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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4대 승계는 없다"

세 차례 허리 숙여 '진심' 보여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20.05.06 15:56:23
[프라임경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과 관련해 사과한 이후 5년 만에 또 다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6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노조문제'등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지목한 내용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앞서 3월11일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의혹'과 '노조 와해 문제' 등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담은 대국민사과를 권고했다. 이에 삼성측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권고안 논의에 시간이 걸린다며 기한 연장을 요청했고 6일 사과가 결정됐다.

오후 3시,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단상에 오른 이 부회장은 "저는 오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현안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며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먼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아왔다"며 입을 열었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건에 대한 비난과 최근 승계와 관련한 재판 등,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이슈를 하나하나 언급한 이 부회장은 "법과 의무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저의 잘못입니다. 사과드립니다"라는 말과 함께 허리를 숙였다.

이어 "다시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논란을 만들거나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며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와병 이후 경영 일선에 나선 뒤의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회장님이 쓰러지고 난 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하기는 어렵지만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것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비전과 도전의지도 갖게 됐다"며 "한 차원 더 높게 도약하는 새로운 삼성를 꿈꾸고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간의 고민과 경영철학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이 부회장은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며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수준의 경영력"을 강조했고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며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저마다 주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다"며 철학을 밝혔다.

노사문제에 대해 밝히기에 앞서, 향후 경영권 승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드러냈다. 오늘부터 이 부회장 이후 삼성그룹의 직계 승계는 중단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그 이유로는 "경영환경도 녹록치 않고 이후의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 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 등을 고려해 삼성의 직계 승계가 중단될 것이라는 예측은 종종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화 된 것. 

이 부회장은 "삼성의 노사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노조와 관련해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건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 그 동안 삼성의 노조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무노조경영의 아이콘과 같던 삼성이 이날 이 부회장의 기자회견에 따라 가장 노조친화적 사업장으로 바뀔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 화합과 상생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날 사과를 권고했던 '준법감시위원회'의 운영 여부와 관련해서도 "'준법의 삼성'이 문화로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며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는 독립적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앞서 단 수개월간의 활동만으로도 이 부회장의 사과를 이끌어 냈던 준법위의 유지 선언은, 오너 일가의 가장 커다란 감시장치의 활동을 보장한다는 선포로 해석된다. 나아가 '시민사회'와 '언론'에 대해서도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역할"이라며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자세로 경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최근의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보였던 미래.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노력 많은 국민드르이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최근 2~3개월에 걸친 전래없는 위기 상황에서 저는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르 만들겠다"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재용 부회장 기자회견 전문]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 드리기도 했습니다.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희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저의 잘못입니다. 사과 드립니다.

저는 오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삼성의 현안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리겠습니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그 동안 가져온 제 소회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2014년에 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래 비전과 도전 의지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장의 룰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위기는 항상 우리 옆에 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삼성전자[005930]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 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절박한 위기의식입니다.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 와야 합니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회에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습니다. 경영환경도 결코 녹록지 않은 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노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습니다. 그래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습니다.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 감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입니다. 기업 스스로가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입니다. 낮은 자세로 먼저 한걸음 다가서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습니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입니다. 그 활동이 중단없이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입니다.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고 많은 국민들의 성원도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최근 2∼3개월 간에 걸친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서 저는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나선 의료진, 공동체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 이런 분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습니다.

또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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