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대형화재원인 '샌드위치패널'…불연성 자재사용 법제화 요구

단열성·시공성 두루 갖춘 불연자재 찾기 어려워…국책연구 필요 지적

김화평 기자 | khp@newsprime.co.kr | 2020.06.05 18:47:32
[프라임경제] 한익스프레스(014130) 남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현장 화재사건 이후 스티로폼·우레탄과 같은 가연성 유기재료 퇴출 요구가 거세다. 하지만 대체재를 찾기 어렵고, 법률적 제재도 없어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29일 발생한 남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우리 사회로 하여금 다시 '가연성 샌드위치패널'에 대한 화재 취약성에 대한 화두를 불러 일으켰다. 이와 함께 샌드위치패널을 대체할 만한 자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해외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불연성 자재는 우리나라 기후 조건 상 단열성·경제성·시공성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연성 샌드위치패널, 20년 전부터 위험성 지적과 규제 필요성 제기돼 


샌드위치패널은 철재 사이에 단열재를 넣은 건축자재를 지칭하는데, 유기재료인 스티로폼·우레탄이 사용되고 최근에는 불연성 무기재료인 글라스울도 보급되고 있다. 

2002년 한국발포스티렌재활용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우리나라 샌드위치패널 총 사용량(2000년 말 기준)은 8억7400만㎡였다. 충전재 재질별로는 △스티로폼 7800만㎡(89.7%) △폴리우레탄 760만㎡(8.7%) △유리섬유 및 미네랄울 180만㎡(2.3%)로 스티로폼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불에 잘 타는 가연성 재료인 스티로폼과 우레탄에 대한 위험성 지적과 규제에 대한 필요성도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2001년 1월 당시 행정자치부는 건설교통부에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패널 사용 규제 협조를 요청했다. 그해 1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의류매장 화재사고 조사 결과, 건축자재로 사용된 스티로폼·우레탄에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인명피해를 키웠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대형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스티로폼과 우레탄의 화재위험성이 지적되면서 해당 자재의 사용규제와 대체재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2020년 오늘까지 '가연성 샌드위치패널' 논란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ALC(경량기포콘크리트)처럼 불연성·내진성을 갖춘 구조재이면서도 단열성을 갖춘 다양한 건축 자재를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공사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샌드위치패널이 여전히 각광받는 실정이다.

특히 겨울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ALC시공에 추가 보충재료 시공이 필요해 비용이 더 들어가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고층아파트도 ALC 벽체를 사용한다. 주요 구조물은 라멘(기둥과 들보를 이루는 철골이 단단하게 이어진 건축 구조)으로 하고, 칸막이는 전부 ALC를 쓴다"면서도 "하지만 ALC는 단열성이 스티로폼 3분의 1밖에 안 된다. 그래서 무기질 단열재인 에어셀을 함께 시공하기도 하는데 이때 비용이 더 들어가서 여전히 싼 가격의 샌드위치패널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2018년 12월 발표한 '난연성 유기재료·응용기술 기반 화재에 안전한 외벽시스템 개발' 연구보고서 자료.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렇듯 대체재 부재도 샌드위치패널이 계속 사용되는 이유로 꼽히지만, 가연성 자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없다는 점도 유기단열재 샌드위치패널이 단열재 시장을 점거하도록 돕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연성 건축자재 전면제한?···"석유화학제품 시장 무시 못해" 

선진국에서는 단열재의 불연성능에 대한 규제를 통해 무기단열재를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업계의 반발과 경제성을 이유로 이러한 요구를 외면해 왔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화재에 대비해 무기단열재인 글라스울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스티로폼 단열재는 찾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유기단열재, 스티로폼 같은 석유화학제품이 가볍고 단열성이 좋지만 화재에 취약하고 시간이 지나면 딱딱하게 경화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면서 "하지만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국민소득 수준이 낮은 후진국에서 많이 사용하고, 선진국에서는 스티로폼 단열재를 사용하지 않는다. 선진국에서는 단열재를 불에 타지 않는 무기질 재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여러 정부에서 가연성 샌드위치패널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했으나, 스티로폼과 관련된 석유화학제품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쉽사리 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2010년 10월1일 부산 우신골드스위트에서 불이 났다. 4층에서 발생한 불은 38층까지 번졌으며 약 7시간 만에 진화됐다. 소방대원들이 잔불정리를 하고 있는 가운데 건물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스티로폼과 같은 유기단열재는 한번 불이 붙으면 꼭대기까지 초고속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발생한 화재가 대형화됐다고 지적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2018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건축물 에너지기준이 강화되면서 가연성 단열재 사용 확대됐고, 이후 화재 시 급격하게 불이 확산되는 사례가 증가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불연재를 외벽에 사용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이를 위해 난연1등급 성능을 갖춘 신소재 개발에 국가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난연 1급인 불연재를 외벽에 사용해야 한다는 법이 없다. 그러니 불연재 개발과 사용도 더디었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화재안전성·단열성 상충···"우리 기후 조건에 맞는 건축자재 필요" 

새로운 자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겨울철 기온이 낮은 우리나라 기후의 특성에 맞게 단열성에 대한 성능도 갖춰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우리 정부는 건축허가를 할 때 화재안전성뿐만 아니라 단열성도 함께 평가하고 있다. 건물을 지을 때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일정량 이하가 되도록 규제하고 있고, 이 기준을 만족시켜야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새로운 자재를 찾는 일이 멀어지고 있고, 완벽한 대체재가 나타나지 못한 상황으로 인해 위험성을 알고서도 여전히 가연성 샌드위치패널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이태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 선임위원은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외를 일률적으로 말하기 힘들다. 기후 조건을 봐야 한다"며 "노르웨이·스웨덴·싱가포르를 비롯해 일본과 미국 대부분 지역은 겨울이 우리처럼 춥지 않아 단열성이 높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선임위원은 이어 "단열성과 난연성 모두 충족시키면서 경제성까지 갖춘 소재는 아직 없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연구원도 고민이다. 단열성과 화재안전성을 같이 확보할 수 있는 소재·구조·공법 개발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