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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의 교육 다반사⑤] 산책, 헤밍웨이 그리고 꿈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 press@newsprime.co.kr | 2020.05.14 20:46:45

[프라임경제] 주말 아침이면 조금 멀리 산책을 가곤 한다. 천과 강이 만나는 곳까지 걷다 보면 피로보다는 상쾌함이 커 기분을 맑게 한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물고가 튀어 오르는 모습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한 시간 남짓 걷다가 잠시 쉴 때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의 모습이 보였다. 네 개의 낚싯대를 강에 드리운 채 담배를 태우고 있는 모습을 나도 모르게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다. 처음엔 고기가 잡히는지 궁금했다.

그러다 문득 헤밍웨이가 떠올랐다.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산티아고는 84일이 넘게 고기를 잡지 못했다. 아무도 그가 고기를 잡아 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노인은 변치 않는 마음으로 조각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떠난다. 여러 날의 사투를 통해 그는 거대한 고기를 잡는다.

상어떼의 습격으로 살점을 잃은 뼈만 싣고 항구로 돌아온다. 이 작품을 떠올리면 손을 파고드는 낚싯줄이 전하는 통증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만 같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헤밍웨이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사상가이면서 사회운동가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였다. 스페인 내전(1936년)에도 직접 참전했으며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썼다. 적극적인 투쟁의 의지가 작품에도 잘 드러나 있다.

10년 간의 절필 뒤에 '노인과 바다'가 나왔을 때, 이전과는 다른 경향의 글에 독자들은 낯설어 했다.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지만 숭고한 의지라는 핵심적 주제와 범접할 수 없는 필력에 독자와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퓰리처상(1953년)과 노벨상(1954년)을 동시에 수상한 '노인과 바다'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지금은 고전의 반열에 당당히 올라있다. 이 작품의 주제는 분명하다.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말고 지켜가라."

우리 아이들에게 분명, 가치 있는 메시지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통과 인내를 감수하는 것은 아이들의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가치관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러 개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던 산책길의 강태공에게서 배울 수 있는 메시지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산티아고처럼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모든 열정을 바치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칫 실패를 경험했을 때 현실적으로 너무도 큰 고통을 느낄 가능성도 크다.

특히 지금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고 다양한 가치가 혼재하는 상황 속에서 어느 하나에만 모든 것을 거는 것을 권하기란 쉽지 않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도하는 노력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의 과정 속에서 자신이 매력을 느끼고 몰입할 수 있는 방향을 찾을 수도 있고, 미처 알지 못하던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일이 어떤 것인지, 좋아하는지 모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의 낚싯대에서 실패를 경험한다 하더라도 금방 재기하고 일어설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사실은 삶에 큰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도 처음부터 하나의 일을 완벽하게 해내진 못했을 것이다. 여러 낚싯대를 드리웠다 해서 물고기를 잡는 마음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산티아고나 산책 길 우연히 만난 강태공이나 바라는 마음은 같다.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낚시를 준비하고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개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간절한 마음으로 꿈을 낚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일 것이다.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만수북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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