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 흡연' 갈등 심각…전문가 "흡연 제한은 국가 의무"

2020-06-23 18:03:51

- 전문가 "건축 단계부터 제대로 시공 · 주거용 건물 흡연 금지법 시행 필요"

[프라임경제]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만큼 층간흡연으로 인한 분쟁이 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선진공법으로의 이행 필요성과 함께 이를 강제하는 제도 마련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아파트·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어 공동주택 공유 공간과 세대 내부에서의 흡연은 이웃 간 심각한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발표 자료(2014년 기준)에 따르면 약 4년간 공동주택 간접흡연 관련 민원이 100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흡연자가 내뿜는 20% 정도의 연기는 주류연, 흡연 시 주변 공기 중 80% 정도는 담배가 타면서 나오는 연기인 부류연이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간접흡연을 하는 사람은 발암물질과 화학물질이 더 높은 부류연에 노출돼 약 250종 이상의 발암성·독성화학물질의 영향을 받는다. 

직접 흡연을 하지 않고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종류의 질병이 생길 수 있는 것. 

▲22일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 벽에 붙은 안내문. = 김화평 기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도 지속적인 노력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 촘촘하지 않아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담배 냄새는 주로 화장실 환풍기를 타고 들어온다. 이 때문에 담배 냄새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개별적으로 화장실 환풍기에 전동댐퍼를 설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동댐퍼 사용자들은 설치하기 전보다는 나아지지만,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원룸에 거주 중인 B씨는 "전동댐퍼를 설치했지만, 그래도 담배 냄새를 완벽하게 잡을 순 없었다"며 "환기를 포기하고 환풍기에 방수천을 대고 테이프를 꽁꽁 붙였더니 그나마 낫다"고 말했다. 

2015년 9월 이후 사업 계획 승인 신청을 통해 새롭게 짓는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세대에서 발생되는 냄새·연기가 다른 세대로 역류해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세대 내 배기구에 자동 역류방지 댐퍼를 설치하거나 단위 세대별 전용 배기덕트를 설치하도록 하는 '배기설비 기준'을 시행해왔다. 하지만 원룸·오피스텔 등에서는 여전히 해당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오피스텔 주민 A씨는 "누가 밤새도록 담배를 피워 숨이 가쁘고 두통에다 기침까지 난다. 더구나 좁은 공간이라서 독가스실에 갇혀있는 기분"이라며 "지난해 완공돼 입주한 오피스텔인데, 담배 냄새 때문에 이사 갈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22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소재 아파트 복도에 붙은 안내문. = 김화평 기자



최근 날씨가 더워져 창문을 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원룸·오피스텔뿐만 아니라 아파트에서도 간접흡연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웃집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창문을 통해서 흘러들어오는 것.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주민 C씨는 "창문을 통해 담배연기가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복도식 아파트의 경우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면 해당 층의 주민들 전체가 담배 냄새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창문 밖으로 던지는 사람도 있어 굉장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국토부는 공동주택 세대 내 간접흡연 피해 방지를 위해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2018년 8월9일 공포한 바 있다. 

개정 내용은 △입주자 등에게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 간접흡연 피해방지 노력 의무 부여 △관리주체가 입주자 등에 대해 간접흡연 중단 또는 금연조치 권고 및 사실관계 확인·조사 근거 마련 △관리주체의 간접흡연 중단 조치 및 권고에 대한 입주자 등의 협조 의무 △간접흡연 예방·분쟁 조정 등을 위한 교육 실시 근거 마련 △간접흡연 피해에 따른 분쟁 예방·조정·교육 등을 위한 입주자 등의 자치조직 구성·운영 근거 마련 등이 있었다.

이처럼 세대 내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 방지 대책을 규정해 실내 간접흡연 예방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입주민 과반수 이상 동의하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는 '공동주택 금연구역 지정 제도'도 2016년 9월3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해당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공동주택은 총 631개(2018년 6월 기준)로 전국 공동 주택의 5% 미만 수준이다.

게다가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가 금연아파트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지난해 대한보건협회가 발표한 '공동주택 금연구역 지정 제도 만족에 미치는 영향: 아파트 입주민을 대상으로' 논문에 따르면 금연아파트로 지정된 곳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설문조사 응답자 중 10%나 됐다.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금연아파트 지정하는 과정을 모두 관리사무소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필수적인 업무가 아니고 복잡해서 할 계획이 없다"며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냄새가 다른 집에 전달되지 않도록 건축 단계부터 꼼꼼하게 시공해야 하며, 일반음식점에서 흡연을 금지했듯이 주거용 건물 안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되지 않는 이상 해당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대한민사법학회 민사법연구 23권에 게재된 '아파트층간흡연과 손해배상' 논문에서 저자 김문성씨는 "혐연권(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담배연기를 거부할 권리)도 흡연권과 동일한 헌법적 근거에 두고 있는데, 다만 흡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를 실질적 핵으로 하는 것이고 혐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뿐만 아니라 생명권까지 연결되는 것이므로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흡연은 비흡연자들 개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흡연자 자신을 포함한 국민 건강을 해치고 공기를 오염시켜 환경을 해친다는 점에서 개개인의 사익을 넘어서 공공복리에 관계되기 때문에 흡연에 대한 제한은 국가의 의무이기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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