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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국내 백화점도 '직매입' 구조 가능할까

국내 최초 직매입 도입 'NC백화점' 1호점 오픈

김다이 기자 | kde@newsprime.co.kr | 2020.05.22 08:52:50

[프라임경제] 백화점은 대표적인 유통업체 중 한 곳이죠. 보통은 입점업체에서 일정 수수료를 내고 매장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체제로 운영됩니다.

백화점에서는 '장소 대여' 개념으로 자리를 내주고 매출의 30~40%를 수수료로 받는데요. 그래서인지 상품 가격에서 임대 수수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죠.

그러나 10년 전 이랜드는 이러한 제도에 반기를 들고 직매입 운영방식을 도입한 'NC백화점' 1호점을 국내 백화점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이랜드리테일이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내에 국내 최초로 도입한 직매입 백화점인 NC백화점 1호점을 오픈했다. 고객들이 오픈을 앞두고 가든파이브 중앙광장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백화점이 직매입을 하게 되면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줄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더 합리적인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백화점 입장에서도 입점업체 매출의 몇 퍼센트씩 수수료를 받을 때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직매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고처리' 인데요. 백화점이 직접 매입하게 된 상품이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고상품 역시 백화점에서 고스란히 떠안는 것이죠.

◆NC백화점, 업계 최초로 '직매입 비중 50%' 운영

이랜드는 수십 년간 지속된 백화점의 운영방식에 반기를 들며, 백화점이 직접 패션업체들로부터 상품을 사서 판매까지 직접 하겠다고 두 팔 걷고 나선 것입니다.

이랜드는 국내 백화점들의 직매입 비중은 5%에 불과하고, 직매입 백화점으로 유명한 미국의 메이시 백화점도 40% 수준이라며 NC백화점의 직매입 비중이 50% 이상인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시작했습니다.

당시 1호점의 패션브랜드 직매입 비중은 50%였지만 향후 100% 직매입 백화점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죠. NC백화점에서는 해외 유명브랜드를 기존 백화점 대비 20~4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는데요. 특히 유명디자이너 브랜드는 1/10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죠.

이랜드 관계자는 "수수료 매장으로 운영되는 기존 백화점과 다르게 백화점이 직접 상품을 구매하고 재고까지 책임지는 서구형 직매입 모델을 NC백화점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NC백화점은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해온 이랜드 30년의 총결산"이라며 "백화점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당시 NC백화점 1호점에는 한 달 동안 모두 100만여 명이 방문했고 목표치 150억원을 넘긴 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좋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백화점업계, 편집숍 오픈 이어 PB브랜드 강화까지

백화점은 유통만 하는 중계가 역할이라는 것은 옛말. 매출 비중이 크지 않지만, 백화점에서 꾸준히 PB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엄선해서 들여온 해외 상품들을 '편집숍'을 통해 제공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물론 성공해서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잘 만든 브랜드 하나가 유통 수수료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죠.

롯데그룹은 2013년 신동빈 회장이 기존 매장과 브랜드에 의존하지 말고 직매입 등을 통해 롯데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 라인을 갖추라고 지시했는데요.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 '시시호시'를 선보였으며 △엘리든 △파슨스 △유닛 △탑스 △뷰 △집사 △여섯시오븐 등 12개의 PB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이 22일 선보이는 신규 스킨케어 브랜드 '오노마' 이미지. ⓒ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2000년 8월부터 '국내 1대 편집숍'으로 불리는 '분더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즌마다 바뀌는 편집숍 내 상품들은 가장 트렌디한 상품들을 엄선해 국내에 소개하고 있죠.

오는 22일에는 신규 스킨케어 브랜드 '오노마(onama)'를 통해 화장품 PB까지 손을 뻗치게 됐는데요. 이전에도 △델라라나 △아디르 △일라일 △언컷 △분더샵 카미치에 등 꾸준히 신세계백화점의 정체성을 나타낸 브랜드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 역시 자체 의류 브랜드 '1온스'에서 가성비 좋은 내·외몽고산 캐시미어 100% 머플러를 선보였는데요. 더마 코스메틱 전문 편집숍 '코스메플레이스' 등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화장품을 엄선해 판매하고 있죠.

◆'직매입' 경쟁력 있지만…재고부담은 백화점 몫

10년이 지난 현재. NC는 자체 브랜드를 40개 정도 운영하며  직매입 브랜드 비중을 높은 비중으로 갖고 있습니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재고는 점포 소진과 기획전 등을 통해 소진하고 있으며, 다년간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정판율을 높여 재고 비중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백화점과 아웃렛 등에서 식당가와 서점 등 테넌트와 특정 브랜드 입점을 통해 전체 매출 수준이 늘었다고 설명했는데요. 당시 야심 차게 준비했던 것과 달리 직매입 비중은 소폭 감소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당시 긍정적이었던 평가와 달리 NC백화점은 업계 순위권 밖의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일축하기도 했죠.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미국처럼 직매입 비중을 높이는 게 유통업계의 절대 '선'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브랜드 협상력을 고려해봤을 때 좋은 브랜드를 백화점에 입점시킬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직매입의 경우 재고 부담을 백화점이 안게 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드시 직매입이 좋다고 볼 수 없다"며 "자사도 사업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재고가 부담될 정도는 아니라 직매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브랜드를 발굴해 좋은 가격에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편집숍과 백화점만의 색을 입혀 자체 브랜드를 제작하는 것. 고객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백화점업의 특성상 직매입에 대한 부담이 있는건 사실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단순히 '저렴한' 상품이 아닌 더 많은 고객들이 찾는 '특별함'이 깃든 상품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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