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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위기의 건설업계'…미분양·구조조정·부도에서 코로나19까지

2010년 6월 총 52개 건설사 워크아웃·퇴출…2020년 4월 건설업체 8239곳, 특별융자 1485억 지원

김화평 기자 | khp@newsprime.co.kr | 2020.06.10 07:51:50
[프라임경제]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업황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로 불립니다. 그런 면에서 올 상반기 채용시장이 얼어붙은 건설업계 상황은 좋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이 강타해 국내외 발주 물량이 줄어드는 위기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10년 전 이맘때도 건설업계 채용시장은 한파 속에 있었습니다. 

2010년 6월25일 농협을 비롯해 우리·국민·신한·산업·하나은행 채권은행장들은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금융권에 진 빚이 500억원 이상인 기업들 가운데 건설과 조선·해운업체 등 총 65개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퇴출 절차를 밟게 됐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10년 전인 2010년은 2008년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이었습니다. 2010년 6월10일 건설취업포털 건설워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해 5월 건설사 전체 채용공고는 총 6909건으로 전달인 4월(7602건) 대비 3.76%, 2009년 동기간(7148건)에 비해선 3.34% 감소했습니다. 

당시 정부와 건설사들은 침체된 주택시장 분위기 속에서 미분양 아파트로 골머리를 앓았고, 중견건설사들은 금융권의 고강도 구조조정에 잔뜩 몸을 움츠렸습니다. 

2010년 4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11만409가구로, 건설사들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일으킨 약 80조원 규모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도 큰 압박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많은 건설사들이 구조조정을 감행했고, 2010년 6월25일 3차 구조조정에서 건설사 9곳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인 C등급을 받았습니다. 법정관리·퇴출 대상인 D등급 낙인이 찍힌 곳도 7곳이나 됐습니다. 그나마 해외건설시장 호재를 맞은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 전문인력 채용이 구색을 갖췄었습니다. 

C·D등급이 부여된 16곳은 주로 주택사업을 했던 회사였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안겼습니다. 특히 2009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26~69위였던 벽산건설·한일건설·중앙건설·성지건설 등이 포함돼 충격이 더 컸습니다. 

앞서 시행된 1·2차 구조조정을 포함하면 이날 총 52곳의 건설사가 워크아웃·퇴출 운명을 맞았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해당 건설사들의 좌초 원인으로 한창 부동산 거품이 커질 때 마구잡이로 아파트를 지어 미분양 사태를 빚은 것을 꼽았습니다. 

유종욱 건설워커 이사는 당시 "건설업계에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고용시장 불안은 지속될 것"이라며 "고용시장이 안정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중견건설사의 유동성 확보와 대형·중견업체 간 양극화 해소가 시급하다"는 화두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대림산업은 2020년 신입 공채 면접전형을 코로나 확산 방지 및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2일 밝혔다. 입사 지원자들은 약속된 면접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화면으로 면접관들을 만났다. ⓒ 대림산업


안타깝게도 약 10년이 흐른 오늘날 건설업황도 썩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체 총 8239곳에 특별융자 1485억원을 지원했다고 4월6일 밝혔습니다.

국내 주요 상장 건설사들의 1분기 실적을 파악한 결과 코로나발 영향이 크게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수주산업 특성상 시간적으로 거리가 있는 수주물량들이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으로, 건설사들은 코로나 타격에 대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최근 건설업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사(2019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기준) 중 6곳은 올 상반기에 신입사원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낸 10대 건설사는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호반건설 정도입니다. 

6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신입사원 채용이 미정인 상태고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도 일부 직군에서 경력직만 모집 중입니다. 

그 외의 건설업체인 △태영건설 △쌍용건설 △KCC건설 △서희건설 △중흥건설 △건영 등이 올 상반기에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6월8일 건설동향브리핑에서 "건설경기 하락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향후 몇 년간 건설업 경영 실적 악화"를 예상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11월 초에 2020년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동 전망치에 코로나19 사태 발생으로 인한 건설투자 증감률 추가 하락 효과를 더하면, 올해 건설투자는 비관적일 경우 전년 대비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피지기백전불태,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유동성 관리와 함께 각 건설사별로 위기를 극복할 경영 전략을 모색해 이 어둠의 터널을 속히 빠져 나오길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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