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완도~광주간 고속도로 공사현장 인근 임신소 90마리 '이상현상'

하 모씨 극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5월 초 사망…발정불순, 사산, 호흡곤란 등 이어져

서경수·장철호 기자 | sks@newsprime.co.kr, jch2580@gmail.com | 2020.05.25 14:47:21

전남의 한 축산농가에서 도로공사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2달간 죽어 나간 소. 좌상 : 사산된 소옆에서 어미소가 앉아 있다. 상우 : 어미소가 죽은 새끼를 핧고 있다. 좌하 사산된 송아지, 우하 : 죽은소를 옮기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자식처럼 키워 온 소들이 죽어나갈 때,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 소재 한 축사에서 120여마리의 번식우를 키우는 하 모씨(78)는 지난 5월4일 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생을 달리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완도~광주간 고속도로 7공구 현장이 시작되면서, 여기서 발생한 소음과 분진 등으로 소들이 이상현상을 보이자 하 씨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것이 가족들의 증언이다.

하 씨의 아들 하달수(52)씨에 따르면 축사에서 50~100여미터가 떨어진 공사 현장의 연약지반을 보강하고, 터널을 만들기 위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덤프트럭이 이동, 흙을 퍼날렸다.

시공사인 대림건설은 공사시작 때 소음과 진동 대책을 세우지 않고 공사를 시작하다가, 하 씨측이 피해를 호소하자 마지못해 2주전 낮은 높이의 방음벽을 설치했다.

방음벽 없이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되다, 뒤늦게 설치된 방음벽(빨간색 표시). 축사와 이격거리가 50~100m 정도 된다. ⓒ 프라임경제


공사후 설치된 방음벽. 앞으로 10M가량을 성토해야 되기 때문에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 ⓒ 프라임경제

이곳은 지반이 낮아서 앞으로도 10m이상 흙을 성토해야 되기 때문에 추가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 씨의 축사 인근 또다른 축사는 공사현장과 50m가량 이격돼 있으나, 전체 토지를 수용해 다른 곳으로 이주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하 씨는 공사현장에 흙을 하차하면서 발생하는 기계 파열음이 67~81db에 육박하고, 엄청난 진동과 분진이 날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휴식을 취해야 하는 산모 소들이 계속 서성거리고 10여마리의 소들은 발정을 거르고 있다. 건강해야 할 새끼소 3마리가 사산했고, 어미소 상당수가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있다.

어미소 4마리는 계속 건강이 악화되자 최근 절반값에 내다 팔았다.

하 씨의 축사는 새끼를 계속 출산시켜 육우 농장에 공급하는 번식우 농장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어미소가 임신중이어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도로공사 소음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보인다는 수의사의 사망진단서. ⓒ 하달수

한 수의사는 "소가 원래 소음 등에 민감한 동물인데다 임신중인 소가 많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크다"고 전했다.

하 씨는 "임신한 소는 음악을 틀어주고 분만한 어미소는 항생제와 소염진통제를 주사하는 등 각종 영양제를 투입하며 돌보고 있지만, 여전히 정상이 아니다"라며 "저도 스트레스로 인해 병원치료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사업체는 소음 피해가 대수롭지 않다고 하는데, 그사람들 와이프가 임신했어도 이런 소음과 분진이 있는 곳에서 살라고 할 거냐?고 묻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전남본부 관계자는 "피해현장을 파악 후 이주보상 등에 대한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토공작업시 소음대책 마련을 위해 3m 높이 가설방음벽 설치해 소음을 60db이하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농장주가 피해를 호소한 뒤 방음벽을 설치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피해를 주장하는 축산농가와 만나 별도의 보상협의를 가질 예정이다"면서 "준공전 영구방음벽 설치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