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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데이터바우처, 수요 기업 위한 정책적 세밀함이 필요하다

 

이우호 기자 | lwh@newsprime.co.kr | 2020.06.15 16:12:10
[프라임경제]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데이터바우처 사업이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원하는 데이터를 받아 사업에 활용하려는 벤처기업 입장에선 선정 과정도 복잡하고 어려운데, 막상 선정되더라도 불필요한 데이터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데이터바우처는 벤처기업(데이터 수요기업)이 지정된 공급기업으로부터 필요한 데이터 혹은 가공서비스를 바우처 형태로 지원받는 정부 사업이다.

과학기술 정통부와 데이터 산업진흥원 주관으로 데이터 판매·가공 기업을 모집하고, 데이터 활용 수요 기업을 심사·선정한다.
 
데이터나 AI 분석을 필요로 하는 수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경쟁률은 치열해졌다. 일단 질 좋은 데이터를 구매하려면 적게는 몇 백만 원, 많게는 몇 천만 원 이상 나오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데이터를 직접 만들기도 어렵다. 과기부 조사에 따르면, 데이터 서비스 제공 기업 기준 한 개 DB를 만드는 데 평균 약 14개월이 걸리고, 비용은 3억 6000만원 정도 소요된다.
 
데이터바우처에 선정되면, 데이터 구매는 최대 1800만원을 지원하고, 데이터 가공(AI 알고리즘 분석)은 최대 7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렇다 보니 중소 벤처 기업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지원한다.

문제는 수요기업으로 선택되기 위해서는 많은 기회비용이 소모되는데, 결과 또한 그 값어치를 못한다는 점이다.

A 벤처기업은 직원식당 입찰 공유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데이터바우처 사업에 지원했다. 건물 주인과 직원 식당 운영사에 관한 지역 데이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1차 선정 과정에서 사업 계획서·발표 자료를 동시 제출하는데, 이 과정에서부터 데이터 제공 업체를 스스로 정해 데이터 운용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A 회사는 한 데이터 업체와 '직원식당 데이터 검색 서비스'를 만드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지만, 이 업체가 내놓은 건 시각화 자료뿐이었다. 

또 다른 데이터 공급업체는 다른 수요기업에 소개해 주는 대가로 바우처 금액 중 20%를 환급해 주는 부정수급 영업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처음 지원하는 벤처기업들이 자기 회사와 맞지 않은 데이터 공급업체와 연결되기도 한다.

이는 데이터 정보가 부족한 벤처기업 특성상, 데이터 제공 업체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렇다 보니 3000억원 예산이 낭비되는 상황 아니냐는 우려가 생기는 것이다.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1차 선정 과정에서 바로 데이터 결과물을 원하니, 마음 급한 벤처기업들은 공급업체에 일단 매달릴 수밖에 없다"라며 "사업 계획서를 열심히 써도, 데이터 업체 상황에 맞춰 수정되는 경우도 주위에 많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물론 과기부와 데이터진흥원은 △수요·공급기업 청탁 허위 매칭 △부정수급(정부 지원금 일부 환급 등) 조장 행위 △미지정 공급기업 알선행위 등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후약방문'이 아닌, 단계별 선정 과정에서의 '최소한의 안전핀'이다. 

정부가 직접 벤처기업들이 원하는 데이터 공급기업을 보장해 주고, 데이터 설계부터 활용까지 진지한 맞춤 지원 및 감독을 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데이터바우처에 도전하고, 정당한 결과를 받을 수 있는 정책적 세밀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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