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 층간소음 규제…후진적 건물구조 탈피 필요

2020-06-18 17:01:56

- 국내 아파트 대부분 '벽식·무량판구조' 층간소음…선진 기둥식구조 '평온'

[프라임경제] 이웃 간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층간소음 문제해결을 위해서 선진공법으로의 이행 필요성과 함께 이를 강제하는 제도 마련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으로 전화상담한 건수는 지난해 총 2만6230건이었고, 올 1분기에만 7697건이 발생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접수된 전화상담만 17만1767건이었고, 그 중 5만1290건은 현장진단을 신청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4월28일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가 발표한 2012년~2020년 1분기 민원 통계 현황, 현장진단 및 유형별 분석 자료 참고. ⓒ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현장진단이 접수된 5만1290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아이들 뛰는 소리 또는 발걸음 소리가 3만5213건(68.7%)을 기록해 층간소음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주거형태로는 아파트가 3만9916건(77.8%)이었으며, 다세대주택이 6537건(12.7%)으로 뒤를 이었다.

▲4월28일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가 발표한 2012년~2020년 1분기 민원 통계 현황, 현장진단 및 유형별 분석 자료 참고. ⓒ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슬래브(층 사이 지붕)의 두께가 두꺼워졌지만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정도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1999년 이전 준공된 공동주택(슬래브 두께가 120mm로 층간소음에 상대적으로 취약)이 21.0%로 가장 많았으나, 2009년 이후에 준공된 공동주택(슬래브 두께 210mm)도 20.6%로 비중 상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4월28일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가 발표한 2012년~2020년 1분기 민원 통계 현황, 현장진단 및 유형별 분석 자료 참고. ⓒ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전문가들은 단순히 슬래브 두께를 늘리는 방법으로는 층간소음을 효과적으로 잡을 수 없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 아파트 대부분에 해당하는 벽식 구조나 무량판구조는 충격음이 벽을 타고 전달되기 때문에 윗집뿐만 아니라 옆집이나 대각선 등 인접한 세대의 소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층간소음 특성은 국토교통부에서 제작·배포한 '층간소음 예방 관리 가이드북'에도 명시돼 있다.

2004년 3월23일 당시 건설교통부는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 및 관리기준'을 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보도자료에서는 관리기준 제정으로 "아파트 층간소음 대폭 줄어든다"며 "내달부터 조용한 집 골라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20년 오늘날 층간소음 없는 아파트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지난 10일 국토부는 층간소음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시공 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사후 확인제도(2022년 도입)에 그쳤다. 

결국 층간소음 문제가 건물 건설과정에서 해결되지 못하자, 입주민들이 사후 대책을 자구적으로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주센트럴푸르지오 입주민이 네이버 카페 '경주 아이맘'에 남긴 게시물 캡쳐.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1월 준공됐다. = 김화평 기자



최근 아이들을 양육하는 가정에서는 층간소음방지매트를 추가로 시공하는 것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올 초에 입주를 시작한 서울 신촌그랑자이와 평당 1억을 돌파해 관심을 모았던 반포아크로리버파크도 입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층간소음방지매트를 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신축 아파트 입주민은 "어른·아이 걷고 뛰는 소리는 기본이고, 샤워하는 소리, 개 짖는 소리까지 벽을 타고 전해진다"며 "분양가만 9억짜리 아파트가 이 모양"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 설계 단계부터 건물구조를 기둥식 구조로 바꿔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기둥식 구조가 층간소음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비싸고, 층고가 높아져 같은 높이 기준 팔 수 있는 매물(아파트)이 줄어들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선호하지 않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벽식 구조는 기둥 없이 벽이 천장을 받치는 형태로 위층 바닥 소음이 벽을 타고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정도가 크다. 무량판구조는 이를 보완했지만 여전히 소음에 취약하다.

반면 기둥식 구조는 천장에 수평으로 설치한 보와 기둥이 천장을 지지하는 하는 형태로, 바닥에서 전달되는 소음이 보와 기둥을 타고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건설사들은 비용 문제 때문에 일반 아파트를 제외하고 주로 주상복합건물에 기둥식 구조를 적용해왔다. 그 결과 2012년부터 2020년 1분기까지 층간소음 현장진단을 접수한 5만1290건 중에서 주상복합건물은 669(1.3%)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층간소음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것은 비용 문제와 더불어 관련 규정이 세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주거생활환경연구센터 관계자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동주택은 한 건물에 바닥과 벽을 사이에 두고 생활하기 때문에 소음에 취약하다. 특히 바닥이 울려서 전달되는 소리가 크고, 벽에도 완충재를 설치하지만 큰 효과는 없다"면서 "강제적 기준을 마련해 소음 저감공법을 사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많이 지적되는 화장실 소음은 물이 흘러가면서 배관을 진동시켜 소음이 생기는 것으로 사람 행위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설비적인 요인"이라면서 "급수 압력에 따라 소음이 비례하기 때문에 급수 압력을 줄이거나 슬래브나 벽을 관통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 벽에 전달되지 않도록 완충재로 감싸는 등 저감공법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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