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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남권 부동산 급매물가격 하락…'수요조절이 가진 힘'

코로나 정국 '일시적 효과' 그치지 않으려면 수요분산 전략 세워야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4.27 19:24:22
[프라임경제] 코로나가 정부가 못하는 강남권 부동산시장 잠재우기를 해냈다. 급매 위주의 거래가 대부분이라고는 하지만 언론매체들이 앞 다퉈 '급락', '폭락'이라는 이야기를 쏟아내니 언뜻 보면 엄청난 위기에 봉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쓸데없이 부자들의 삶을 걱정해주는 꼴이다. 실제 해당 거래주택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20억원을 넘는 가격이 17억원, 18억원에 거래됐다는 식이다.

하루아침에 억대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이 증발했고, 올라간 공시지가로 인해 보유세를 감당하지 못해서 매물을 내놓았다는 구슬픈 사연도 덧붙인다. 이러한 주택을 몇 채나 소유한 다주택자들은 몇 천만원대 보유세 이야기를 하며, 정부가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따져보면 실효세율이 1% 수준도 안 되지만 "개인의 '재산'을 정부가 '강탈'한다"는 표어를 내세우면 정부가 무리하게 세금을 때가는 날강도가 돼버린다.

다주택자가 아니고 공시지가 기준 9억원 미만의 주택을 1개만 소유했을 경우에는 실효세율이 훨씬 낮다. 그러한 사실은 교묘하게 숨겨진다.

흥미로운 사실은 '엄청난 보유세'에도 불구하고 강남권에 주택을 다수 보유했던 소유자들 대부분은 주택을 팔 생각이 없다. 심지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일부 급매를 제외하고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낮아졌을 때 팔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그거 하나 안 판다고 생활에 지장없다"는 멋 부림도 더해진다.

그런데도 몇 개의 급매물이 나와서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를 들어 급락이니 폭락이니 위기감을 조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백해무익해 보였던 코로나의 한 가지 순기능이 발휘됐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던 호가의 상승이 주춤했고, 이를 계기로 공급자들의 매물(사실상의 허위매물)이 사라지자 발등에 불 떨어진 실제 매도자들이 급매를 하면서 가격을 내린 것이다.

다시 말해 강남권역의 집값은 결국 강남으로 입성하려는 욕망을 가진 수요자들의 마음을 소유자들이 '호가'나 '시세'라는 무기를 이용해 적절히 조절하면서 형성시켜온 '허상'이었다는 소리다.

실제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청약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지금 아파트를 청약한다고 바로 입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거주자가 있는 주택을 둘러보고 대면해 계약을 해야 하는 매매와는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양가의 문제가 거론된다.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토지가격과 공사비를 더하고 여기에 가산비를 더해 책정되는 분양가는 여전히 높다. 그러나 수요자들은 코로나라는 일시적인 현상이 지나가면 다시 오를 시세를 기대하면서 '로또'를 꿈꾼다.

결국 수요를 틀어내지 못하면 이번 코로나로 인한 가격하락은 '일장춘몽'에 끝날 수 있다. 수요가 분산되면 강남권역은 물론 수도권 전체의 가격안정화도 꿈은 아니다.

다만 아파트 단지만 덩그러니 만들어서 전철이나 버스로 서울로 출퇴근하게 한다는 1차원적인 전략은 이미 실패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방식으로는 수도권 외곽 신도시가 결국 서울로 가고 싶은 욕구를 가진 '대기자들'이나 '낙오자들'의 임시거처로 전락할 뿐이다.

자체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해당 일자리로 바로 이어질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진정한 '자급자족'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물줄기를 틀어막는 것은 저수지는 만들 수 있지만 대홍수를 막지 못한다. 물줄기를 나눠서 홍수를 해결한 중국 전설의 왕조 하나라 우임금의 고사(故事)를 돌이켜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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