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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저금리에 대부업체들 돈 쓸어담는데도 서민 대출길 꽉 막혀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0.05.21 08:29:22
[프라임경제] 최근 계속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가 금융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분위기입니다. 더군다나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한 이들이 늘면서 대출 수요 역시 급증했지만, 은행과 대부업체들은 이들을 모두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은 10년 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1금융권에서 외면당한 저신용자들은 저축은행 및 캐피털 등 제2금융권을 향해 구원의 손길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하면서 자연스레 불법과 고금리의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죠.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저신용자들에겐 높디높은 '대출의 벽'.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며, 또 해결 방안은 없는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대부업체 호황에도 고금리 고통에 시달린 서민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0년 5월20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2009년 말 기준), 대부업체 6850곳이 167만4000명에게 5조9114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2009년 3월보다 분석 대상 업체가 976곳이 줄었음에도, 대출금은 7538억원(14.6%) 늘어난 수치죠. 대부업 대출 유형을 살펴보면, △신용 78.6%(4조6445억원) △담보 21.4%(1조2669억원)이었는데요. 

당시 은행들이 외면한 저신용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10배가량 높은 이자를 감수해야 하는 대부업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기 때문이죠. 은행권 대출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었음에도, 대부업 평균 금리는 오히려 2009년 3월과 비교해 신용대출(41.2%)과 담보대출(41.2%) 모두 2.8%p, 3.9%p 올라갈 정도였죠. 

10년 전인 당시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 역시 서민금융 지원 필요성을 인식해 '서민금융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물론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 역시 서민금융 지원 필요성을 인식해 그해 4월 '서민금융 지원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상호금융회사나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들을 활용한 저신용 서민 대출 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마련됐죠. 

하지만 정부와 함께 보증을 약속한 금융회사들이 대부업체 신용정보 공유를 요청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죠. 

당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85%를 보증하더라도 나머지 15%에 대한 리스크를 은행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은행 입장에선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서도 대출 이용 고객들의 대부업체 이용 경력이 필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대부업체들은 당연히 이런 요청에 반발했습니다. 더군다나 당시 대형 대부업체들 감독권이 지방자치단체에 있었던 만큼 관련 법적 규제도 없던 상황이었죠. 

이런 결코 적지 않은 논란이 끊이지 않자 금융당국은 대부업체 감독권을 금융위로 이관했습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대형 대부업체가 3개월 이상 연체정보 외에 대출잔액 및 연체금액 등 대출 정보도 제도권 금융사와의 공유 방침도 제시했죠. 

은행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이나 신협,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회사가 저신용자 신용대출을 늘리기 위해선 전체 대출잔액이 무려 6조원에 달하는 대부업체 정보를 조회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대부업체가 대출정보를 금융사와 공유하지 않을 경우 법으로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라고 설명했죠. 

"10년 후에도 여전히 서민들은 힘들어"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여전히 서민들은 대출 받기가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급속히 늘어났지만, 은행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서민과 소상공인 대출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지만, 이번엔 수익 악화를 우려한 은행과 대부업체들이 심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출 금액 한도를 줄이는 분위기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급속히 늘어났지만, 은행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연합뉴스

최근 서민금융연구원이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지난해 말부터 저신용자 2만2179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0%가 3년간 대부업체 신청 대출이 거절됐죠. 

이중 66%는 끝내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불법적 방법을 통한 자금 마련 응답도 26%를 차지했죠. 하물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려했다’는 응답도 14%로 조사됐습니다.

물론 정부 역시 저신용자들을 위한 '햇살론17' 정책금융상품을 지난해 출시하기도 했죠. 일시적이나마 금융수요를 충족시켜 사금융으로의 이동률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었죠. 

하지만 이런 단기 처방책은 저신용자 금융소외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서민금융시장 육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죠. 코로나19는 신용등급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괴롭힐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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