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당 당사(서울시 여의도 소재) 앞에 현수막이 걸린 차량이 주차된 모습. 이 현수막은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홍보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는 보험설계사를 포함한 특수고용직 노동자 9개 직종부터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김청민 기자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3주년 대국민 연설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공식적으로 밝혔는데요. 이에 고용노동부는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 9개 직종에 속한 77만명 고용보험 가입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약 40만명으로 추산되는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될 경우, 보험사는 그 비용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고용보험료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죠.
고용보험이란 근로자와 사업주 공동 부담하여 마련한 기금으로 △실업예방 △고용촉진 △근로자 직업능력 개발‧향상 △실직근로자 생활안정 및 재취업 등을 지원하는 사회보험제도입니다. 현행 보험료율은 근로자 보수의 1.6%로,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각 0.8%씩 공동 부담합니다.
◆보험설계사 40만명, 보험사 "고용보험료 부담"
실제 3중고(저금리‧저성장‧저출산)를 겪고 있는 보험업계는 고용보험 의무가입에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보입니다.
이지만 교수는 지난 2018년 개최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사회보험 의무적용' 국회 토론회에서 "보험설계사 총원 40만7250명으로 환산할 경우 고용보험은 월 173억7000만원, 4대 보험은 월 1075억7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보험연구원 '비대면채널 활용을 위한 규제 개선방안' 리포트는 "설계사의 사회보험 가입 의무화는…보험업계 전체로는 연간 9539억원의 비용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러한 부담은 보험회사가 전속설계사 채널을 유지・확대하는데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언급했죠.
전문가들은 이처럼 보험사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보험설계사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고용보험이 의무화될 경우, 구조조정 대상자는 9만6400명(보험설계사 40만명 대비 23.7%)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보험설계사는 출퇴근과 업무시간이 자유롭다는 점으로 △고령자 △경력단절 여성 △주부 등이 많이 종사하고 있어,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적 여파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보험설계사 특성으로 고용보험 의무적용은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보험설계사는 기본적으로 개인사업자며, 다른 업종에 비해 위촉 및 해촉이 자유롭기 때문이죠.
보험설계사는 보험사와 계약이 유지될 경우 언제든지 소득활동을 추구할 수 있어, 장기간 소득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실업'으로 바라보기 어렵다는 시선입니다.
또 보험설계사들은 정착지원금 등을 이유로 다양한 보험사를 자발적으로 옮겨 다니며 영업활동을 이어가기 때문에 '비자발적 실업' 사례가 흔하지 않습니다. 즉 고용보험을 도입하더라도, 실업급여 수령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이외에도 생명보험협회가 2017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83.5%가 고용보험을 반대하거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해명 및 설명자료를 통해 "보험사에 대한 설계사들의 기여도를 고려하는 경우 추가적인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용조정 대상으로 예상한 저소득 설계사의 경우는 고용보험 적용제외 대상이 되므로 이들에 대한 고용조정 우려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보험사, 대리점간 이동이나 근로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이동하는 경우도 합산하여 산정하므로, 단기 이직자의 경우도 현실적으로 수급이 어렵다고 볼 수 없다"며 "2016년 8월 한국노동연구원이 산재보험DB에 등록된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74.6%가 고용보험 가입을 희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적용은 업계 특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될 것이다"며 "의무보험이 적용될 경우 대면채널 대부분을 GA사에 위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험사 비대면 도입…"과도기 상태"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 사회보험 도입에 따른 대응방안을 준비해왔습니다. 그중 하나를 '비대면 채널' 확대로 꼽을 수 있습니다.
현재 보험업계는 보험설계사를 통한 전통적인 '대면영업' 위주에서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비대면 채널'로 변해가는 과도기 상태입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변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죠.
최근 보험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서비스는 단순한 상담을 넘어 △보험 가입 △보험금 청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AI 기술 발전 등으로 비대면 채널은 더욱 기대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비대면 채널은 젊은 층에게 더 선호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연구원 '비대면 채널 활용을 위한 규제 개선방안' 리포트에 따르면, 컴퓨터 혹은 휴대폰을 사용한 보험가입 시도 경험은 △20대 51.9% △30대 48.8% △40대 37.5%입니다. 20‧30대 절반가량이 비대면 채널을 통한 보험가입을 시도한 것입니다.
이처럼 비대면 채널을 통한 보험가입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입니다. 보험사들은 향후 비대면 채널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보험업계 전문가는 "비대면 채널이 확대됨에 따라, 향후 고능률 위주 보험설계사들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는 그간 실업‧소득단절 등 위기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던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정책입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축으로 그 필요성이 더 대두됐습니다.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고용보험료 부담 △보험설계사 특성 이해부족 등을 이유로 고용보험 의무화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죠.
관계당국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 취지와 보험업계 특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혜안을 발휘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