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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구 칼럼] 한국의 길

 

김영구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0.06.22 09:47:42

[프라임경제] 얼마 전 국내 조선 3사가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0척을 수주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23조원이란 천문학적 수주 금액 외에 중국 LNG 운반선 업체와 경쟁에서 이겼다는 낭보에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냈다. 

그 호응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의미심장한 중국 반응들이 있었다. 중국 언론에는 '한국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일대일로(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한국과 수주 경쟁에서 패한 중국 조선사의 모(母)기업 회장은 '추격자에서 리더가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추격자와 대칭되는 뜻으로 쓰인 리더란 말에는 '개척자'의 의미가 들어있다. 중국 조선회사들이 한국과 일본의 추격자에서 벗어나 앞서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개척자는 무엇일까? 남들보다 앞선다고 다 개척자는 아니다. 개척자는 추격자들에게는 없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도전 정신'이다.

'무한도전'이라는 인기 TV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를 패러디해 '무모한 도전'이라는 농담도 오가곤 했다. 그런데 ‘무모함’과 ‘도전’은 통하는 데가 있다.

전 세계 많은 제약회사와 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는 단시간에 세계를 강타해 감염자와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으며, 경제 타격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백신 또는 치료제를 얼마나 빨리 개발할 수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려면 후보 물질을 찾아 1~2차 약효와 안전성 등을 시험하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도 해야 한다. 이는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해 면역을 확인한 뒤 일상생활을 하면서 감염병에 걸리는 비율 등을 비(非) 접종자와 비교하면서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최소한 몇 달, 길게는 1~2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인체 유발 반응 시험(HCT: Human challenge trial)'이라는 방식이다. 백신을 접종한 임상시험 참가자의 몸에 바이러스나 세균을 직접 주입하고 약효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이러면 임상시험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지만, 참가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지원자를 20~40대의 젊고 건강한 사람으로 제한하지만, 코로나19는 젊은이들의 사망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이같은 임상시험의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는 글들도 의학저널에 발표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임상시험에 지원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전 세계에서 2만5000명을 넘는다고 한다.

우두 접종법을 발견해 인류를 천연두로부터 해방시킨 에드워드 제너도 자신의 몸에 백신을 접종해가면서 약효를 시험했다고 전해진다. 위대한 성취의 이면에는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개척자 정신이 숨어 있다. 개척자의 다른 표현이 '길을 내는 사람(trailblazer)'이다.

일본과 중국은 이미 '길'을 통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중국이 내세우는 일대일로(一帶一路)에 길(路)이란 말이 들어 있다. 일본 자동차 회사 토요타사의 '토요타 방식(Toyota way)'은 지난 30여 년 간 제조업 혁신의 모델로 통해왔는데 여기에도 길(way)이 들어 있다.

근래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일대일로나 토요타 방식이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정치적 경제적 의미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과 일본이 도전과 개척 정신을 어떻게 길러 왔는지 세심하게 분석, 평가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우리는 전인미답의 황무지에 '길'을 내고, 남들을 뒤따르게 하겠다는 개척자 정신을 잘 키워나가고 있는지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김영구/ 대한레이저학회 이사장 / 연세스타피부과 대표원장(피부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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