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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규명 2.0' 결자해지 김용원 카드로 쾌도난마 할까

대표적 '형제복지원 사건' 상징적 인물...운전대 맡기면 시너지 가능 의견 대두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newsprime.co.kr, tea@newsprime.co.kr | 2020.05.30 15:40:42

[프라임경제] 오는 6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10년만에 활동을 재개하게 된다. 20일 과거사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매불망 진상 규명을 기다리던 여러 의혹들의 관계자들이 환호성을 보내고 있다.

이제 '부활'하는 진실화해위원회는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한 엔진을 얻게 된다. 단지 권한과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활동을 통해 국가가 쌓은 경험과 정권이 바뀌면서 뒤로 갈수록 활동이 지지부진했다는 일각의 비판, 그리고 앞으로 더 할 일이 많기에 법률 개정안을 통해 조직 부활이라는 특별한 카드까지 꺼냈다는 국민적 열망을 모두 짊어지게 된다. 

김용원 부산항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프라임경제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위원회 구성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위원들의 인선 문제는 물론 위원장 임명 향배가 벌써부터 관심 대상으로 부각된다.

여러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내리나, 법조인 출신 중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이가 바로 김용원 변호사다. 1955년 부산영도 출신으로, 부산남중과 경남고를 나왔다.

서울대학교 법학과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 검사가 됐다.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1986년 부산지방검찰청 울산지청(현 울산지방검찰청) 근무 시절, 지인의 초대로 김 변호사는 사냥에 간다. 이 겨울 사냥지에서 그는 목표 감이던 꿩 대신 다른 걸 잡았다.

'검사다운 사냥감'이자 '후배 검사들이 오늘날에도 부러워 한다는 보람있는 사건의 모델', 무려 12년에 걸쳐 형제복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대도시 한복판에서 권력의 비호아래 버젓이 자행 돼 온 비인간적 수용소 실태를 잡아낸 것이다.

그는 우연히 울주군에 한 목장에서 몽둥이를 든 경비원들이 인부로 보이는 이들을 강제노역 시키는 등 수상한 장면을 목격했고, '수사검사의 촉'으로 형제복지원의 중대한 범법 조짐을 포착, 이후 각종 문제 행위를 규명해 사건을 키운 게 바로 김 변호사다.

1987년 1월16일 김 변호사는 (울산지청 소속 수사검사) 무술경관들과 부산형제복지원에 쳐들어가 원장실에 놓인 두꺼운 강철금고를 산소용접기로 열고 당시로 30억원이 넘는 신용금고증서를 비롯해 500만엔과 달러 등을 압수했다.아울러 어린이, 여성 등을 포함한 수용자 3500여명 전원을 구출해냈다.

검찰은 P 원장 등을 구속기소하였으며, P 원장은 1심에서 징역 10년, 6억8000만원 벌금형의 중형을 선고받기에 이르렀다. 당시 서슬 퍼런 전두환 5공시절에 검찰 내 거물들이 음으로 양으로 방해하는 것을 뚫고 올린 일선 검찰수사조직의 쾌거였다. 그러나 이후 심급을 거치면서 형량은 줄어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그쳤다.

김 변호사는 약 10년을 검찰에서 일한 후 검사직을 그만두고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고문변호사,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김용원=형제복지원 사건'을 가장 먼저 연결지어 떠올린다. 부산 사람들로서는 부산 출신 검사가 지역의 오랜 병폐에 메스를 댔기에 부끄러움이 그나마 해소됐다는 부분에서 그를 기억하고 고마워한다.

국가가 스스로 빚은 과거사 논란을 '결자해지'하는 측면에서, 진실화해위 부활 카드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그런 큰 구도는 물론, 작은 대목에서도 '김용원의 쓰임새'가 정당성을 갖는다.

이번에 진실화해위가 본격 활동 재개에 나서면 여러 사건을 다루게 되지만 그 중 백미가 바로 형제복지원 사건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김 변호사에게 사건을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끝낼 기회를 주는 게 결자해지의 완성이 될 수 있다는 일석이조 논의다.

그의 진실 규명 능력으로 묵은 논란들을 대거 쾌도난마할 것이라는 기대도 당연히 따른다.

김용원 부산항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프라임경제

지난 세월, 정작 주인공 김 변호사에게 형재복지원 사건은 훈장이라기 보다 족쇄에 가까웠다. 용감한 사건 담당 검사로 형제복지원 무용담을 팔며 변호사 생활에 안주하기에는 규명과 처벌이 100% 철저하지 못했다는 부채의식 때문이다. 

김 변호사가 최근 한 대형 언론사 관련 사건에 무료 변론을 자청, 대법원 파기환송을 얻어내는 등 사건을 뒤집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비정규직 사원을 먹이로 삼은 성추행 사건, 그러나 오히려 피해자가 명예를 훼손했다는 논란을 뒤집어 쓰고 처벌될 위기에 몰린다. 우연히 알게 된 김 변호사는 '유력 언론과 척져서 좋은 게 없다'는 만류에도 사건을 파헤쳤다.

형제복지원 수용 경험자들, 그리고 희생자 및 그 유족들은 물론 한 전도양양한 법조인에게 평생의 상처를 남긴 형제복지원 사건. 이제 법률 통과로 진실화해위가 재시동을 거는 과정에서 엔진만 강력하면 무엇하느냐 운전자부터 제대로 의미있게 세우자는 논의가 힘을 얻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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