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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삼성생명 상장 10년, 이재용 사과와 21대 국회

그룹 향방 결정할 중요한 순간 '보다 나은 삼성' 만들 기회 잡을까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20.05.12 00:06:09
[프라임경제] 10년 전 오늘은 한국거래소 기준 역대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던 삼성생명의 상장일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삼성그룹은 앞으로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순간에 처해있습니다. 다름 아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박근혜·최순실에 대한 뇌물 혐의 재판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결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6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노조문제'등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지목한 내용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 연합뉴스


그간 이 부회장 측은 기존 재판부가 요구했던 준법감시위원회 활동과 이 부회장의 사과 등 양형에 반영될 요인들을 착실하게 준비해왔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재판부 기피신청 기각 결정에 대해 재항고한 사건을 2부에 배당했다고 밝혔습니다. 누가 판결할 것인지에 대해 판단을 시작했다는 얘기죠. 

10년 전 오늘로 돌아가 삼성생명의 상장과 이 부회장의 재판이 어떻게 엮여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 5월12일 삼성생명의 거래대금은 1조1012억9032만5000원으로 달하며 종전기록(2010년 3월17일 대한생명의 5821억8279만8850원)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2009년 12월 삼성증권은 10:1 액면분할을 거치며 주당 액면가 500원짜리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공모에서 11만원을 기록했지요. 상장 첫날 거래를 통해 삼성증권의 주식은 11만원 이상의 가치를 한다는 사실을 시장에서 확인받았습니다.

이 시점에서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의 지분 20.76%(4151만9180주)은 4조5671억원에 육박하는 가치를 지니게 됐습니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두 종목의 지분가치로만 8조원이 넘는 주식 부자 1위자리에 등극하지요.

앞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내던 김상조 당시 한성대 교수(현 청와대 정책실장)는 이러한 삼성생명의 상장에 대해 '이상하다'고 평가했습니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72163)

그 근거로 △신주를 발행하지 않은 것과 △이건희 회장이 구주를 팔지 않은 것을 지목했습니다. 김 실장의 당시 의견은 '삼성생명의 상장이 향후 그룹의 지배구조에 주는 영향' 때문이었지요.

특히 이 회장의 기존주식 매각이 없는 이유에 대해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지분은 그룹의 지배구조와 승계구도를 위한 핵심자산들'이라며 '3세 자녀들로의 승계 및 계열분리를 위한 밑그림이 완성된 이후에나 가능한 일'로 규정지었습니다. 

김 실장의 주장대로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회장은 아직도 삼성생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금산분리 적용을 피하기 위해 최대주주자리에 이 회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가장 최근의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이 회장이 보유한 20.76%의 지분은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습니다. 바로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자회견입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이 부회장은 이날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못박았습니다. 

이 부회장이 언급한 경영권이 삼성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지분을 의미한다면 이 회장이 갖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과 이 부회장이 갖고 있는 주식(0.6%)을 후대에 물려주지 않겠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렇다면 장기 계획을 갖고 실행해오던 삼성그룹의 구체적 지배구조 개편방안에도 변화가 필요해집니다. 참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발언도 내놓았었습니다.

사실 이 부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승계작업을 펼칠 것인가에 대해 궁금해하던 세간의 관심이 줄어들게 만든 마법같은 발언이지요.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승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궁금증은 향후 삼성그룹의 재편 방향으로 향합니다. 아마도 삼성그룹이 처한 상황을 이해한다면 예측의 범위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설명이 복잡하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권과 삼성그룹의 지배력을 구분하고 금산분리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삼성전자에 미치는 삼성생명의 영향력을 알아봅시다. 지난 연말 기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은 우선주 포함 8.99%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의결권 있는 주식은 8.83%에 달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지분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삼성생명은 4월 장내에서 보통주 39만4761주와 우선주 1만6992주를 팔았습니다. 일부 지분이 감소했지만 영향력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는 삼성생명에 대한 이 회장과 이 부회장, 그리고 삼성물산 등 특수관계인 보유지분이 47%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두 가닥의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 가운데 하나인 삼성생명에 대한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의 영향력은 유효한 상황인 것이죠.

하지만, 삼성그룹 그리고 이 회장과 이 부회장에게 삼성생명 문제는 조만간 정리해야 할 숙제입니다. 바로 금산분리규제 때문이지요. 김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문제는 삼성생명이 고객의 돈을 이용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 실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가 됐다면 '지주회사 보유주식 한도 확대' 방안에 따라 삼성생명은 당장 삼성물산에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방안을 마련해야 했을 것입니다. 코로나19 등 당면한 국정과제가 급증함에 따라 이 법안은 정무위에 계류하다 결국 폐기가 되고 말았죠. 

법안을 내놓았던 공정위는 "21대 국회에서도 법 개정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즉 삼성생명에게 법안 폐기는 의미가 없다고 봐야 맞습니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시간문제라는 말도 나오고 있고요.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변수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2017년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발의했던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입니다.

흔히 '이학수 법'으로 알려진 이 법안에서 ‘특정재산범죄’란, 형법상 횡령·배임(제355조), 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제356조) 죄 중, 그 범죄행위로 인해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0억원 이상인 죄를 말합니다.

회기를 지나 폐기된 이 법안이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지난해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수조원대 국내외 재산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등을 기획, 총괄한 사람으로 알려진 이 전 부회장은 당시 국세청의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10월 국세청은 이학수 전 부회장의 가족 소유 엘앤비인베스트먼트에 대해 수 억원의 법인세를, 장남과 차남에게는 각각 증여세 십수억원 등 이 전 부회장과 그 일가에 약 20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각각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21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의 재 발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된 상황이지요.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 어쩌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보다 가능성 높은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입니다. 박 의원은 '자산운용비율(3%)을 초과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해 '불법-탈법 범죄경영'을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하는 보헙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는데요.

박 의원은 "보험회사의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총자산 및 자기자본은 시가 등을 반영하여 작성된 재무제표상의 가액을, 다른 회사의 채권 또는 주식의 소유금액은 시가 등이 아닌 취득원가를 평가기준으로 적용하여 산정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보험회사가 보유하는 주식 등 유가증권의 현재 가치를 자산운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여 자산운용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총자산, 자기자본, 채권 또는 주식 소유의 합계액은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상의 가액을 기준으로 하도록 하자'는 주장이었죠.  

또 '보험사가 자산운용비율을 초과한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함으로써 보험계약자의 돈으로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현상을 방지하고자 한다'며 신설법안의 필요성도 역설했습니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배근거는 불법으로 규정하게 됩니다.

다시 이 부회장의 승계 포기 선언과 삼성생명 지분정리 이슈를 조립해 보겠습니다.  

이 부회장은 고개를 숙여 사과하며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경영 환경도 결코 녹록치 않은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발언의 배경에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있습니다. 이번 대국민 사과가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 권고로 설립된 감시위의 요구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감시위 활동 결과를 이 부회장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감시위의 권고의 의한 사과'에 나선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포기한다고 밝힌 것이죠. 

이 재판은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삼성 측이 최순실 측에 제공한 말 3마리 구입액,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액 모두 '뇌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며 '2심 판결 파기 환송' 결과에 따른 파기환송심입니다.

파기환송심의 결과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법률의 국회 통과와 맞물릴 가능성이 발생합니다. 즉, 극단적이지만 그간 축적했던 재산에 대해 환수조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배구조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요.

삼성그룹의 고민은 당연하게도 깊어질 것입니다. 30일 임기를 개시하는 21대 국회는 다음 달 8일까지 상임위원회 구성을 마무리 짓고 개원에 돌입합니다.

아무래도 체계·자구 심사권을 쥔 법사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에 대한 처분은 감수한다 치더라도 새로 만들어진 법안에 따른 처벌까지 염려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지요.

마침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사기와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검찰은 삼바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 고위 임원을 조사한 데 이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이르면 이번 주 중 소환할 방침입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 유리한 쪽으로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판단을 고려하고, 재판부가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양형의 근거로 준법감시제도를 만들라는 권고를 내놓는 등, 일련의 사안에 대한 법리검토는 마무리 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다만 재판부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앞서 세 차례나 고개를 숙였던 이 부회장으로선 무척이나 아쉬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의미심장하게도 그날 이 부회장은 '보다 나은 삼성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장의 재판을 넘어선다 하더라도 여대야소의 21대 국회에서 어떤 법안이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그 약속을 지킬 기회조차 가늠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 그리고 21대 국회에 이목이 집중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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