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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기자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세월 따라, 보이스피싱"

'가정의 달 · 코로나19 지원' 이슈 따라 변모…개인정보 요구는 100% 사기 인식해야

염재인 기자 | yji2@newsprime.co.kr | 2020.04.30 08:51:36
[프라임경제] "대구에 사는 41세 김태수 씨를 아시나요? 염재인 씨 명의도용 당하셨습니다!"

피해자들은 팀장, 사무관 등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사기에 속절없이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섣불리 개인정보를 말하거나 안내문자를 누르는 경우가 없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지방검찰청 특별사건수사제1부 XXX 수사관이라며 한 여자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순간 보이스피싱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진짜인가?라는 생각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죠. 일단 들어나 보자는 생각에 어떤 상황인지 되물었습니다.

그는 통화에서 "현재 김태수라는 사람이 명의도용했다가 체포됐고, 피해자라고 추정된 사람이 200여명입니다. 그중 한 명이 염재인 씨에요"라고 밝혔습니다. 

정황상으로는 내가 피해자인 것 같지만, 증빙이 필요하니 최소한의 피해자 입증을 위한 전화 수사에 협조하라는 것이었죠. 전화 너머 그의 목소리는 마치 드라마에서 나오는 수사관처럼 아주 똑부러졌습니다. 

기자는 '이거 보이스피싱 같은데... 속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며 자칭 수사관보다 더 똑부러지는 말투로 받아쳤습니다. "구두상으로 이러지 마시고, 공문을 보내주세요!"

하지만 1초도 안 돼 반격이 들어왔죠. "공문 보내면 검찰에 직접 오셔서 진술하셔야 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아~귀찮은데"... 똑순이 코스프레를 하던 기자는 이렇게 무너졌습니다. 그러면서도 기자는 '난 절대 속지 않는다' '계좌번호·비밀번호 사수'를 되뇌며 차분히 통화를 이어나갔죠.

그러나 예상치 않은 시점에 XXX 사무관이 힘을 잃고 말았는데요.

-(자칭) XXX 사무관: 직업이 어떻게 되시죠?
-(자칭) 똑순이 기자: 기자요.
-XXX 사무관: 네 네? 뭐라고요?
-똑순이 기자: 기자요.
-XXX 사무관: 아... 네... 그 그럼 다음 질문하겠습니다. 

이후 XXX 사무관은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는 물어보지 않은 채 어느 은행에 계좌가 있는지만 확인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끝낸 직후 기자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해당 사실을 설명하고 피해 가능 여부를 문의했는데요. 경찰은 "보이스피싱 맞는 것 같네요. 그리고 서울중앙검찰청이란 데도 없습니다. 계좌 보유 여부만 말했으면 피해는 없을 거예요"라고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기자는 아직까지도 "난 보이스피싱을 당할 리가 없다"고 부들거리고 있지만, 만일 XXX 사무관이 작정하고 제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10년 전 오늘, 5월은 가정의 달?…보이스피싱의 달!

지금도 어디선가 보이스피싱 사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한데요. 기자가 직접 당한 이후로 보이스피싱에 급 관심이 생겨 '10년 전 오늘' 보이스피싱을 살펴봤습니다.

10년 전인 2010년 4월30일에는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보이스피싱이 극성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의를 기울이라는 당부가 많았습니다. 5월은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어린이날 등이 있어 선물이나 우편물이 오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달에 비해 피해가 집중된다는 게 이유였죠.

실제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2009년 5월 한 달에만 1만3127통의 민원 전화가 걸려와 1년 중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5월에 기승을 부리는 보이스피싱은 다른 시기와 유형도 다르다고 하는데요. 기존에는 보이스피싱은 세금 환급을 미끼로 국세청과 건강보험공단을 사칭하거나, 검·경찰 등 수사기관 관계자로 속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각종 기념일이 많은 5월에는 선물 소포나 등기우편이 반송됐다는 우체국 사칭 사기가 다수라고 하네요. 

선물 소포나 등기우편을 배달했는데 반송됐다는 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를 무작위로 돌린 뒤 받은 사람에게 '상담원 연결을 위해 9번을 누르라고 유도' → 이후 연결된 안내원에게 '주소·전화번호·계좌번호·신용카드번호 등을 요구'하는 식입니다. 

이런 유형의 보이스피싱은 특히 고령층을 대상으로 자녀들의 선물 등을 빙자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에 경찰은 공공기관에서는 전화로 주민번호나 신용카드번호,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묻지 않으니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습니다. 

코로나19 정부 지원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스미싱 문자 사례입니다. 이런 류의 문자를 받을 경우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말고, 112나 1332 등에 신고해 피해를 예방해야 합니다. ⓒ 방송통신위원회


◆10년 후, 가정의 달에 코로나19 이슈…'정부지원대출' 안내문자 유의

보이스피싱이 무서운 것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그때마다 변장하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유명했던 '김미영 팀장'만 우리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은 XXX 사무관, 우체국, 은행 등을 가장해 다가오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10년 후인 2020년 4월30일, 오늘은 가정의 달인 5월을 코앞에 둔 날입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각종 지원 정책 이슈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만약 코로나19 정부지원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문자메시지·피싱 합성어)을 겪게 된다면 일단 확인 전까지 어떤 개인정보를 알려주거나, 함부로 버튼을 눌러선 안됩니다.

특히 스미싱의 경우 문자메시지 내 인터넷주소 등을 클릭한 순간 악성코드가 스마트폰에 설치되는데요. 이후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 소액결제 피해나 개인 금융정보 탈취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습니다. 
  
다행히 정부에서 코로나19 정부지원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경고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29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동통신사업자와 협력, 이통3사 가입자에게 코로나19 정부지원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스미싱 주의 문자를 발송한다고 밝혔습니다. 알뜰통신 가입자에게는 요금고지서(우편·이메일)로 피해예방 정보를 안내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로 금융상품 대출 광고를 하지 않는다고 전했는데요. 자신을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로 소개하면서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하고, 개인정보 입력을 요구하는 경우 100% 불법대출 사기라는 게 금감원 설명입니다. 

보이스피싱 또는 스미싱 사기가 의심될 경우 △112(경찰청) △1332(금융감독원) △118(불법스팸신고센터) △해당 금융회사로 신고하면 피해 상담 및 지급 정지, 환급 등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부디 '눈 뜨고 코 베이는' 5월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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