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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62.7%의 무거움' 돌배 위한 겸허함 갖춘 21대 국회 되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4.15 19:04:08

[프라임경제] 베이징의 궁궐 관람을 가면 많은 이들이 자금성의 방대함에 우선 시선을 뺏긴다. 그런데 이화원의 아름다움을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이화원의 '돌배' 이야기다.

일설에는 청나라 말기 정권 실세 서태후가 만들어 띄우라는 지시를 한 것이라고 한다. 민심은 항심이라, 배를 띄울 수도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것이 동양의 위정자들이 상기하는 바였는데 독재자에겐 그런 충고도 가소로웠는지 "그래? 그러면 무거운 이것도 뒤집을 수 있을까?"라며 힘을 과시하려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세계의 중심이 중국이고 그런 중국의 모든 건 청나라 황실의 것이라는 오만은 명나라가 망한 이후부터 계속된 것이고, 뿌리를 찾자면 황제라는 엄청난 단어를 빚어낸 진나라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다만 그런 서태후식 착오가 내부의 모순이 폭발하고 서구의 침탈이 시작되고 모든 망조가 시나브로 중국 전반을 적신 와중까지도 계속됐다는 게 문제였다. 끝까지 그런 시대착오적 정치와 외교 감각을 부여잡았고 망국의 길로 접어들었다.

너무 뒤늦게 않게 정신을 차렸더라면 혹시 입헌군주정과 동도서기를 제대로 도입했다면 중국은 오늘날 어떤 모습이었을까, 돌배를 보며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5일 오후 6시 제21대 총선 최종 투표율이 62.7%라고 밝혔다. 만 18세 이상 총 유권자 4400만명 가운데 2756만4677명이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러 코로나19로 뒤숭숭한 가운데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서는 수고를 감수했다.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지난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 대비 4.7%P 높은 것이고, 2000년대 이후 최고 투표율이라 한다. 가히 선거는 축제라는 표현을 상기할 만하다. 카니발이나 마츠리 같은 축제 문화가 거의 없거나 사라진 우리 상황에서, 심지어 코로나19 창궐이라는 건강상 우려를 딛고 이처럼 많은 이들이 몰려나온 이벤트를 찾고 비유하기 어렵다.

'마의 60% 고지를 넘었다'는 이번의 높은 투표율은 앞서 역시나 유례없이 높은 사전투표율 기록으로 이미 일부 예견된 바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일지 몰랐다는 평이 더 많은 것 같다. '정권 심판론'이니 '야당의 실책에 대한 심판'이니 혹은 '고등학생 등 젊은 유권자의 대거 수혈로 인한 표심 분출' 등 다양한 이유를 가져다 붙일 수 있을 것이지만, 지금 굳이 투표 결과(정당별 이해득실)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 그렇게까지 미리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야당 지지층이든 야권 성향이든 혹은 보수이든 진보든 간에 어떻게든 투표권을 행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두루 넓고 강력하게 작용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거물급 후보가 출마해 상황이 요동치는 지역구나 사전 판세 분석이 격전지로 분류돼 1장의 표가 아쉽다는 생각이 넓게 작용한 지역구에서 투표율이 높아진 것에서 증명되는 바다. 이번 총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증폭됐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일이지만, 한국의 정치인들이 이화원의 돌배를 띄운 이치를 다시금 무겁게 생각해 볼 일이다. 물건인 돌배를 띄운 즉 '뜨라고 가져다 놓은' 인물은 서태후지만, 그런 절대왕정의 감각을 지금 행여나 가진 정치인은 민주 한국엔 없으리라 본다. 돌배를 띄운 즉 물 위에 '뜨게 지탱한' 부력인 물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띄우는 것은 백성이라는 것이 전통적인 유학자들의 정치 관념이었다면, 민주정에서는 부력으로 가벼운 나무배이든 물리법칙에 저항하는 엄청난 돌배이든 '뜨게끔 떠받치는' 것은 일을 위임받아 하는 선출직 공직자, 즉 정치인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돌배는 어려운 국내외 사정 혹은 유권자의 바라는 것만 많은 변덕이라고 생각해 보자.

많은 정치인들이 돌배를 가져다 놓은 서태후의 그 오만함에서 타산지석을 하였으면 하는 바람은 그저 첫 조건일 뿐이다. 

우리는 왜 오늘날 아름다운 경치와 물살을 즐길 놀이용 쪽배가 아닌, 금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이며 한국 경제성장률이 처참한 마이너스일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와 시진핑과 트럼프가 각자 우리를 괴롭히는 패권주의 발언들 같은 쓰나미 같은 물결과 무겁디 무거운 돌배를 가졌는지 그리고 이걸로 무슨 항해를 꿈꿀지 정확한 파악과 과감한 전망을 세워 보자.

무엇보다 돌배일 망정 군소리 없이 결단코 뒤집히거나 가라앉지 않게 떠받칠 수 있는 능력과 입후보 등록을 하던 날의 초심을 임기 마지막날까지 유지하겠다는 겸허함을 갖겠다는 각오를 다져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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