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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 2의 이천 화재' 예방··· '후진적 건설문화' 타파해야

업계 관계자 "안전보다 단가 중요, 저렴·위험한 건축자재 사용"

김화평 기자 | khp@newsprime.co.kr | 2020.05.14 20:44:40
[프라임경제]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지난 달 23일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건설안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올해 사고사망자를 360명대로 낮추고, 2022년까지 250명대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4월29일 한익스프레스(014130) 남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했다. 후진적 건설문화를 타파하지 않는 한 향후 유사한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과거에 일어났던 유사한 사고가 대형 참사 형태로 되풀이됐다는 점에서 매우 후진적이고 부끄러운 사고였다"며 "사고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2008년 냉동창고 화재사고 이후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대책을 마련했고 정부도 화재 안전 대책을 강화해 왔는데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국토부는 지난 8일 건설현장 화재사고 예방과 근원적 대책 마련을 위한 건설안전 혁신위원회 2기 킥오프 회의(장관 주재)를 개최했다. 이날 국토부는 건축자재 기준을 강화해 이번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가연성 건축자재와 폭발 우려가 높은 유증기가 발생하는 뿜칠작업 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건축물 마감재와 단열재에 대한 화재성능을 지속 강화했지만, 내부 단열재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었다. 이에 국토부는 내부 단열재에 대한 화재성능 기준을 마련하고, 창고·공장 등에서는 가연성 샌드위치패널 사용을 전면 제한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이윤만을 추구하는 후진적 건설 문화를 타파하지 않는 한 되돌이표"라며 "안전보다 단가를 생각해 저렴하고 위험한 건축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천 화재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가연성 샌드위치패널은 실제로 대형 화재의 주범으로 꼽힌다. 단적인 예로 가연성 샌드위치패널로 지은 영국 그렌펠타워에서 2017년 6월14일 발생한 화재는 사망자 약 80명, 부상자 93명을 낳았다. 이를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재빨리 해당 문제를 시정하지 않았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줄곧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가연성 샌드위치패널 뿐만 아니라 PVC창호 사용도 제대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국내에서 지난 2017년 12월21일에 발생한 충북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사망자 29명, 부상자 38명)사건 때 전문가들은 알루미늄창호가 아닌 PVC창호가 외벽에서 발생한 열기류를 견디지 못해 인명피해를 더욱 키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업에 있는 사람들은 최저가입찰제를 신경 쓰느라, 그동안 친환경·화재위험·지진위협에 대해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2일 이천 화재 현장에서 4번째 합동 감식이 벌어지던 때,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또다시 샌드위치패널로 만든 창고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중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국가는 좋은 건축자재·기술을 사용하도록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며, 소비자는 안전과 친환경성을 꼼꼼히 따지고 적극적으로 요구해 환경 파괴적이고 안전하지 못한 건축자재를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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