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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물거품' 되나

노조 75.6% 정규직 전환 반대

김이래 기자 | kir2@newsprime.co.kr | 2020.05.29 16:57:05

[프라임경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이하 건보)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는 1623명 상담사 정규직 전환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고객센터 1623명 상담사 정규직전환을 놓고 민간위탁(고객세터) 내·외부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중이다. 지난 21일 건보 조합원이 진행한 '고객센터 노동자 직접고용'설문 결과 75.63%가 이를 반대하는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실상 정규직 전환이 쉽지 않을것으로 전망된다. ⓒ 프라임경제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을 추진하며 1·2단계에 해당하는 18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왔다.

건보는 마지막 3단계에 해당하는 민간위탁 분야로 각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고용형태를 결정하도록 하는 '민간위탁 가이드라인'을 발표에 따라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오고 있는 것.

21일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조합원에 따르면 건보 1만35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객센터 노동자 직접고용' 설문조사에서 75.63% 이상이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지붕 아래 '두집 살이' 노조

건보의 전체 직원은 1만6000여 명, 그중 노동조합 조합원은 1만3500여 명으로 노조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노조는 3급 이하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아래 노동조합원과 고객센터 노조로 나뉘고, 가입된 인원은 각각 1만3500명, 1100여 명이다.

이들은 정부의 정규직전환 정책이 무르익을 2019년 10월, 1600여명 상담사 정규직전환을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였다.

ⓒ 청와대 국민청원

그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공개적 채용 비리를 막아달라'는 제목으로 채용과정에서 필기나 면접 없이 정규직이 되는 무분별한 공단의 직원으로 입사하는 채용 비리를 막아달라는 내용이다.

바로 다음 날 '저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사입니다'라는 제목으로 "1600명이 근무하는 건보고객센터는 11개 센터에 각각 다른 도급업체 간 경쟁 구도로 인해 상담사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노노갈등이 깊어지자 노동조합은 고객센터 정규직전환에 대한 조합원의 뜻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노동조합원 중 52%가 응답했으며, 반대가 75.63%(5824명), 찬성은 9.93%(765명)로 나타났다.

황계성 건보노조 조직강화특별위원장은 프라임경제와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반대하는 조합원을 살펴보면 20~30대가 90% 이상, 40~50대는 62% 이상으로 채용의 공정성 문제로 시험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정의롭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합원이) 고객센터 정규직전환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정규직인 조합원 입장에서 이야기한 것이고, 정규직전환의 주체는 고객센터 노동자"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은 노조나 사측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닌 민간위탁(고객센터)내·외부 전문가 협의체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권 따르는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총 3단계로 이루어지는데 △1단계 중앙정부·공공기관 △2단계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공공기관 자회사 비정규직(기간제·파견·용역 포함) 정규직전환을 완료했다.

마지막 3단계는 민간위탁 분야로 대표적으로 서울시 120다산콜센터를 비롯해 △한국전력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콜센터가 아웃소싱에서 직영으로 전환됐다.

정규직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일부 공기업은 직접고용과 자회사로 고용형태를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직접고용보다 자회사 형태가 더 많다. 직접고용은 급여와 복지 면에서 모두 만족하는 반면, 자회사는 급여나 복지가 기존과 별반 차이가 없어 노조에서는 직접고용이 아니면 정규직전환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규직 전환 이슈. ⓒ 프라임경제

일례로 지난해 12월 한국전력공사는 고객센터 상담사 897명을 자회사 한전 SCC로 전환,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10월 115명 상담사를 자회사인 HF파트너스로 전환했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사기업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직원을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당초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건보는 정부 정책에 따라 2017년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해 5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이후 2019년 파견용역으로 운영하던 시설관리·경비 등 636여 명을 업무지원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업무지원직은 일반 공공기관에서 공무직이라 불리는 무기계약직을 말한다.

이 당시 김용익 공단 이사장은 "공단은 비정규직 실질적 고용안정을 위해 '직접고용' 방식으로 정규직전환을 추진했고, 앞으로도 사회 양극화 완화를 위해 사회적 가치 실현에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본사에서 축하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1600명에 달하는 고객센터 상담사 고용형태를 놓고 뜨뜻미지근한 행보를 일관하고 있다. 

2019년 10월 민간위탁가이드라인에 따라 직접고용이 기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자, 건보 관계자는 "정부의 권고사항은 사실상 강제성은 없지만 (건보공단은) 을의 입장"이라고 일축했다.

강력하게 추진되던 비정규직 전환 정책과 노조 갈등까지 빚어지자 여전히 눈치를 보는 건보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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