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구 칼럼] 백신 접종 순위, 어떻게 정할까

2020-04-28 09:12:20

[프라임경제] 혜성과의 충돌, 대규모 지진 등으로 인한 지구 멸망 위기를 다룬 재난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장면이 '누구를 살릴 것인가'라는 것이다. 추첨으로 선택하기도 하고, 권력자 또는 돈을 많이 낸 사람에게 생존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소멸되지 않고 올 가을쯤 2차 유행이 닥칠 것이란 예측도 있다.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도 개발 중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백신 개발에 성공해도 또다른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초기 백신 공급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규모 유행이 닥치면 누구에게 먼저 접종할 것이냐는 근원적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2009년 국내 신종플루 때도 백신 공급이 충분치 않은데다, 안전성 논쟁도 최종 해소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접종 순위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첫째 의료진과 방역요원, 둘째 초중고 학생과 보건교사, 셋째 영유아와 미취학 아동, 임신부, 넷째 노인, 만성질환자, 군인과 경찰, 다섯째 직장인, 주부 등 일반인 순이었다. 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도 이런 사태가 생길 수 있다.

빌게이츠는 얼마 전 최고 권위의 의학저널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백신과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됐을 때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아웃브레이크 지역 주민들에게 우선 공급돼야 한다는 것에 정부와 기업들이 합의해야 합니다. 이는 선의(善意)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는데 올바른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빌게이츠의 지적은 지극히 타당하며, 과학적 근거도 있다. 하지만 백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하면 권력자나 돈 많은 사람들이 먼저 접종 받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없을까?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들이 많다.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보급의 우선순위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두는 것도 그 중의 하나라고 본다.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보급에서 '마스크 대란'과 유사한 혼란을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


대한레이저학회 이사장 / 연세스타피부과 대표원장(피부과 전문의) / 서울 서대문구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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