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의 교육 다반사 ⑥] 당신 인생의 황금기는?

2020-06-09 09:44:42

[프라임경제] "여기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돼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속의 황금시대. 현재란 그런 거예요. 늘 불만스럽죠. 삶이 원래 그러니까."

2012년 개봉한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이 남긴 대사다. 아름다운 파리의 밤거리, 자정이 되면 고풍스런 차가 다가와 주인공을 태우고 과거로 떠난다.

현실에서는 자신의 글을 인정받지 못하는 작가이며 결혼하게 될 여자친구의 집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는 우울한 현실이지만, 차를 타고 자신이 꿈꾸던 1920년대의 프랑스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동경하던 피츠 제럴드, 어네스트 헤밍웨이를 만나 꿈 같은 시간을 지낸다. 그리고 피카소의 뮤즈인 '애드리아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일종의 타입슬립의 모티프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요즘 흔하게 볼 수 있어서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 작품은 세 가지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우선,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배경을 '파리'로 설정하고 있다. 예술과 문화의 도시인 파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요즘 같은 시기에 큰 행복이다.

다음으로 예술가들의 모습을 작품이 아닌 살아 있는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인물들 외에도 그 당시의 문화를 대표하는 살바도르 달리, T.S. 엘리엇, 거트루드 스타인 등 기라성(綺羅星) 같은 이들이 스쳐가듯 등장한다. 무엇보다 묵직한 주제가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1920년대 문화의 전성기를 동경하고 있는 주인공에게 그곳은 유토피아 같은 공간이며 동시에 현실을 부정하고 도망가는 피안의 공간처럼 보인다. 그곳에서 사랑에 빠지게 된 애드리아나는 많은 예술가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아름다움을 갖고 있지만 그녀 역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거의 황금기를 꿈꾼다. 과거에서 또 다른 과거로 함께 여행을 하며 그녀에게 남긴 말이 칼럼의 첫 도입에 인용한 대사이다.
 
우리는 누구나 마찬가지로 '현재'라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삶을 차지하고 있는 시간은 저마다 다르다. 미래에 대한 희망 혹은 걱정을 삶의 가운데 두고 있는 경우도 있고, 과거의 시간에 대한 향수 혹은 후회에 사로잡혀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의 삶 자체가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혼재돼 현재라는 공간에 남아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모습처럼 우리는 인생의 황금기를 떠올리곤 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라떼는(나때는)'이라며 지난 시간에 대한 의미 부여로 다음 세대들에게 훈계하려다 오히려 조롱을 당하기도 한다. 남자들은 공감할 텐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군대'일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을 텐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를 회상하며 끊임없이 이야기하곤 한다.(필자 역시 마찬가지) 누구에게나 인생의 황금기는 존재한다. 현재가 힘들면 힘들수록 지나온 길, 혹은 마음 속 어떤 시점을 더욱 동경하게 된다.

분명 이러한 황금기에 대한 동경과 회상은 현실을 잠시 잊기 위한 피안의 대상으로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실재하고 있는 시간은 '현재'라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이 훗날의 다른 이들에게 혹은 미래의 자신에게 황금기로 기억될 수 있다. 그렇기에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러한 가치를 알려줘야 한다. 현재의 삶에 충실할 때 빛나는 과거가 만들어지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이 희망으로 바뀐다는 점을 말이다.

현재의 자신을 사랑하고 가꾸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 자체가 교육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만수북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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