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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만 따르라" 독불장군? 공시가 '상승' 분양가 '제한' 엇박자

'정부정책기조' 국토부 암묵적 용인…자율권 미명 아래 공공기관 '갑질'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4.21 14:49:47
[프라임경제] 부동산정책은 이번 정부의 핵심과제 중 하나다. 그런데 억제와 규제라는 방향으로 보이는 이 정책들이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에 정부가 나 몰라라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현실화율'이라는 새로운 잣대를 만들어서 토지와 공동주택에 대한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결정을 몇 년 째 해오고 있다. 그리고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보증이라는 무기를 활용해 분양가를 억제하겠다는 정책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덤이다.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내놓도록 유도하고, 공급가격을 적정수준까지 내리자는 것에 반대할 국민은 많지 않다. 특히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가야할 청년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대의(大義)에도 불구하고 각 정책들이 서로 부딪히고 예상외의 작용을 낳아 피해를 발생시킨다면, 문제점을 돌이켜 봐야하는 것도 순리다.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표준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택지비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분양가는 택지비에 건축비를 더하고 각각에 가산비를 적용해 산정된다. 때문에 택지비가 오르면 분양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현재 분양보증 업무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HUG에서 분양가를 제시하면 이를 거부하기 힘든 구조로 되어있다. 그런데 정부의 강한 분양가제한 기조 속에 산하기관인 HUG가 다른 방향으로 분양가를 산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HUG의 지사장이 "(분양가를) 협의·협상하는 위치가 아니다. 우리가 지시하고 그것에 따르면 사업을 하고, 지시에 따르지 못하면 안 하면 된다"라는 망언까지 일삼았다고 한다.

문제를 회피하는 방식도 문제다. 공시가격에 대해서는 건설부동산업계에서 이미 누차 전문가집단인 감정평가사들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에 대한 조사, 산출을 한국감정원이 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표준공시가격까지 전문적 평가기법을 통해 산출하는 감정평가사들에게 공공연히 가격을 올리도록 압박을 가한다는 전언이다.

HUG와 이를 관리 감독하는 국토부도 "보증기관의 기준과 자율에 달린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정부의 독불장군식 "나를 따르라"가 만연해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HUG보증을 통과하고도 최종 분양가를 승인하는 지자체에서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이유 없이 분양가 승인을 내주지 않고 미루거나 분양가를 낮추도록 권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여당 소속 지자체장이 있는 도시에서 이러한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우연이라고 볼 수 없도록 만든다.

최근 분양가보증으로 HUG와 지지부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둔촌주공재건축조합은 이러한 문제가 동시에 작용하는 대표적 단지다.

2017년 1월 6억4000만원 수준이던 둔촌주공의 공시가격은 2018년 7억7000만원 수준으로, 2019년에는 9억500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2020년은 멸실로 인해 공시가격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인근 비슷한 가격수준의 단지가 11억~12억원 수준을 돌파한 것을 고려하면 둔촌주공도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HUG에서는 둔촌주공의 분양가를 3.3㎡ 2970만원 수준에서 정하도록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둔촌주공재건축사업의 한 조합원은 "공시가격을 올려서 세금을 더 내게 할 때는 언제고 토지가격이 오른 부분을 분양가에는 반영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자기 입맛에 맞게 입장을 바꾸는 행위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일관성을 가지고 관통되지 못하는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다. 이는 정부 스스로 대의명분을 상실하는 일이다. 언제까지 산하기관 자율의 문제라면서 책임 떠넘기기만 할 것인가.

산하기관인 HUG도 정부의 눈치 살피기에 몰입해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좌고우면의 자세를 버려야 한다. 사슴을 말이라고 한다고 해서, 사슴이 말이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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