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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욱일기 관대한 日 '버섯구름'엔 파르르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05.08 09:38:08
[프라임경제] "왜는 간사스럽기 짝이 없어 예로부터 신의를 지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1594년 3월 '답담도사종인금토패문(答譚都司宗仁禁討牌文)'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이는 명나라 칙사 담종인이 이순신 장군에게 "곧 철수하겠다고 약조한 왜구를 토벌하지 말라"며 조선 수군 출전을 막는 내용을 담아 전달한 금토패문(禁討牌文)에 대한 답서다.

일본은 426년이 지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격언을 한국 국민들이 잊지 않기를 바라는 듯 '이중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지난 3월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과 금지행위 등을 정해 발표하면서 욱일기는 금지 물품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특히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국가의 국기와 1×2m 깃발, 배너·현수막 등을 반입 금지 물품에 포함했지만 욱일기만은 제외시키지 않은 것이다.

조직위 측은 논란을 예견이나 한 듯 "욱일기는 일본 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어 정치적 의도나 차별적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조직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지 한 달여가 지난 4월30일, 중국 전자업체 샤오미가 자사 스마트폰 제품 광고 영상을 송출했다. 

해당 영상에서는 백인 남성이 나와 음식을 먹자 몸이 풍선처럼 부풀면서 지붕을 뚫고 하늘로 떠오른 뒤 폭발하며 버섯구름을 만들고 'FAST CHARGE'(빠른 충전)라는 글자가 나오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 광고가 나오자 일본 내에서는 1945년 8월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투하된 원자폭탄 '리틀 보이(Little Boy)'와 '팻 맨(Fat Man)' 연상시킨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샤오미 측은 지난 6일 사과문을 내고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샤오미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러한 광고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핵폭발이 일어날 때 생기는 현상인 '버섯구름'은 원자폭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라는 점은 분명하다.

원자폭탄 투하로 인한 대부분의 피해자가 민간인이었던 만큼 일본이 샤오미 광고에 대한 부정적 의견 표출은 건강한 비판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건강한 비판이라고 보기에는 일본의 태도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빌려 '간사스럽기 짝이 없어' 보인다. 과거 상처를 떠오르게 하는 버섯구름에 대해서는 날을 세우지만 일본 제국주의 상징 욱일기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아시아에서 저지른 끔찍한 전쟁범죄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그 과정에서 민간인을 살상하고, 여성을 성노리개로 짓밟는 만행에 대한 반성과 참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은 이번 욱일기 논란에 대한 일본 정부 측 입장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일본은 전쟁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선두에 욱일기를 세워 펄럭이게 했으며, 종전 후 일본 자위대 군기에 사용한 것도 모자라 '평화제전' 올림픽에서 마저 한국과 중국 등 전쟁범죄 피해 국가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겠다는 의도성이 다분하다.

일본에게 묻고 싶다. 미국 도쿄올림픽 응원단이 욱일기 옆에서 버젓이 버섯구름을 형상화한 응원도구를 들고 있어도 '차별적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치부하며 제재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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