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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사북은 강원랜드 개장에 '올인'

정상 개장 '잭팟'에 가려진 방역 '공백'…감염자 나오면 '나가리'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20.05.11 13:43:47

[프라임경제] 말 그대로 모든 걸 걸었다. 동네 슈퍼도, 식당도, 심지어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까지 강원랜드 개장만이 지역을 살릴 유일한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가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고성이 뒤따를 정도로 예민한 반응이 뒤따랐다. 전면 개장을 바라는 간절한 민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런데,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 모든 걸 걸었기 때문이다. 사북과 고한의 행정복지센터에서 정선군청과 군 보건소에 이르는 강원랜드의 행정 방역라인을 돌아 본 결과, 75일간 이어진 강원랜드의 임시 휴장이 지역에 미친 악영향을 해결하는 선택으로 개장이 가장 도박에 가깝다는 판단이 들게 했다.

강원랜드는 8일부터 VIP를 대상으로 일부 개장에 돌입했다. 강원랜드는 "최소 방문객만 받는 상태의 점진적 개장을 거친 다음 문화체육관광부의 허가에 따라 일반객장 개장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프라임경제

책임의 무게는 행정으로 기운다. 조심스러운 강원랜드와 달리 성급한 행정기관의 선택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왜 서울과 정선의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동일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두 달 하고도 보름간 멈춰있던 강원랜드의 개장 소식이 들려왔다. 강원랜드는 예정됐던 개장을 3일 앞당겨 8일 12시부터 손님을 받겠다고 밝혀왔다. 간만의 좋은 소식에 당연하게도 다시 활기를 띠었을 것이란 기대를 안고 사북을 찾았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라디오에선 전날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확진자의 소식이 보도됐다. 그 결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의 결과로 얻은 '생활 속 거리두기'를 반납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들었다. 결국 서울시내 유흥시설에 운영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한정 없는 기다림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강원랜드 관계자는 "단계적 개장을 추진하는 과정인데…문화체육관광부의 결정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무책임한 한두 명의 선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극대화됐고, 그 결과 가운데 하나로 강원랜드의 정상 개장으로 가는 길은 다시 험난해졌다. 

다만 강원랜드 관계자는 "비말 가림막을 포함해 최선의 방역 시스템을 완비했다"라며 "당분간은 회원제 운영을 지속해서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을 열기로 한 강원랜드의 방역에 대해선 신뢰할 수 있다. 강원랜드에 대한 믿음보다는 강원랜드가 처한 절박한 상황이 최선의 방역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국에 회원제 개장을 허락한 보건당국에 대한 신뢰가 크기 때문이다. 

반면 우려스러운 사실은 강원랜드가 위치한 사북읍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지역 방역시스템이다. 행정 방역의 역량부족과 강원랜드 개장이 맞물려 문제가 우려되는 사북읍의 특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사북은 고립에 따른 외지인의 장기투숙이 많은 지역이다. 폐광 지역이었던 역사가 말해주듯, 사북은 강원도 내에서도 접근성만은 평균 이하다. 사북 읍내를 돌아다녀 보면 숙박시설이 편의점보다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카지노를 찾는 장기 투숙 관광객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북과 고한을 포함한 정선군에는 아직 단 한곳의 '국민안심병원'도 없다. 국민안심병원은 '코로나19의 병원 내 전염을 막기 위해 '호흡기 환자'의 병원 방문부터 입원까지 모든 진료과정을 다른 환자와 분리하여 진료하는 의료기관을 말한다.

즉, 강원랜드가 위치한 사북의 병원들은 모두 호흡기질환자와 비호흡기질환자의 구분 없이 진료를 받고 있는 상황. 코로나19 확산 초기 과정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신천지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집단 감염이 발생한 장소가 바로 병원이었다는 사실은 간과된 듯 보인다.

정선군은 코로나19관련 확진자가 없는 청정지역이다. 강원랜드 개장에 따른 지역 방역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 프라임경제

정선군 방역대책본부(이하 본부)가 있는 정선군 보건소를 찾아 군내 국민안심병원이 없는 까닭을 물어봤다. 담당자들은 현실적인 한계를 말했다. 본부 관계자는 "사북에 있는 병원들이 굉장히 열악하다"며 "병원마다 한 명의 의사 선생님들만 계신 상황이라서 애초에 국민안심병원을 지정할 여건이 되질 않는다"라고 말했다.

강원랜드의 개장이 유동인구의 확대를 의미하기에, 개장 단계에 맞춘 방역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본부 관계자는 "그 지역은 현실적으로 국민안심병원 지정이 불가능하다"며 "개장 이후에는 기존에 해온 방역 지침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질문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답변이다. 이들은 완벽한 지역 방역에 성공해 정선군을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선군 방역의 성적표를 매기자면, 강원랜드의 임시 휴업은 상수로 규정해야 옳다. 확진자라는 유효한 변수가 발생해야만 강원랜드의 단계적 개장에 따른 방침이 만들어진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정부가 가동했던 촘촘한 방역망은 수치로 볼 수 없던 막연한 두려움에서 출발해왔다. 그 결과 가운데 하나로 정선군 보건소는 방역대책본부로서 완벽한 역할을 수행해 왔고 이는 변함없는 사실이다. 

다만 관할인 정선군은 최근 5일장을 정상 운영하기 시작했다. 변수의 개입이 시작된 상황이다. 장날이 아니었음에도 정선시장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방역대책의 결과로 볼 수 있는 시민들의 생활모습은 코로나19가 비껴간 현장이다.

읍내 어디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 찾기가 어려웠다. 정선군보건소가 위치한 정선읍에는 의사 2명 이상의 병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도 국민안심병원은 아직 없다. 앞으로의 성적표가 달라질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모습이다.

강원랜드 개장에 따른 가장 큰 우려는 사북읍 주민들과 방문객의 접촉에 따른 코로나19 전염이다. ⓒ 프라임경제

두 번째 사북읍의 특성은 강원도와 정선군 평균에 비해 사북초·중·고의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은 것이다. 강원교육청에 따르면 사북초등학교는 정선군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학급 당 학생들이 등록돼있다. 강원도 평균과 비교해도 60%이상 높다.

사북중학교와 사북고등학교도 실정은 비슷하다. 학급당 평균학생 수는 주변지역의 인구밀도와 비례한다. 교육부가 사실상 등교에 자율성을 부여한 만큼, 11일 강원랜드의 개장이 학교 내 감염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반면 인근 상권과 일자리가 집중된 사북지역을 찾는 유동인구와의 접촉이 문제가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개장에 따라 급증하게 될 방문객과 지역 주민의 접촉이 상대적으로 높은 인구밀도에 따른 영향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사북읍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불특정 다수의 강원랜드 방문객과 주민들 사이의 감염병 전염 방지 방안을 물어봤다. 

결론부터 꺼내놓자면, 사북읍 관계자는 강원랜드의 방역망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이 막연한 기대는 사북을 찾는 외부인의 방문 목적이 강원랜드라는 논리에서 출발해 카지노에서 유증상자와 감염자가 걸러지기를 바라고 있는 수준이다.

읍 관계자는 "강원랜드가 철저한 방역 시스템을 완비했다"라며 "방문객들에 대한 완벽한 검역과 내부 감염을 막는 방역으로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 주민들은 '굶어 죽나 병(코로나19)에 걸려 죽나 똑같다'라고 말한다"며 "원천적으로 사북을 찾는 모든 사람들을 검역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앞으로의 방역 계획도)크게 차이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날(7일) 사북읍 행정복지센터에서는 방문자에게 손 소독을 권할 뿐, 채열을 검사하지 않았다. 읍 관계자는 "전날까지는 채열을 실시했다"며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해 채열 검사를 중단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커피숍, 전당포, 주차장과 시장에서 만난 시민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은 정선읍에서 간혹 눈에 띌 뿐, 대다수의 시민들이 맨 얼굴로 살아가고 있었다.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은 청정지역이기 때문일까. 이들에게 강원랜드의 개장이 마스크를 선물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벤트가 아닐까. 마스크를 벗은 자신감의 기반은 서로에 대한 신뢰에서 왔을 것. 코로나19 전염성에 대한 두려움이 서울과 다르다는 것을 체감했다.

사북과 인접한 고한의 경우에도 단 한 곳의 국민안심병원도 지정된 바 없다. ⓒ 프라임경제

마지막 사북지역의 특성은 흔히 콤프로 불리는 하이원 포인트다. 콤프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사용한 금액에 따라 지급받는 마일리지 제도다. 사북이 포함된 정선군, 태백시, 영월군, 삼척 도계읍 등 폐광지역에 위치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하루에 8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이 콤프는 현금이 떨어진 도박꾼들의 마지막 밑천이다. 1600개에 달하는 각 가맹점마다 월 300만원씩 결재가 가능하다. 사북과 고한 일대에서 플래카드에 적힌 '콤프현금교환'은 '콤프깡'을 의미한다. 꽤 많은 인근 상권에 300만원짜리 추가 매출 수단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때문에 강원랜드 휴장으로 인해 '사북이 멈춰버렸다는 말'은 더 이상 '콤프'를 사용하는 고객을 만나기 어렵다는 말로 이어진다. 카지노 소비금액이 클수록 유통되는 콤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카지노가 멈춘 뒤, 300만원짜리 추가 매출이 사라진 것.

행정력의 동원이 절실한 까닭이다. 굶어 죽는다는 말은, 이 작은 동네에 형성된 시장을 지탱해온 자본가운데 매월 48억원의 공백이 치명적이라는 의미와 다름없다. 

하지만 고한읍과 사북읍의 행정복지센터에서 콤프의 손실을 복구해 줄 방안은 들을 수 없었다. 행정기관에서 동원가능한 예산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행정력의 한계는 강원랜드 개장을 지역의 염원이 되게 했다. 

또 다른 우려도 있다. 강원랜드 임시 휴장과 함께 콤프를 쓰기 위해 정선에서 태백과 영월, 삼척을 거치는 유동인구의 수도 감소했다. 반대로 강원랜드 유입고객이 늘어나면 해당지역의 유입인구도 늘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휴장기간, 강원랜드는 콤프의 결재수단을 기존 '마그네틱 카드'에서 '어플리케이션'으로 변경했다.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보다 건전한 콤프 사용을 지향할 수 있게 됐지만, 가맹점당 월 결제 한도가 정해져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선 유동인구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안심하는 분위기가 코로나19확산 우려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역의 방역 책임자들을 직접 만났지만 강원랜드 개장에 따른 뚜렷하고 마땅해 보이는 정책이 준비되지 않은 사실은 우려를 더욱 깊어지게 만든다. 

한편, 정부는 현재의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인해 등교 개학을 연기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고 판단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용인시 확진자 사례에 따른 감염 상황은 역학조사 초기단계"라며 "아직은 규모로 봐서 등교  연기를 거론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강원랜드의 단계별 개장도 다음 순서를 향해 진행될 것이다. 정부라도 나서서 폐광 지역에 외부인구 유입에 대한 마땅한 방역 대책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식당 주인에게 취재중인 사실을 밝히자 "(강원랜드) 정상개장이 되야 한다"면서 "강원랜드가 문을 안 열면 이 동네 다 굶어 죽는다. 우리도 같은 국민인데 국민더러 죽으라고만 하지 말고 병 걸린 사람들 도와준 것처럼 굶어죽는 사람들 도와줄 방법을 빨리 마련해서 정상 개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죽하면 병 걸려도 좋으니 강원랜드 문 열어 달라고 하겠냐"고 화를내던 그는 결국 "너무 힘들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식당안을 채운 무거운 공기는 강원랜드 개장에 대해 비판할 용기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무거워진 마음으로 서울로 향하는 귀갓길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낮의 햇살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와이퍼가 작동을 시작하고 나서야 맑았던 하늘이 어느새 어둑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서울로 진입하자 우산 아래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굴을 가린 사람들을 보고서야 느끼는 안도감과 그 이면에 솟구치는 먹먹함이 상충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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