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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천화재 TF구성 무색…'업계입김'에 '불타는 자재' 허용 가닥

국토부 "결정된 것 없지만, 관련 영향 무시 못 해"…또 다른 화재 가능성 열려 있어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5.26 09:34:06

불타버린 이천 물류창고 모습. 정부는 이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는 대책을 내겠다면서 TF를 구성했지만, 본지 취재결과 여전히 불에 탈 가능성이 높은 준불연재 수준에서 규제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정부가 이천 물류창고 화재 발생 이후 TF팀을 구성하고 가연성 샌드위치패널 사용을 전면 제한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유기단열업계의 입김에 실제 규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유사한 전례가 많았던 만큼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정부가 업계의 입김에 휘둘리는 실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천화재 발생 후 '건설 현장 화재 안전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지난 4일 첫 회의 이후 관련 대책과 차후 유사 사건 발생 방지를 위한 대안마련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이번에도 관련 업계인 유기 단열업체들의 반발이 심해 샌드위치패널의 완전한 퇴출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는 소식이다.

화재관련 성능등급은 완전히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기존 난연1등급), 불에 타지만 불이 옮겨 붙는 속도가 느린 준불연재(난연2등급), 약간 정도의 가열에 버티는 난연재(난연3등급)로 이뤄진다.

이천 화재에서 문제가 된 스티로폼 샌드위치 패널은 불에 잘 타는 특성으로 인해 화재위험성이 일찍이 지적되어왔지만, 생산 단가가 싸고 시공이 간편해 퇴출되지 않고 계속 사용돼 왔다.

내화성능에 따른 불연재·준불연재·난연재 분류 등급표. ⓒ 프라임경제



앞선 2018년 1월 발생해 사망자 47명을 포함한 159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도 이 샌드위치패널을 사용한 불법 증개축 건물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당시에도 TF가 만들어져 샌드위치패널의 난연성능에 관한 개선안이 나왔지만, 국토부에서는 결국 관련 문구를 삭제해 현행규정을 유지시켰다. 이 과정에 유기단열업체의 강력한 반발이 배경이 됐다는 것이 후문이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해당 시험 기준이 국제 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업계관계자들은 "유기 단열업체의 반발과 해당 업계가 전체 산업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후퇴한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업계관계자들은 이러한 유기단열업체의 영향력이 이번 TF에서도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기단열업체에서 내놓은 난연 스티로폼이 최근 난연2급에 해당하는 준불연재(10분 가열시 방화상 유해한 균열이나 구멍이 발생하지 않고, 자재가 녹거나 소멸되지 않는 경우)인증을 취득했는데, 이 수준에서 단열재의 내화기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완전 불연재와 준불연재·난연재는 시험방법과 기준이 다르다. 불연재는 KS F ISO 1182(건축 재료의 불연성 시험방법)을 통해 성능을 테스트하는 반면, 준불연재와 난연재는 KS F ISO 5660-1(연소성성능시험)으로 성능을 시험한다.

다시 말해 준불연재와 난연재는 불에 탄다는 것을 전제로 얼마나 버티느냐를 테스트하는 것에 불과하다. 반면 불연재는 가열하는 동안 최종평형온도를 넘지 않는 것, 즉 불에 타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이미 강력한 내화성능을 가진 불연재 등급이 있음에도 여전히 화재 발생 시 위험한 준불연재 수준에서 기준을 마련하게 된다는 소리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원로 A씨는 "석유화학관련 산업에서 유기단열업의 규모와 연관된 산업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이 때문에 화재가 발생해서 이를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와도 그 때 뿐으로 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기단열업계에서 난연 스티로폼을 만들어서 2등급 난연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안다"면서 "결국 불에 탄다는 성질은 같지만 가연성 등급보다는 높은 등급이니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난연2등급 사용 권고 선에서 TF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본지 취재결과, 이러한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지 않다.

본지에서는 TF 업무를 담당하는 국토부 관계자에게 준불연재 수준에서 TF의 규제 수준이 결정될 수도 있느냐는 점을 문의했다. 해당 관계자는 "(난연등급에 규제 대해) 의견수렴 중이고 명확히 결론 낸 것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본지와의 통화 중 "해당 업계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해 유기단열업계가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케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와 10분 정도 불에 견디는 준불연재는 실제 화재 발생 시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입김에 휘둘리지 말고 불연재 사용을 강제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결국 같은 건설업계 밥을 먹는다는 이유로, 화재발생의 이유와 해결책을 알고 있음에도 쉬쉬하는 관행이 후진적 자재의 존속을 돕는다"면서 "정부에서 결단을 내리고 뼈를 깎는다는 생각으로 불연재만을 사용하도록 규제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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