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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학교 상당수 '발암물질' 석면건축물···'국회'도 위험

전체 석면건축물 중 '공공건축물' 절반 이상, 유치원·학교 9936곳···석면 위험지대

김화평 기자 | khp@newsprime.co.kr | 2020.06.03 13:36:04
[프라임경제] 발암물질로 꼽히는 석면 사용금지 처분이 있은 지 10년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아직까지 학교건물을 포함한 대다수 공공건축물에 석면이 함유된 것으로 드러났다. 석면 함유 공공건축물은 전체 석면건축물의 절반이 넘는다.

최근 건설재료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친환경자재 시장의 성장성은 눈에 보일 정도다. 

하지만 취재 결과, 전국 어린이집과 초중고교 및 대학교 건물 상당수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함유된 건축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석면에 노출될 경우 악성중피종·석면폐증·폐암 등 심각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특히 10~40년의 긴 잠복기를 갖는 특성 때문에 앞으로 석면 피해자는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측돼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09년 퇴출 불구 여전히 전국 곳곳 '석면 범벅'

일명 '슬레이트'라고 불리는 석면은 화성암의 일종으로 우리나라에서 일제강점기 때 석면광산이 개발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돼, 1970년대 제조업·건설업이 발전하면서 사용량이 크게 증가했다. 

 

건축물 내 석면 사용처. ⓒ 환경부


특히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유연성·절연성·내화성·보온성까지 지녀 건축 재료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1987년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는 등 유해성이 드러나자 국내에서도 1990년부터 단계적 사용 제한을 거쳐 2009년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석면을 함유한 건축물은 전면 사용금지처분 10년을 넘긴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도처에 많이 남아 있다. 

환경부에서 운영 중인 '석면관리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전국 석면건축물은 2만2676건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서 공공건축물은 1만2535건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석면건축물은 석면건축자재가 사용된 면적의 합이 50㎡ 이상 또는 석면이 함유된 분무재·내화피복재를 사용한 건축물을 말한다.

환경부 석면관리 종합정보망 '주변 석면건축물 찾기' 화면. = 김화평 기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대학교 건물로 4436건이 집계됐다. 어린이집(1899건)과 병원(1171건)도 1000개가 넘는 건물이 석면건축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주민센터 635건 △도서관 217건 △학원 267건 △경찰서 198건 △백화점 64건 △버스터미널 18건 등이 석면건축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학교 홈페이지에서 석면사용정보를 공지해 위의 정보망에선 제외된 유치원과 초·중·고교 건축물까지 더하면 일상에서 마주하는 석면 노출은 심각한 상황이다.

◆전국 학교 '석면건축물' 다수…2027년까지 '무석면 학교' 실현 미지수

석면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전체 건물의 절반에 달하는 건물이 석면건축물로 파악된 유치원과 학교다. 미성년자가 석면에 노출될 경우 '아토피 피부염'이나 '기관지염' 등 만성 질병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4월27일 발표한 '학교시설 석면 위해성 평가 및 안내서 개정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와 특수학교 등 2만805개 학교 중 47.8%인 9936개 학교에 석면건축물이 존재한다. 

이 중 석면 위해성 등급 '중간'을 받아 실제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학교가 53개로 파악됐고 '높음' 등급인 곳도 1개교로 나타났다.

여기에 몇몇 학교는 석면평가 과정에서 일부 평가지점을 누락한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은 각 학교의 석면 위해성 평가·관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19개 학교를 살펴본 결과 15개 학교가 평가 지점을 대거 누락한 채 위해성 평가를 했었다고 밝혔다. 

이들 학교는 '석면건축물의 위해성 평가 방법'과 달리 실별이 아닌 층별로 평가해 총 698개 지점이 석면 위해성 평가에서 누락됐다. 특히 서울특별시교육청 소관 초등학교 2곳과 고등학교 2곳은 위해성 등급이 중간인데도 낮음으로 평가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지적에 대해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담당자는 "감사원 감사 이전인 작년 12월부터 시·도교육청협의회를 거쳐 (층이 아닌) 각 실별로 실시하도록 하고 공문을 통해 안내하고 있고, 계속 보완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담당자는 정부의 지침이 모호해 관리의 어려움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환경부의 석면 위해성 평가 지침이 모호한 면이 있어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고 명확한 지침이 세워지면 좀 더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2027년까지 학교 건축물의 모든 석면을 제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코로나19에 석면제거공사가 더디게 진행돼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육부 교육시설과 담당자는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올 여름 225개 학교 계획 중이다. 예년에 비해 면적이 많이 줄어 소규모로 하려고 한다"며 "공사 기간에 출입을 통제해야 하고, 해체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일정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석면을 해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추후 석면 피해자 대거 발생 가능성…대책 마련 시급 

더 큰 문제는 석면해체 작업을 하거나 보수 작업을 할 때 작업자나 주변 거주자에게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학교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데, 석면을 함유한 건축물 철거와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진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국민 생명·건강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정부와 국민들이 더욱 주도면밀하게 감시해야 한다" 말했다. 

석면에 노출될 경우 10~40년의 긴 잠복기를 거쳐 악성중피종·석면폐증·폐암 등 심각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긴 잠복기를 갖는 특성 때문에 앞으로 석면 피해자는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처럼 석면노출에 의한 건강피해를 제도적으로 구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는 2011년 석면피해구제제도를 도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석면피해구제제도는 석면피해구제기금 등을 재원으로 운영되는데, 정부·산업계·지자체가 공동으로 필요한 재원을 분담하고 있다. 이는 석면이 우리 생활 전반에 폭넓게 사용돼 왔기에 그간 석면사용으로 이익을 본 우리 사회 전체가 석면피해에 대한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BANKO)는 지난해 7월3일 국회에서 '전국 석면 피해자 증언대회-아직 끝나지 않은 석면 문제'를 열었다. 이날 스즈키 아키라 집행위원장은 석면 피해 현황 기조발제를 통해 "석면 피해 구제법 시행 8년6개월 동안 정부 인정 석면 피해자가 4000명(환경성 3722명·직업성 274명)에 이른다"며 "이 가운데 1366명(37%)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석면에 노출돼 석면질병에 걸린 사람(석면피해인정) 또는 이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유족(특별유족인정)으로 인정되면, 석면피해구제 급여를 받을 수 있다"며 "구비서류를 갖춰 거주지역 지자체(시·군·구청)에 석면피해(또는 특별유족) 신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석면과 관련된 법을 제정하는 곳인 국회 역시 석면건축물로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국회의 석면함유면적은 △국회 본관 5만2451.19㎡ △국회의정관 831.3㎡ △국회 변전실 629.5㎡로 총 5만3912㎡로 상당히 넓은 면적에 석면이 분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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