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달의 코칭 이야기 13] 열린 질문…자 이제 어떻게 할래?

2020-05-08 14:25:11

[프라임경제] 좀 오래되었지만 영화 자체로 명작(名作)일 뿐 아니라 코칭에 대한 멋진 교훈을 담은 내용이 있으니 그 장면을 하나 인용해 보자.

2004년 오스카상을 휩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주연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라는 영화는 매기라는 여자 복서와 프랭키라는 코치의 이야기이다. 향후의 선수생활을 좌우하는 중요한 경기에 임한 매기가, 적어도 두 번 상대방의 강타를 허용한 힘든 라운드를 싸우고 코너에 돌아와 스툴 위에 주저앉자, 코치와의 사이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진행된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영화의 한 장면. 선수가 코치와 대화를 나눈 후 싸우러 나가고 있다. ⓒ 영화 캡처

매기: (상대가) 너무 강해요. 파고들질 못하겠어. 펀치를 먹일 거리까지 접근이 안돼요.

프랭키: 왠지 알아?

매기: 왜죠?

프랭키: 상대가 너보다 나은 선수이기 때문이지. 너보다 젊고, 너보다 세고, 경험도 많아. (잠시 침묵) 자, 이제 어떻게 할래?

공이 울리고 다음 라운드가 시작되자, 매기는 몇 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을 매트 위에 쓰러뜨리고 승리한다.

권투 코치 프랭키가 이 장면에서 한 이야기를 기법이라는 측면에서 고찰한다면, 이 기법은 열린 질문(Open Questions)이라는 코칭 기법이다. 열린 질문은 발견질문이라고도 하며 상대방을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말하는데, 쉽게 얘기하면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을 말한다.

코치가 공감적 반응과 경청 이를 수반한 적절한 Valuing, 인정 칭찬을 통하여 고객의 신뢰를 얻고 그의 마음을 열게 만들면 고객은 코치의 질문에 대답할 마음의 상태를 갖추게 되는데, 이런 때 코치는 열린 질문을 활용하여 고객의 생각하는 기능이 풀 가동하도록 돕는 것이다.

앞의 예에서 프랭키가 여느 코치처럼 "왼쪽 가드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돌아"라든지 하는 기술적 조언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프랭키는 달랐다.

"자! 이제 어떻게 할래?"라는 강력한 질문이 매기의 존재(Being)에 작용하여 두뇌 회전을 가동시키고 경기의 패러다임을 두뇌를 가진 복서와 두뇌를 갖지 않은 복서의 싸움으로 전환시키도록 도운 것이다. 권투란 파워와 스피드 그리고 연습을 통해 쌓은 반사능력의 게임이다. 게임이 패턴화 되자, 매기와 상대 선수 모두 두뇌 사용을 멈추고 있음을 프랭키는 간파한 것이었다.

코칭에는 20/80의 룰이 있다. 코치와 고객의 대화 비율이 정량적으로 20/80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그 20을 이루는 코치의 대화 내용이 간결하고 열린 질문, 강력한 질문 등이어야 20/80의 비율이 성취된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코치 초년생들은 누구나 멋지고 감동적인 질문을 하여 고객을 매료시키려고 야심 찬 대화를 추구한다. 그러나 그 생각 자체가 이미 자기 중심적이어서 코칭의 주제를 고객이 아니라 코치가 주도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열린 질문은 멋진 질문이 아니고 가장 보편적인 질문들이다. 고객이 사용하는 언어가 코치의 언어와 다른 경우가 자주 있는데, 유의하여야 할 점은 가급적 고객의 언어를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이 사용하는 말에서 실마리를 얻어 여기에 의문부사를 적절히 붙여 질문을 만들면 훌륭한 열린 질문이 된다.

예컨대 프랭키의 "자! 이제 어떻게 할래?"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매기가 대답할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오른쪽을 열어서 상대의 강함을 역이용해 보겠어요"라고 대답했다면 다음에는 "또?"라는 질문이 짧지만 강력한 질문이 된다.

질문의 목적이 매기의 솔루션을 들어 검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두뇌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질문은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생각을 자극하여, 스스로 답을 발견, 실행케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앵커 우먼 오프라 윈프리의 어린 시절이 불행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생모(生母)가 포기 각서를 쓸 정도로 일상이 거칠어진 그녀를 다잡아 고삐를 조인 후 의부(義父)가 이렇게 물었다.

"세상에는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스스로 일을 만들어 내는 사람, 남이 만든 일을 구경만 하는 사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도 모르는 사람.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이 한 마디의 질문이 오늘의 그녀를 만들었다고 한다.

코칭이 컨설팅이나 멘토링 등과 다른 점은 이와 같이 코치의 질문을 통하여 고객에게 전달되는 관심사가 일(doing)이나 솔루션에 연결되어 있기 보다 그 존재(being)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코치는 고객의 잠재력이 무한함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존재에 다가가서 그 작동기제를 건드려 주기만 하면 고객 스스로가 솔루션을 창출해 낼 것을 굳게 믿는다.

코칭의 언어 중 질문에 버금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침묵이다.

공감적 반응과 경청의 기술에서도 침묵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짧은 언급이 있었지만, 열린 질문을 하는 코치가 고객이 생각하는 충분한 시간적 공간을 확보해 주기 위하여, 또한 발견 질문의 구동력이 정점에 도달하도록 타이밍을 맞추기 위하여 '강력한 침묵'을 구사하는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때에는 코치는 '고객과 함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하며 고객의 내면에 일어나는 변화를 응시하는 성실성과 연민의 태도를 유지하여야 한다.

'우리는 결국 고객의 마음에 접근하는 듣기 기술자, 질문 기술자들이 아니겠느냐'라고, 코치들 끼리 이야기하기도 한다. 질문의 결과로서 고객의 관점 전환(Perspective Change), 나아가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는 질문을 최상의 질문이라고 여기며, 상황에 꼭 맞는 좋은 질문을 순발력 있게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연마하며, 때로 연출한다.


1943년 서울 출생 / 서울고 · 서울대 공대 화공과 ·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 SK 부사장 · SK 아카데미 초대 교수 · 한국케미칼㈜ 사장 역임 / 한국코칭협회 인증코치 KPC · 국제코치연맹 인증코치 PCC 기업경영 전문코치 · 한국암센터 출강 건강 마스터 코치 / 저서 △마중물의 힘(2010)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2011)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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