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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 반복되는 전산오류 '땜통'식 대처…투자자 보호 어림없다

 

염재인 기자 | yji2@newsprime.co.kr | 2020.04.23 16:58:46
[프라임경제] 최근 증권사들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전산오류가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데다, 매수 차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각 증권사들이 시스템 정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1일 새벽 3시경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키움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 일부 증권사 HTS에서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이는 증권사 HTS가 마이너스를 인식하지 못하며, 전산장애 발생 이후 매매가 멈추는 등 일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제시간에 청산 주문을 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전산 오류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은 주식투자 사이트와 각 증권사 고객게시판에 항의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 투자자는 이날 4시40분경 주식투자 사이트 게시글을 통해 "키움증권 HTS가 마이너스를 인식 못해서 마이너스로 유가가 넘어간 순간부터 매매가 멈춰버렸다"며 "때문에 원유를 들고 있던 사람들은 강제로 0원행과 캐시콜(cash call)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5월물 -37달러 되면서 20달러대 매수하고, 버티는 사람들도 잃은 돈보다 내야 할 빚이 더 많은 상태"라며 허탈해했다. 

또다른 투자자는 키움증권 홈페이지 고객게시판에 "오늘 새벽 3시쯤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 최저가인 0.025원에 1계약 매수했고, 마이너스로 떨어지길래 -0.025에 청산하려고 시도했다"며 "키움증권 영웅문 글로벌 차트 오류로 인해 현재가 자동 청산 주문도 안되고, 바로 팔기 주문도 거부됐다"고 항의했다.

이어 "주문 창에 키보드 마이너스 키는 아예 입력이 안 돼 청산 주문 자체를 못하도록 돼 있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마이너스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을 아무것도 못한 채 지켜 봐야 했다"며 "키움증권의 100프로 과실이 명백하므로 손실금은 키움증권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권사들의 전산장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중 신규 개인투자자 급증에 힘입어 리테일 부문 역대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키움증권의 경우 전산오류가 올해만 5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뿐만 아니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SK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대다수 증권사들이 여러 차례 시스템 오류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증권사들은 이때마다 "신속히 오류를 확인하겠다" "투자자들 손실 규모를 파악해 보상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며, 소위 문제가 발생한 부분에 대한 '땜통'식 대처에 머무르고 있다. 

이번 유가 마이너스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국내 증시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모습이다. 지금처럼 시장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앞으로도 '투자자 보호'는 허공에 맴도는 메아리일 뿐이다. 

증시 변동성 확대에 주의해야 할 존재는 투자자뿐만이 아니다. 증권사들이 진정으로 투자자 보호를 원한다면 불확실성이 가득한 현재 시장 흐름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처 가능하도록 면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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