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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두더지잡기식' 부동산대책 결말은 서민만 괴롭다

실수요자에 대한 이해부족…규제로 수요흐름 바꾼다는 허상 깨야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6.19 10:30:45
[프라임경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발표된 부동산 대책만 21번째다. 하지만 국민들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평가는 여야 지지를 떠나 썩 좋지 못하다.

특히 지난 17일 발표된 대책이 나오자 시장에서는 오히려 실수요자인 서민들의 집구하기를 더 어렵게 만드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규제지역을 대전과 청주, 세종시 등 범 수도권으로 확대하고 자본조달계획서 의무화 등 주택매매요건을 까다롭게 만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보금자리론 등 대출 요건 강화와 전세대출 규모의 하향 조정으로 갭 투자를 방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여기에 안전진단과 조합원 분양요건 강화 등 정비사업에 대한 정책정비, 금융규제를 통한 갭 투자 방지, 법인 투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의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과연 이런 정책이 투기세력 근절을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실수요자인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요원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규제지역이 확대된다는 것은 해당지역의 LTV와 DTI 비율이 낮아져, 현금 동원 부담이 더 커진다는 의미다. 여기에 전세대출까지 기존 9억원에서 3억원으로 기준금액이 낮춰졌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1주택자 대상 전세대출보증 한도도 2억원으로 깎였다.

다만 정비사업에 대한 정책에 관해서는 조합원 거주요건 강화의 경우 원래 정비사업의 취지를 잘 살렸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이와 함께 제시된 안전진단 강화는 그 목적이 결국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줘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서울권내 재건축 도미노를 막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는 점에서 정책효용성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은 재건축·재개발의 규제로 신규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하지만 서울로, 특히 강남으로 향하고자 하는 주택수요가 공급이 줄어든다고 해서 외부로 빠져나가지는 않는다. 

경기도 등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인구도 결국 기회가 있다면 서울로 진입하고자 하는 예비수요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강남과 서울의 집값이 단순한 규제만으로 잡힌다고 믿는 것은 '허상'이다.

오히려 공급이 줄어들수록 길이 막힌 수요는 가격 상승세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앞서 코로나 발발 후 급매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가격이 하락되는 것과 같은 '착시'가 일어나자 정부는 이러한 가격하락이 '정부의 대책 덕분'이라는 낯 뜨거운 자체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결국 코로나 정국이 수그러들고 있는 현재 부동산가격은 다시 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 전세자금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든 것은 '치명적' 실수다.

코로나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면, 거래자체를 꺼리는 일이 많아 매매수요가 줄었고 급매위주로 거래가 되면서 가격이 내려가는 듯 보였지만, 전세의 경우 계속 거주수요와 불가피하게 계약만료로 이사를 해야 하는 수요가 겹쳐져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

전세가격이 상승세를 그리는데, 전세대출 기준금액을 낮춘다는 것은 결국 사실상 전세 수요자인 청년·신혼부부들에게 서울에서 나갈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방향을 살펴보면 여기가 튀어나오면 여기를 때리고, 저기가 나오면 저기를 누르는 방식의 '두더지잡기' 놀이를 하는 듯 보인다. 두더지잡기의 결말은 결국 반복 순환되는 고리를 뒤늦게 쫓아가는 '덧없는 짓'에 그치는 것으로 끝난다.

정말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을 위한 정책을 피고 싶다면 먼저 그들의 상황을 이해해야한다. 평균적으로 저축은 얼마나 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삶을 사는지 미시적으로 세밀하게 접근해 살펴야 한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서민을 괴롭히는 역설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정부가 스스로의 정책을 돌이킬 때가 와야만 그 역설도 끝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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