 것이다.

실제 내력벽이 철거되면 나머지 파일에 무게하중이 분산돼 기준치를 넘어가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마저도 2016년 당시 국토부가 해당 무게하중 초과 파일(Not Good 말뚝) 비율을 10% 이내로 한정하자고 한 것(예외의 경우 20%)을 업계에서 제한을 두지 말자고 주장하는 중이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가족을 잃은 슬픔을 우리사회는 제대로 닦아냈는가? 아니면 또 다른 삼풍백화점을 만들기 위해 이익에 눈 먼 것은 아닌가? 정책수립자들의 깊은 고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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