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걸핏하면 시공사 교체" 정비사업, 결국 승자는 없다

2020-06-04 16:14:09

- 최초 제안서·계약서 '법적 타당성' 확인 필수…교체 기회비용 생각해야

[프라임경제] 최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시공사 교체가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 잡는 모습이다. 협상을 진행하다가도 시공사를 바꿔버리고, 공사비 증액과 같은 조합분담금 늘어나는 소리가 들릴것 같으면 바로 '계약해지'로 으름장을 놓는다.

물론 시공권을 따내기 전에는 뭐든 다 해줄 것처럼 하다가, 공사를 뒤집을 수 없는 단계에 가서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하는 시공사들의 '교언영색(巧言令色' 한 사례도 많다. 조합들에서 시공사를 믿지 못하는 풍토가 생겨난 것도 사실은 이런 시공사들의 '과거'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럼에도 이전까지는 이미 선정된 시공사를 교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기존 시공사가 소송을 전개하는 것이 명약관화한데다, 통상 시공사의 요구보다는 조합의 생떼가 사업을 발목 잡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기존 시공사가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를 다른 업체라고 들어줄 수 있다고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건설업 전반에 위기가 닥치고 쉬운 먹거리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건설업 전반에 먹거리가 줄어들면서 경쟁을 기피하던 기존의 모습을 버리고 수주전이 격발되는 경우가 심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시공사와 갈등을 겪고 있는 조합은 다른 업체에겐 기회로 다가온다. 기존 시공사를 쫓아내면 이미 나온 설계안과 절차과정통과로 수월하게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 

여기에 한 번 시공사를 교체하고 나면 공사지연 우려와 비용증가, 조합원들의 피로감 증가로 다시 업체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점도 건설업체들이 시공사교체 사업장에 얼굴을 자주 비추게 된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기존 시공사를 제외한 업체들이 조합에 바람을 넣고 '스타조합장'이나 '전문CM'을 자처하는 인력들이 판을 부추기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결국 시공사 교체를 통해 먹거리를 뺏어오는 업체는 기존 시공사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이익분을 줄이거나 자재의 품질을 낮추는 식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라는 것이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결국 옵션비용을 과도하게 청구하거나 저품질 자재를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흐를 여지가 크다. 이익분을 줄이는 식으로 하면 결국 건설업계 전반의 출혈경쟁일 뿐이게 된다. 

이는 건설업의 파이를 줄일뿐더러 향후 새로운 먹거리 물색과정에서도 "저쪽 사업장에서는 이익을 이만큼 밖에 안 가져갔지 않느냐"는 타박과 압박의 명분을 줄 뿐이다.

결국 손해는 그 집에서 살아갈 사람들이다.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시공업체의 브랜드이미지나 기존 시공사와 협상과정에서 생긴 감정의 골을 내세우는 것은 후회를 남길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 개개인이 최초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제안서와 계약서의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해당 제안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지자체 승인이 무난하게 이뤄질지 검토하는 준비성이 필요하다.

결국 처음의 선택을 후회하고 다시 새로운 선택을 하는 동안 발생한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들 스스로의 몫이다. 기회비용을 고려하고 업체들이 법적으로 문제없는 좋은 제안을 하도록 조합원 개개인이 공부하고 성찰해야한다.

결국 비용을 부담해야하는 조합원들 개개인과 품질신뢰성 하락과 이익 하락의 양 갈래 선택지를 고민해야하는 건설업체 모두 승리자가 될 수 없다. 내가 살 집을 짓는 데 신중한 것에는 과함이 없다는 사실을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원들 모두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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