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구 칼럼] '언택트 시대'의 공감

2020-05-13 14:05:06

[프라임경제] 서울 한 대학에 재직 중인 A 교수의 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는데, 그럭저럭 수업은 이뤄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학 교육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듯하다. 학생들이 내 강의를 이해했는지, 공감하는지를 확인하기 힘든 점이 가장 아쉽다."

온라인 강의는 한 방향의 지식 전달 위주로 이뤄질 뿐, 강의 성공에 필수적인 피드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부 성급한 사람들은 시대 상황과 IT 발달을 고려해 '대면 수업'을 줄이고 '비대면 수업'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일부 대학들처럼 우리 대학들도 강의 동영상을 일반에도 공개해 사회의 지적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미 국내 대학 중에 교수들의 강의 동영상을 유튜브 등에 업로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A 교수는 이런 의견에 고개를 내저었다.

깊이 있는 토론과 비판이 결여된 단순 지식 전달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스승과 제자가 인류의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 대학인데, 디지털 기반의 온라인 강의만으로는 그런 지적 활동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이 새내기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입학식을 못했을 뿐 아니라 교수, 학과 친구들의 얼굴 한 번 본 적 없이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강의에서 접하는 대학 교수가 사이버 캐릭터처럼 느껴진다는 새내기들도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20학번 신입생들은 학과 친구들과의 소통에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같은 과 입학생들의 메신저 단체방도 개설돼 있지만, 대화를 어색해하는 학생들이 많아 대부분 조용하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정보통신 기기에 사용에 익숙하고 소셜 미디어 활동을 통해 미지의 사람들과 네트워킹에도 거리낌이 없는 신세대들이지만, 정작 비대면 수업이란 낯선 환경 적응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이다.

소통이란 말의 라틴어 어원은 '공유한다'는 뜻의 'communicare'이다. 이 단어에서 공동체, 상식 등의 용어도 유래했다. 소통이란 말 자체에 '공유', '쌍방향' 등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

교육 현장 뿐 아니라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그렇지만 소통과 공감을 위해 서로가 무엇을 공유하고 상대방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남과 소통하면서 공유한 경험이 공감의 원천이란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주장을 무턱대고 강요하거나 주입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편협한 주장을 타인에게 강요하면서 소통한다고 우기거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를 남 탓으로 돌리는 사례마저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전통적인 대면 중심의 인간관계에서도 소통과 공감은 쉽지 않았다. 소통은 언어적 요소뿐 아니라 비언어적 요인까지 함께 작용하는 미묘하고 섬세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언택트 관계'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교수와 학생이 대면 수업을 공유한 경험이 없다면, 온라인 강의에서 아무리 자주 만나도 원활하게 소통하고 공감을 얻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현실에서 경험하고 있다.

이는 교수나 교사들만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사회 변화와 시대 상황에 따라 비대면 활동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인, 정치인, 종교인, 문화?예술인들에게도 숙제다. 언택트 시대의 성공적인 소통과 공감을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컨택트(contact)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김영구 대한의학레이저학회 이사장 / 연세스타피부과 대표원장(피부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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