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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감원 '리더십 실종' 은행권 반항 부른다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0.04.21 11:36:24
[프라임경제] 신한·하나·대구은행은 지난 6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 분쟁조정 수용 여부에 대해 입장 회신 기한을 재연장 요청했다. 이로써 네번째 수락 기한 연장 요청인 셈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내 변동시 약정 환율을 통해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날 경우 큰 손실을 보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은행들의 '키코 사태' 입장 회신 기한 재연장 요청은 이사회 구성원 교체 및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심도 깊은 논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금감원 측 역시 "금감원조차 검사나 대외 접촉 등 정상 근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상황이라는 점을 공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재연장 요청이 벌써 네 번째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리더십 부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찍이 '키코 분쟁 조정안'을 수용하고 배상을 마친 우리은행과 달리, 나머지 은행들은 입장 회신 연기나 이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경우 아예 수용 거부 의사를 결정하자, 윤석헌금융감독원 원장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수용 여부에 강제성이 없는 만큼 향후 은행들이 조정안을 거부할 경우 금감원 업무 수행에 있어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은행권에서 바라보는 금감원 입지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이하 DLF) 관련 중징계'를 통해 이런 분위기를 살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 1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불완전 판매책임을 이유로 '문책 경고'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당시 금감원 내부에서도 내부통제 부실을 경영진에 대한 제재 근거로 인정할 수 있느냐를 놓고 이견이 있었지만, 결국 중징계 결정을 강행한 것이다. 

하지만 중징계에 반발한 손태승 회장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징계 효력은 정지된 상태다.

금감원에 대한 금융권 반항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연임과 관련해 '신입사원 채용비리 혐의'라는 법적 리스크를 우려했음에도, 신한금융지주는 연임을 확정했다. 

물론 금감원 '분쟁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수락하지 않아도 은행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금융당국과 대립'이라는 상황에 처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DLF 징계 불복에서 키코까지 이어지는 일명 은행들의 반항은 참으로 낯선 풍경"이라는 관전평이 나오기도 했다.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기관 위반 사항시 제재를 가하고 있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감독기관이지만, '리더십 부재' 탓인지 금융권을 향한 날카로운 칼날을 꺼내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눈치다. 

하지만 금감원의 두려움 대상은 금융위원회나 정부, 국회가 아닌 금융 소비자들이다. 모쪼록 금감원이 존재 본질을 인식하고, 스스로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해 금융소비자들 피해를 막아주는 방패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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