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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 반포 강자 자이 '일도양단' 한성희號 '리빌딩 효과' 증명

한 사장, 재무·전략·투자·홍보·해외사업 두루 섭렵…경쟁력 강화 '고삐'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5.29 18:57:58
[프라임경제] 한성희 사장이 이끄는 포스코건설이 강남권역 정통강호인 GS건설의 앞마당이라고 볼 수 있는 신반포21차 수주전에서 압승을 거두며,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업계에서는 취임일성으로 '리빌딩'을 선언했던 한성희 사장의 영향력이 취임 3개여월 만에 여실히 드러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생각부터 바꾼다"…취임 직후부터 리빌딩 시작

포스코건설은 지난 28일 예상을 뒤엎고 GS건설을 63대 41라는 큰 차이로 이기며 신반포21차 수주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주전 승리 뒤에 포스코건설을 리빌딩하려는 한 사장의 큰 그림이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성희 사장은 취임 당시 각 조직들의 '혁명적 전환'을 강조하면서 전략수립과 내실강화를 이야기한 바 있다. 이때 업계에서는 늘 하는 소리로 치부한 것이 마지막에 나왔던 '기업시민 이념 실천 활동을 통한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이다.

하지만 한성희 사장이 구상한 리빌딩에서 신의 한 수는 바로 이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한 임직원 생각 바꾸기였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사진)이 신반포21차재건축사업 수주로 포스코건설 리빌딩에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성희 사장은 그룹 내에서 재무·전략·투자·해외·홍보를 두루 거친 만능인사로 평가되는 만큼 세심한 부분에서부터 조직을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 장귀용 기자



한성희 사장은 지난 4월말 '슬기로운 거리두기'를 제안하면서 5가지 책을 직원들에게 권했다. △폴 크루그먼의 '세계 석학들이 내다본 코로나 경제전쟁' △최종엽의 '지금 논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flow' △강지연의 '90년생과 갈등 없이 잘 지내는 대화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들을 살펴보면 흔한 인문서적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한 사장이 생각하는 인재상이 엿보인다.

'세계 석학들이 내다본 코로나 경제전쟁'은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와 그 틈바구니에서 발생하는 치열한 전장에서 요구되는 창의성은 해당 인재가 얼마나 거시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 거시적 안목이 세심한 미시세계에서 펼쳐질 수 있느냐에 대한 담론을 다룬다.

안목을 길렀다면 나만의 세상을 구성하고 실천하는 덕목을 만드는 것이 '지금 논어'와 '명상록'이다. 논어와 명상록 모두 '운영자'내지 '관리자'가 갖춰야할 철학적·도덕적 고민들을 다룬 서적이다.

이를 위한 깊이 있는 자기 침잠을 요구하는 것이 '몰입 flow'다. flow는 아시아적 언어로 치환하면 '삼매(三昧)'나 '주일무적(主一無適)'이다. 하나에 집중에 흐트러짐이 없는 상태다.

안목과 자기성찰과 집중력을 갖춘 '수기(修己)'가 됐다면 이를 반감 없이 풀어내고 주변과 조화하도록 돕는 세심함을 꾀한 것이 '90년생과 갈등 없이 잘 지내는 대화법'이다.

생각을 바꾸니 어떤 것들이 마음을 움직이는 지가 보인다. 브랜드라는 앞면의 화려함에 가려져있던 그 아파트에 살아갈 사람들이 보이게 된다는 철학이 이번에 포스코건설의 신반포21차 제안서에 담겼다는 평가가 따르는 것이 그저 결과론만은 아닌 셈이다.

◆직접 챙긴 신반포21차…압승 쾌거

포스코건설이 지난 28일 GS건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은 GS건설 앞마당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대로를 마주보고 GS건설 대표 랜드마크인 '반포자이'가 있으며, 단지 뒤편 한신4지구도 GS건설이 수주한 상태다. 인근 자이브랜드 가구만 7000여가구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GS건설은 이번에 신반포21차를 더해 자이 브랜드타운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28일 수주한 신반포21차재건축사업 단지 전경. 포스코건설은 신반포21차 수주전에서 정통강호 GS건설을 무너트리고 자이브랜드타운 형성하겠다는 GS건설 구상의 허리를 끊어냈다. = 장귀용 기자



실제 신반포21차재건축조합이 시공사 찾기에 나섰을 때, 관심을 표했던 많은 업체들이 GS건설의 아성이 강한 지역에서 출혈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속에 물러난 상황이었다.

신반포21차는 단 2개 동이긴 하지만 잠원IC를 빠져나오면 바로 오른편에 보이는 단지인데다, 단지를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조합원들이 합심을 통해 3.3㎡ 670만원이라는 강남권에서도 최고가의 평당 공사비를 마련한 곳이었다.

공사비를 높게 책정한 만큼 많은 건설업체들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강남진출을 공공연하게 외쳐온 호반건설도 현장설명회 당일 나서지 않겠다고 발을 뺐다.

이때 예상을 깨고 완주를 하겠다고 나선 곳이 바로 포스코건설이었다. 

참여과정에서 한성희 사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취임 후 첫 수주목표를 신반포21차로 공언하고 직접 수주과정을 챙겼다고 알려졌다.

한성희 사장은 당시 "반포에 랜드마크를 세워보자는 목표로 파격적인 사업 제안으로 주변 대단지를 넘어서는 최고의 단지를 짓겠다"며 "사장인 제가 (신반포21차를)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도전은 포스코건설에게 정통강호인 GS건설의 허리를 끊어내는 달콤한 승리를 가져다 줬다.

성패의 바탕에는 한성희 사장을 필두로 조합이 요구한 사항을 세심하게 챙기는 한편,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경제위기 속에서 조합원들이 바라는 금융비용조달과 1+1 물량에 대한 처분 상담 등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제안서를 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장설명회 이후 신반포21차 조합원들은 1차례 유찰 후 공사비를 대폭 높였던 만큼, 브랜드 인지도보다 제안서를 꼼꼼히 살피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개별적으로 공부모임까지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철저한 준비를 한 포스코건설 입장에서는 한판 승부를 제대로 벌여볼 판이 마련됐던 셈이다.

◆첫 승부서 '축포' 향후 리빌딩 고삐 '명분확보'

포스코건설은 신반포21차 수주성공으로 강남권역에서 리모델링 위주 공략에서 벗어나 본격 정비사업 경쟁전에 참여할 발판을 마련했다.

관건은 이번에 시작된 리빌딩의 빠른 완성이다. 이 때문에 지금 축포가 단순 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쇄폭발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포스코건설 내외에서 일고 있기도 하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이 취임 후 첫 정비사업 수주목표로 삼았던 신반포21차 단지에 설치된 포스코건설 현수막. = 장귀용 기자



한성희 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하고 1993년 포스코에 입사해 △출자관리그룹 리더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미래전략 담당 상무 △포스코 PR실장 △포스코차이나 법인장 △포스코 홍보실장 △포스코 경영지원센터장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을 역임했다.

이 때문에 재무·전략·투자·해외·홍보를 두루 거쳐 다방면에 수완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더샵 갤러리'를 선보이고, 신반포21차 수주전에도 적극 뛰어들었다고 알려졌다.

강남정비사업에서 전통강호인 GS건설을 무너뜨린 이 시점에서 한성희 사장은 포스코건설 리빌딩의 명분을 확실하게 거머쥐었다. 라돈사태나 대규모 미분양 등 악재를 겪었던 포스코건설을 환골탈태시킬 적기인 셈이다.

최근 포스코건설 내부에서는 "사장님이 우리 조직의 활동개요를 잘 알아서 허투루 할 수가 없다"는 우스개가 섞인 푸념이 들려온다.

지금까지 다소 '공기업 물'이 여전히 작용하던 것으로 평가받던 포스코건설이 한성희號에서 또 어떤 변신을 보여 줄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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