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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지구의 날' MB는 '물부족국가'를 꺼냈다, 국민 속여가며…

근거 희박한 '물 부족' 이슈…'4대강 완수'가 배경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20.04.23 00:39:26
[프라임경제] 이번 주는 환경부가 주도해 운영하는 기후변화주간입니다. 전 세계는 지구환경 문제에 대한 반성과 위기 극복을 위한 뜻을 표현하는 '지구의 날'로 지키고 있습니다. 

2010년 4월22일 '지구의 날' 기념 '제 4차 환경을 위한 기업 정상회의(B4E)' 기조연설에 나선 이명박 전 대통령. ⓒ 청와대


지구의 날은 1970년 미국에서 시작돼, 지금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다양한 캠패인을 진행되고 있지요. 51번째를 맞이해 지자체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소등' 행사 등의 활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후손들에게 더 나은 지구를 물려주자는 외침은 이처럼 전 세계가 동참하는 '특별한 날'로 지켜지고 있습니다. 국경과 인종, 처한 정치적 상황을 초월한 동시대의 인류가 '지구의 날'을 지키고 표현하는 과정에 동참한다는 사실만으로 큰 감동을 주는 기념일입니다. 잠깐의 동참이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런 활동은 때때로 정치적인 목적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지요. 2014년 1700만명 이상이 동참했던 루게릭병 퇴치를 위한 모금활동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성공적인 모금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정치적 소비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이미지 메이킹 수단'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10년 전 오늘, 41번째를 맞이한 '지구의 날'을 기념해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차 환경을 위한 기업 정상회의(B4E)' 행사도 같은 목적으로 소비됐습니다.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 부족'의 대안으로 '4대강 살리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사용한 논리는 '2030년 세계 인구의 40%가 만성적 물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는 한 연구결과'에 기반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물 공급 확대와 물 생산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2030년 물 부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이야말로 여기에 해당된다"고 역설했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과 외국의 냉소를 극복하기 위해 '지구의 날' 행사를 동원한 것이지요.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등 4대강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추진해 온 4대강 사업은 2009년 7월 첫삽을 떠 2년4개월, 총 22조2000억원의 비용을 들인 21세기 최대규모 개발사업입니다.

사실 이 전 대통령의 구상은 4대강 살리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 전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를 공약으로 걸었습니다. 문경시 인근에 선박용 터널을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면 내륙을 관통하는 하천 수운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개발계획입니다. 

이미 연안 물류를 대치한 육상운송의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인 운하사업의 추진은 여론의 격렬한 반대를 넘어설 논리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이내 한반도 대운하를 철수하는 대신 4대강 살리기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로 합니다. 

현장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와 정치쟁점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2년여 만에 완공을 선포합니다. 그러나 2013년 감사원은 수질 자체가 이전보다 나빠져 수질 관리에 문제가 많고, 설치된 보의 내구성에 문제가 있는 등의 문제를 밝혀냅니다.

또 4대강 사업 참가 건설사들의 담합이 국토해양부와 공정위의 비호 아래 숨겨졌던 정황이 드러나지요. 특히 4대강 정비사업이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제였던 '친환경 녹생 성장'이 사익추구 목적의 정책설계라는 의혹으로 이어집니다.

다시 10년 전 '지구의 날' 행사로 돌아가보지요. 4대강 사업이 한창일 때 이 전 대통령은 '2030년 세계 인구의 40%가 만성적 물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는 한 연구결과'를 화두로 꺼내듭니다. '물이 부족한 나라'라는 주장은 이전의 정부부터 전파해온 것으로 '우리나라는 UN이 지정한 물부족국가 입니다'라는 레토릭 자체로 사실무근에 가깝습니다.

관련한 내용에서 매번 언급된 기관은 UN 기구(?)로 소개됐던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입니다. PAI는 국가별 치수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강수량을 인구밀도로 나눠 1인당 사용가능한 수자원의 양을 통계로 물의 부유도를 평가하던 곳입니다.

문제는 PAI가 UN의 기구나 지원을 받는 단체가 아니며, PAI의 분류 기준에 따르더라도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에 해당하지 않는 상황임에도 공익광고협의회나 정부부처가 물부족국가 프레임을 형성하는데 이바지 해온 사실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2003년 오마이뉴스에 실린 염형철 환경운동가의 <한국은 'UN이 정한 물부족국가' 아니다> 기고에서 다루고 있으니 한 번 참고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UN환경계획이 게시한 '세계 물 부족 및 경제적 수자원 부족' 현황. ⓒ UN(www.un.org/waterforlifedecade/scarcity.shtml)


도리어 '국제연합'에 속한 'UN환경계획(UNEP)'은 2012년 세계 수자원 평가 프로그램(World Water Assessment Programme)의 세계 물 보고서(World Water Development Report 4)를 인용해 '2025년에는 절대 물 부족 국가나 지역에 18억명이 거주할 것'이라며 '세계 인구의 2/3가 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해당 자료를 통해 UN은 우리나라를 물 부족이 거의 없는 나라로 분류했습니다. 특히 전 세계에서 몇 되지 않는 수돗물의 식수화가 가능한 나라로, 이는 우리나라를 찾는 유럽과 중동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수자원의 가장 기초적인 활용이 수월하고 가공의 필요도가 낮으며, 강수량 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도 물부족을 불러올 수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건설교통부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 2006~2020'은 물 부족 상황을 대비한 정책에서 '수원지 보호'등 수자원의 연속성에 대한 관리 정책으로 기조를 변경하는 등 이미 물부족국가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조연설은 우리 정부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을 스스로 부정하며, 감춰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추진을 달성하기 위한 논거로 끌어다 쓴 것에 불과합니다. 잘 꾸며진 '친환경 녹색 성장'이라는 과제가 감춘 것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감사원은 자신들의 감사결과를 뒤집어야 했습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우리는 이제 인간만이 아니라 지구도 함께 생각하는 '지구 책임적 시스템(Planet-responsible System)'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눈을 속여가며 설득력이 부족한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가지고 온 구실로는 거창하기 그지 없습니다.

10년이 지난 오늘, 또 다시 찾아온 '지구의 날', 마침 얼마전 끝난 총선은 정권에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친환경 녹색 성장과 창조경제를 넘어 포용국가를 추구하는 이번 정권이 거둔 승리는, 더 이상 국민의 눈을 가릴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마침, 코로나19의 창궐로 전염병 극복을 위한 공감대가 전 세계를 하나로 모으고 있습니다. 먼저 코로나19의 전염이 시작됐지만,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현 정부는 이제 국가의 이익을 넘어 선진국의 품격과 인류애를 보여줄 차례입니다. 

더 이상 인류의 공감대가 정치적 목적으로 소비되지 않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이번 주부터 지구를 지키는 마음으로 텀블러 사용에 동참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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