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래도 일본에 지원해야 하나?

2020-04-21 13:55:03

[프라임경제]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인도적 차원에서 일본에 보건용 마스크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일본 정권이나 일부 반한 언론에 대한 반발심과 일본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구분해야 한다"면서 '국민 여론 공감대 형성'이라는 조건 아래 이 같은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정 총리는 지난 3월 일본 외자기업인 도레이첨단소재가 국내 마스크 대란 와중에 기저귀 공장을 변환해 마스크 필터를 만들어 수급해결에 도움을 줬던 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스크 필터를 만들어 수급해결에 도움을 준 것은 '일본 정부'가 아닌 '일본 기업'으로 일본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 '국내 기업'이 도움을 주면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 美日한국전 참전국에 마스크 지원 시 일본 지원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되면서 반대 여론은 심화됐다.

청원자는 "일본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이웃이 아니다"며 "이웃국가로써 지켜야 할 모든 도리와 양심과 법을 어기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준 것도 모자라 업신여기고 조롱하는 일본에 마스크 지원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청원은 21일 오후 1시 기준 5만3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외교부는 정부 차원의 일본 마스크 지원에 대해 "구체적 검토 단계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해 논란은 일단락됐다. 

다만,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정식적으로 지원을 요청할 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일본 정부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다음 날인 2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답변은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이었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받고 있는 제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봉납을 강행하면서 한국 지원 의사에 대한 답을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추모하는 곳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000여명이 합사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에 대해 "아베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정치적 위기를 주변국과의 갈등으로 무마하려는 행동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정 총리가 말한 대로 6·25 한국전쟁 참전국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방국에게 도움을 줘 국격을 높임과 동시에 관계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는 국민 대다수가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일본은 예외다. 일본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국인들에 대한 일방적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지난해 8월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일종의 경제보복 조치를 강행한 바 있다.

이렇듯 일본 정부가 비합리적임과 동시에 목적성이 뚜렷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인도적' 차원이라는 이유로 일본에 대한 마스크 지원이 국민 여론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먼저 '신뢰'를 져버린 것은 일본이다. 깨져버린 신뢰에 대한 봉합을 한국 정부가 먼저 나서서야 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의미의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에 방역 의지가 있다면 먼저 지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그래야 바닥난 신뢰에도 불구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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