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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종합·전문건설업 업역규제 철폐…준비과정 어디까지 왔나?

종합·전문 상호발전 취지…분분한 이견에도 별다른 대책 없어

김화평 기자 | khp@newsprime.co.kr | 2020.05.21 17:28:05

국토교통부가 2018년 11월7일 발표한 '칸막이와 다단계 없는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 일부. ⓒ 국토교통부



[프라임경제] 업역규제 철폐가 오는 2021년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2022년 전면 시행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정부와 종합·전문 건설업계 모두 이를 대비한 구체적 대책 마련은 미비한 실정이다. 

앞서 2018년 12월7일 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역규제를 전면 폐지하는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당초 개정안은 건설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건설업계의 경영전략 재편 등을 감안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치기로 했다. 

이렇게 설정된 유예기간이 끝나고 내년부터 공공공사에 우선적용, 내후년에 민간공사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공사에 따라 종합·전문 시공자격을 제한하는 업역규제는 12개 이상 공종으로 이뤄진 복합공사는 종합건설업체가, 단일공사는 전문건설업체만 수주가능 하도록 하는 제도로 1976년부터 시행됐다.

업역규제 도입은 1950년 전후 발생한 건설업체 난립을 방지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하지만 △직접시공을 기피하고 하도급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페이퍼 컴퍼니 증가 △수직적인 원·하도급 관계 고착화 △기업성장 저해 △기술발전에 따른 공종과 공사의 불합치 등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하면서 폐지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1990년대 말부터 전면적 개선 논의가 반복적으로 제기됐지만, 칸막이식 규제 존치로 사업물량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일부 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발목을 잡았다. 

지지부진하던 논의는 건설업 전체 파이를 키울 필요성 속에서 종합·전문건설업계가 서로 양보해 합의에 다다르면서 2018년 12월 개정안 의결로 이어졌다.

당시 종합·전문건설협회는 업역규제 폐지로 상호시장 개방에 따라 사업영역이 확대되고 양 업계 간 고질적 업역 갈등이 최소화되는 등 긍정적 변화가 기대된다는 공식적 환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여전히 종합·전문건설업체 간이나 대·중소기업 간 대립구도가 이어지면서 구체적인 합의점과 대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업계 모두 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현재 건설업계는 외부적으로는 업역규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 간의 차이로 인해 업역구분의 필요성에 대한 이견이 상존하고 있다. 여기에 전문건설사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큰 업체와 작은 업체 간의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

◆종합건설업계 "직접 공사할 수 있는 상황 아니야" 

종합건설업체들은 관리자 위주로 구성된 직원들이 하도급 업체들을 관리하는 현행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점이 불가능에 가까운 조치라는 입장이다.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종합건설사 입장에서는 좋을 수 없는 법이다. 아파트를 지으려면 수천 명이 들어가서 일해야 한다. A대기업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3000명이 일한다면, 진짜 A기업 직원은 10명밖에 없다. 그 10명에게 직접 전기 깔고 철골 올리라고 하면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하청구조를 없애고 A에게 직접 다 하라고 하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실 시공능력평가 200위권에 드는 종합건설업체는 회사 이름으로 수주하고, 인허가 받고, 계약관계 정리하고, 하청업체 간의 공정 일정 조절 등의 일을 한다"면서 "이렇듯 역할이 나뉘어 있는데 직접 공사를 하라는 것은 실정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건설업계, 상대적 큰 업체 · 작은 업체 간 입장 차이 존재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큰 업체가 아닌 작은 업체는 업역이 없어지면 오히려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태 대형건설사에서 하나의 공정만 하청 받아서 일하면 됐는데, 거대 전문건설업체에서 컨소시엄을 만들어 공사를 수주할 경우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전문업체 한 종사자는 "업역을 터서 종합업체들이 단일 업종에 들어올 수 있게 되면, 대형 종합업체가 전문건설업체를 인수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전문건설협회 건설정책부 관계자는 "민감한 주제라서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전문건설협회·시설물유지관리협회·기계설비협회 등 대표적인 건설협회들과 같이 논의하고 있는 사항이고, 저희 내부적으로도 전문건설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갈 수 있게 계속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종합·전문 상호발전 취지…업계 자발적 노력 필요"

한편, 선진국의 사례처럼 발주자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시공실적과 시공역량을 감안한 입찰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종합‧전문 업역에 따라서 도급을 제한하지 않고 발주자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건설업체를 선택하고 있다.

종합·전문건설업계 모두 이러한 이견에서 발생하는 세부적인 조율을 정부에서 나서서 해결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관련 부처 관계자들도 업계의 자발적 노력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과 관계자는 "일단 법은 개정이 됐고, 곧 시행된다. 현재 건산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세부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업역 개선은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자기 역량을 더 키워서 상대 시장에 가서도 일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력하지 않는 업체는 당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 종합과 전문 모두 경쟁해서 서로 발전하자는 개념인데, 다들 가만히 있고 국가에게 다 해달라고 한다. 그건 다 같이 망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 관계자는 또 "제도를 어떻게 적용할지 몰라서 혼란스럽지 않도록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잘 만들어가겠다"며 "내년부터 업역을 터서 진행되는 상황, 시장 변화들을 계속 모니터링 하며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금 시점에서 시장 변화까지 정확히 진단해 진행하긴 어렵다. 그래서 각자가 불리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건설이 제도화된 이후에 한 번도 이런 것을 안 해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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