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굳건한 '은행 유리천장'…신한 '쉬어로즈' 눈길

2020-05-04 15:49:48

[프라임경제] 은행권은 분명 '선망 받는 직장'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유리천장'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지니고 있었다. 여직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승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직원 채용을 늘리는 등 다방면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정작 여성 임원진 비율은 매우 낮았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신한·하나 총 4개 시중은행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은 5만7038명. 성별로 보면 △남성 47.3%(2만6,973명) △여성 52.7%(3만65명)으로 집계됐다. 은행별 여성 임직원 비율은 △KB국민 50.5% △우리 54.9% △신한 46.1%이며, 유독 하나은행만이 60.5%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은행은 과거부터 여성 직원들을 많이 채용했다. 현장 점포에서 남성보다 여성 직원을 더 선호한 탓이다. 그러나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 비중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보수적 조직 문화가 강한 은행권 특성상 높은 직급일수록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이는 수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책임자급 행원 총 2만7967명 중 여성 비율은 9698명(34.7%)에 불과했다. 여성이 절반 수준인 일반 직원들과 비교해도 매우 낮다.

시중은행으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시중은행 임원 전체 159명 가운데 여성은 불과 12명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 31명 중 2명 △하나 31명 중 2명 △KB국민 64명 중 6명 △신한 33명 중 2명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다른 직종보다 여성 직원이 많은 편임에도, 오히려 보수적 조직 문화 탓에 남성 중심 기조가 강하다"며 "여성이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 가사 등에 집중하면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는 낡고 오랜 관념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들어 은행권이 정부 정책에 맞춰 하나 둘 씩 '유리천장'을 깨뜨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직사회 내에 암암리에 존재하는 이른바 '유리천장'을 깨뜨리기 위해 2020년까지 △고위공무원단 △공공기관 임원 △정부위원회 등에서 여성 비율을 최소 20%까지 늘리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은행권 역시 신규 채용 인원 상당수를 여성에 배정하고 있으며, 실제 4대 은행들은 지난해 신규 채용 1805명 중 931명을 여성으로 모집한 바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신한금융 수장' 조용병 회장이 이끌고 있는 '신한 쉬어로즈(SHeroes)'가 새로운 '유리천장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리더 쉬어로즈 컨퍼런스'는 지난해 3월 국내 금융권 최초 체계적인 여성인재 육성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쉬어로즈는 여성 'She'와 영웅 'Hero'를 합친 합성어로, △1기 27명 △2기 49명 총 76명에 달하는 여성리더를 배출했다. 이들 중 왕미화 신한은행 부문장과 조경선 부행장을 포함해 총 13명의 여성 임·본부장이 선임됐다.

올해 쉬어로즈 3기는 서울 및 경기권을 넘어 지방까지 대상과 규모를 확대해 최종 여성리더 67명이 선발됐다. 

신한금융은 나아가 여성 경영리더 후보군 양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평가시 여성 리더 육성 여부까지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조용병 회장의 '쉬어로즈'가 문재인 정부 '유리천장' 정책에 발맞춰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박힌 여성 차별적 인식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는 지금, 굳건한 금융권 특유 보수적 문화마저 바꿀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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