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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1년 역사 공인인증서, 불편함도 '굿바이'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0.05.29 15:29:29
[프라임경제] 전자서명법 개정법률안이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결국 공인인증서가 등장(1999년)한 지 2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동안 수차례 논의를 진행한 만큼 이번 공인인증서 폐지로 많은 이들이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실 공인인증서는 탄생 초창기 온라인 상 가장 안전한 신원 확인 수단이었다. 전자상거래 활성화 초기 당시 상대방이 거래 당사자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불가능했기에 정부가 탄생시킨 게 바로 공인인증서다.

공개키 기반 구조(PKI)에 소유자 정보를 추가해 만든 '온라인판 인감증명'이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복잡함'. 설치·실행 과정에서 각종 플러그인 및 액티브X 등 번거롭고 복잡한 프로그램을 동반해야 가능했다. 여기에 알파벳과 숫자, 특수문자 등을 총동원한 비밀번호도 필수로 꼽힌다. 

물론 이런 번거로움이 초기에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이른 바 '천송이 코트'를 계기로 특유 존재감을 드러나기 시작했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3~2014년 방영)'에서 배우 전지현이 입은 코트를 중국 시청자들이 구매하기 위해 국내 인터넷쇼핑몰 문을 두드렸지만, 단단한 공인인증서 벽을 넘지 못한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결국 2015년 3월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규정'을 폐지하기도 했다.

물론 공인인증서는 우리 일상 곳곳에서 '온라인 신분증' 역할을 담당했지만, 특유 불편함은 좀처럼 해결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계속되는 기술 발전으로 보다 다양해진 본인 인증 수단과 달리, 한결같이 불편했던 공인인증서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상황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공인인증서가 사라지자 이를 대체할 사설인증서들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핀테크 보안기업 아톤이 만든 인증 통합브랜드 '패스(PASS)'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인증 △은행권 공동인증서비스 '뱅크사인' 등은 대표적인 예다.

나아가 시중은행들도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자체 인증서를 선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KB모바일인증서'를,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도 6월 이후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설인증서를 모바일뱅킹 앱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 최초 DID 활용 '모바일 사원증'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NH농협은행도 DID 인증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공인인증서를 발급했던 금융결제원도 환골탈태를 예고했다. 

인증서에 자동갱신 기능을 추가하는 한편, 특수문자 포함 무려 10자리가 넘는 비밀번호 역시 △지문 및 안면 인식 등 생체인증 △6자리 핀(PIN)번호 △패턴 등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공인인증서 폐지 후 각 발급기관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국민들은 인증과정 간소화는 물론, 인터넷쇼핑 및 모바일뱅킹 등의 이용에 있어 점차 편리함이 증대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상을 보다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환영한다. 하지만 이에 수반되는 책임 또한 가장 먼저 고려되야 한다. 아무리 편리한들 보안 등이 허술하다면, 인증서 역할을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관련 인증기관은 편리함을 쫒기보단 국민들이 '과하다'고 여길 정도의 철저한 보안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국민들 역시 무차별적 인증서 사용을 경계하고, 다가올 '굿바이 공인인증서' 시대에 꼼꼼히 따져보고 활용하는 현명한 자세를 다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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