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오늘] 무리한 배수진 승부 뛰어들었던 두산건설의 추락

2020-05-18 06:55:26

- '지키지 못할 약속' 고덕6단지 무상지분율 174%…"자충수에 무너졌다"

▲두산그룹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으로 두산건설의 위기가 꼽힌다. ⓒ 두산



[프라임경제] 최근 두산그룹은 중간 허리 역할을 하는 두산중공업이 커다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그룹전체가 삐걱대고 있습니다. 두산중공업의 위기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두산건설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10년 전 두산건설은 악화일로의 미래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세간에서는 두산건설이 본격적으로 위기에 빠진 배경으로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의 대규모 미분양과 이로 인해 발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지목합니다.

2009년 야심차게 추진한 270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였던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2오너4세로는 최초로 회장직에 올랐던 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두산건설 회장으로 취임한 첫 해에 추진된 대규모 역사였습니다.

하지만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2013년 준공까지 분양물량을 털어내지 못했고 아직까지도 일부 대형평형이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아픈 손가락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때 발생한 손실금액은 164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산건설은 이렇게 부실이 발생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음에도 2010년 수주전에서 무리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10년 전 오늘 고덕지구는 그 직전 주말인 2010년 5월15일 시공사선정 총회에서 두산건설을 시공사로 결정한 고덕6단지재건축사업 이야기로 들썩였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무상지분율' 때문이었습니다. 무상지분율은 조합원이 추가분담금 없이 넓힐 수 있는 평형비율을 의미하는데, 두산건설이 174%라는 역대급 제안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안에 힘입어 두산건설은 강력한 경쟁자였던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컨소시엄을 물리치고 고덕6단지를 품에 안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문이 돌자 인근의 2단지를 포함한 고덕지구 전체가 시공사 선정을 미루고 무상지분율 상승을 검토하는 헤프닝까지 벌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두산건설은 이런 무리한 제안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고, 확정지분제 130%로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다시 제안했지만, 결국 고덕6단지와 본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2015년 결별하고 말았습니다. 무상지분율은 '무리한 배수진'이었던 셈입니다. 고덕6단지는 이후 GS건설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대규모 미분양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으면서도 또 다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무리한 제안을 했던 두산건설은 다른 사업장에도 장기간 착공이 지연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등으로 만성적자에 허덕이면서 이를 구원하기 위해 두산중공업의 힘을 빌렸죠.

업계에서는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을 통한 자금지원 등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게 지원한 자금이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두산건설은 최근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어온 천안 성성레이크시티 두산위브의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사업추진을 위해 시행사에 빌려준 채권 1157억원을 회수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 분양수익과 준공 뒤 공사비를 받는 것을 감안해도 채권회수금과 큰 차이가 없어 이번 철수를 결정했다는 것이 두산건설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물론 두산건설의 앞선 위기와 실패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요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사업성을 따져보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들이 막대한 금융비용을 발생시키기고 수익을 악화시켰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2018년과 비교해도 직원 수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두산건설은 신용도까지 낮아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두산위브'라는 브랜드만 남은 껍데기라는 악평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물론 만약 10년 전 두산건설이 무리한 사업추진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은 무의미합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 '호반써밋플레이스' 브랜드를 '호반써밋'으로 리뉴얼하고 판교에서부터 광교·광명·하남미사 등에서 택지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상승세에 올라탄 호반건설과 비교한다면 아쉬움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2010년 당시 시공능력평가 10위였던 두산건설이 23위로 내려앉은 반면, 62위에 불과했던 호반건설이 10위에 올라서면서 최근 강남권 정비사업진출까지 시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사실은 더욱 극명해집니다.

이제 두산건설을 포함한 두산그룹은 사업성공을 위한 배수진이 아닌 그룹사활을 건 배수진을 쳐야하는 지점에 와있습니다. 두산그룹이 10년 전을 반면교사 삼아 생존을 위해 무엇을 결정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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