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조합장 사찰 당했다" 이촌현대아파트, 포스코건설과 '결별 준비'

2020-05-20 10:20:02

- 발신불명 괴문서까지···재건축 전문변호사 "공포감 조성에도 처벌 가벼워"

▲이촌 현대아파트 입구에 게시된 시공사 협약 해지 임시총회 공고 현수막. = 김화평 기자



[프라임경제] 도급시공사 및 공동시행자인 포스코건설과 결별을 준비 중인 서울 용산구 이촌현대아파트 리모델링조합에 현직 조합장 미행사찰(伺察) 논란이 불거졌다.

이촌현대아파트는 현재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8개동 653가구·상가 59개에서 9개동 750가구·상가59개로 기존 가구들의 평형을 늘리고 97가구가 추가로 분양하는 수평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이촌현대아파트는 1974년 12월 준공해, 세워진 지 46년이 지났지만 여러 제한사항으로 인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곳이다. 2006년 조합이 설립됐고 2015년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후 여러 곡절 끝에 2017년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많은 어려움을 넘어섰지만 이번에는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물가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에 대한 이견이 발목을 잡았다.

조합은 가계약서 8조 제1항 제1호에 적시된 대로 건설공사비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중 낮은 것을 채택해야 하고, 현 사업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증액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2015년 가계약 당시 기준으로는 약 93억원이 증가하고, 2017년 재선정기준으로는 29억원 수준에서 증가분이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포스코건설은 2015년 가계약시기부터 2017년 재선정시기까지와 그 이후를 각각 다른 기준으로 공사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5년 12월에서 2017년 5월까지는 소비자물가지수를, 2017년 5월 이후 분은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공사비 증가액은 238억원이 된다는 계산이다.

공사비 증가분과 실 착공이 지연되는 문제에 대한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조합에서는 시공사 결별 수순에 돌입했다. 오는 23일 임시총회를 열고 협약 해지를 결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촌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사무실 앞. 현재 조합에서는 공사비증액에 관한 이견으로 포스코건설과 결별을 준비 중이다. = 김화평 기자



문제는 시공사 결별 수순에 돌입하자 실체를 알 수 없는 개인과 단체 명의로 조합원들에게 괴문서가 발송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부터 △리모델링조합원 △이촌현대아파트 주민 △올바른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모임이라는 발신명의로 김포시와 서울 강서구 등지에 발송된 우편물이 그것이다.

해당 우편물에는 이근수 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이 포스코건설과 협상과정에 감정적인 문제로 시공사결별을 추진하고 있으며, 포스코건설 외에는 해당 사업지에 들어올 건설업체가 없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사업비 대출 과정에서 사업 이후 이익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특정인들을 포섭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이에 대해 이근수 조합장은 포스코건설이 사업비 대여를 중단해 자체적으로 돈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인연대보증을 선 조합원에게 부담에 대한 보상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비 대출과정에서 포스코건설에서 시공사연대보증을 해주지 않아 은행에서 개인연대보증을 요구했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담을 안고 보증인으로 나설 조합원을 위해 궁여지책으로 보상책을 마련해줘야 했다는 사정이다.

이근수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의견 제시는 당연한 것이다. 조합장이 된 후 오히려 가족들이 왜 굳이 조합장을 맡아 받지 않아도 될 비난을 받느냐는 걱정도 했다"면서 "하지만 실명을 밝히지 않고 전혀 다른 지역 우체국 직인이 찍힌 우편물을 발송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언론매체 더팩트에 따르면, 신원불상의 사람들이 단지 안팎에서 조합장을 미행하면서 동태를 파악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등 사찰을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촌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이 시공사 지위 해지 임시총회개최를 추진하는 가운데, 신원미상의 인물들이 이근수 조합장을 미행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미행자 휴대폰에 촬영된 이근수 조합장 사진을 찍은 모습. ⓒ 조합원제공



실제 인근 파출소에서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확인된 미행자의 휴대전화에서는 이근수 조합장이 단지 밖에서 외식을 하는 모습이나 조합 총회에 참석한 모습, 자택으로 귀가하는 모습 등이 촬영된 사진이 발견됐다.

해당 미행자들은 "그저 아는 지인이 일거리를 준다고 했을 뿐 누구의 지시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에서는 우선 시공사 지위 해제 및 새로운 시공사 물색이 급하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은 미루고 있는 상태다.

조합 관계자는 "미행은 일반적으로 처벌수위가 낮다고 해 다가온 총회를 앞두고 사업추진을 위해서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단순 미행이 아니라 조직적·체계적으로 조합장을 미행한 것이 확인된 경우 정식으로 형사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행·사찰이 처벌수위가 낮은 경범죄에 속하지만, 개인에게 공포심을 줄 수 있는 행위인 만큼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비사업 법률 전문가인 장민수 변호사(법무법인 산하)는 "일반적으로 현행법상 미행의 경우는 '경범죄 처벌법'에 의해 1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수위가 낮다"면서 "그러나 이른바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에 뒷조사를 의뢰하거나 GPS의 사용으로 위치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위치정보를 수집해 이용한 경우에는 신용정보보호법 또는 위치정보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벌수위를 떠나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개인에게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는 이런 행태가 반복되는 것은 심각히 우려할 만한 사안"이라면서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재개발·재건축 분야 전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이런 유사한 사건들을 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우려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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