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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본인 몰래 파진 '막도장'…눈뜨고 코 베이는 정비사업

전문가들 "협력업체·조합임원 결탁, 토지보상·PF단계 비위 가능성 높아"

장귀용·김화평 기자 | cgy2·khp@newsprime.co.kr | 2020.06.08 15:54:09

흑석뉴타운3구역재개발조합의 해임된 조합장 금고에서 조합원 이름이 새겨진 막도장과 신분증 사본이 대거 발견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막도장과 신분증 사본이 협력업체와 조합임원이 결탁한 비위 행위로 이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최근 흑석3구역의 해임된 조합장 금고에서 조합원 이름이 새겨진 '막도장'과 조합원 신분증 사본이 대거 발견됐다. 막도장과 신분증 사본을 사용한 비위 행위가 의심되는 가운데, 정비사업에서 이러한 '막도장'을 악용한 사례와 그 처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합원 토지에 관한 감정평가 이후 보상 단계에서 막도장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PF(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조달한 사업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을 덮는 행위에서도 이러한 막도장이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리고 대개 이러한 부정들은 실무적인 일을 해결하는 협력업체와 이를 눈감아주는 조합임원들 간의 '검은 커넥션'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업계관계자의 전언이다.

심지어 조합임원들은 협력업체 선정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에 자신의 구미에 맞는 업체를 채택하도록 하는 일들도 정비사업에서 비일비재하다는 소식이다.

흑석3구역 막도장 발견 사태가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흑석3구역 조합원들은 사업비가 별다른 설명 없이 크게 늘어나고, 협력업체 선정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자, 조합장을 포함한 임원진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올렸다.

총회에서 조합장이 해임된 이후,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해임된 조합장이 금고 내용물을 넘기지 않았고, 결국 절차에 따라 금고를 파손하면서 문제의 '막도장'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업계관계자들은 '막도장'을 이용해 조합설립에 필요한 조합설립동의서나 서면결의서를 위조해 작성하는 것부터 감정평가결과에 따른 보상 문제 등에까지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감정평가 이후 현금청산작업이나 조합원 소유 토지·건물에 대한 지분인정 비율 산정 과정에서 일명 '빼돌리기'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PF로 조달한 사업자금을 일부만 집행하고 나머지 금액을 갖가지 명목으로 처리해 빼돌리는 경우도 있다.

여기다 조합임원들은 협력업체가 '빼돌리기'를 하는 것을 눈감거나 함께하는 조건으로 분담금을 안 내는 등 혜택을 받고 심한 경우 '뒷돈'을 받는 사례까지 있다.

CM(Construction Managemen, 건설사업관리)라고 불리는 협력업체는 사업진행 전반에 관여하기 때문에 이러한 빼돌리기를 조합임원들이 묵과할 경우, 일반조합원들은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빼돌리기'로 인해 발생한 손해는 결국 사업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흑석3구역의 경우 막도장만 발견된 상태, 조합원들은 관련한 명의도용과 이를 이용한 비위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진행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의심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간 흑석3구역에서 제기된 비상식적인 발코니확장비용·옵션비 책정에 대한 배경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막도장과 같은 것을 이용해 문서를 위조한 경우 처벌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동대문 제기4구역에서는 조합장 이씨가 2014년 8월부터 3년 동안 정비업체 선정 대가로 A정비업체 대표에게 4억1900만원 뇌물을 받고, 자신이 상정한 안건에 대한 서면결의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돼 최근 항소심에서도 중형이 유지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는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이씨에 대해 징역 7년에 벌금 4억2000만원, 추징금 4억1900만원을 선고했다.

정비사업 법률 전문가인 장민수 변호사(법무법인 산하)는 "권한 없는 자가 타인 명의로 문서를 작성하면 사문서 위조에 해당하고 그것을 사용했다면 동행사죄가 적용되고 사인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분증을 임의로 복사, 사용한 경우에는 공문서 부정행사죄에 해당한다"며 "이를 이용해 또다른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다면 이에 해당하는 처벌도 더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재개발·재건축 분야 전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이와 유사하거나 더 심한 사건들을 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우려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조합장을 해임한 흑석9구역도 해임 임원들이 조합사무실 문을 용접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돼 조합원들은 흑석3구역과 비슷한 일이 흑석9구역에서도 벌어진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CM사와 결탁한 조합임원의 비위는 어제 오늘날이 아니지만 조합원들 다수는 생업이 별개로 있는 경우가 많아, 법적 대응을 나서서 하려하지 않아 제대로 처벌까지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정부에서 분양가만 억누를 것이 아니라 결국 비용 증가를 야기하는 이런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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