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직 고용' 은행 경비원 눈물, 더 이상 방치되지 말아야

2020-06-25 15:07:40

[프라임경제] 은행을 방문하면 문 앞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이들이 바로 '은행 청원경찰(경비원)'이다. 이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온갖 질문 공세에도 친절하게 어느 창구로 가야할 지 알려준다.

은행 경비원은 말 그대로 은행 경비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도난 및 화재 대비는 물론, 고객 민원과 더불어 각종 잡무처리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실제 이들이 하는 업무를 들여다보면 '경비'라는 단어가 민망할 정도다.

출금 전표 작성이나 서명 등 고객 업무 대리부터 지점장 가습기를 틀거나 직원용 냉장고에 물을 채우는 등 행원 사적 심부름까지 도맡아 수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경비원 업무가 현행 경비업법 상 위법이라는 점이다.

경비업법에 따르면, 경비 외 업무 지시는 불법이다. 물론 경비원들도 과도한 잡무에 대해 항의하고 싶지만, 불안한 노동환경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다수 경비원은 통상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는 '용역업체 소속'이다. 그리고 용역업체는 '은행'이라는 원청업체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연유로 '용역업체 소속' 경비원이 '원청업체'에게 밉보일 경우 그에 대한 후폭풍이 개인은 물론, 용역업체 전체에 미칠 수도 있다. 잡무나 불합리한 처우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쉽게 입 밖에 내뱉을 수 없는 구조인 셈. 

실제 최근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 외 업무와 관련해, 특정 주민의 소위 '갑질'을 못이겨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으로 경비원 업무 실태가 조명되긴 했지만, 불안한 근로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처럼 은행 경비원을 포함한 모든 경비원들은 항상 해고 위기에 놓인 불안한 신분이다. 그렇다고 "경비 외 업무를 처리할 수 없다"며 법 규정을 앞세워 부당함을 주장하기에는 엄청난 책임이 뒤따른다. 

은행경비연대는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 개선하기 위해 정의당 비정규 노동상담 창구 비상구와 함께 지난 1월 '은행경비원의 노동인권침해 실태'를 규탄하며 정부 측에 실태조사와 함께 근로감독을 요구한 상태다. 

우리는 '경비원'이라 부르고 '심부름꾼'으로 여기는 잘못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혹은 '갑'과 '을'이라는 수직적 고용 구조 안에서 절망하고 있는 경비원들의 눈물을 무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경비원'이라는 노동 사각지대가 더 이상 방치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정부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아울러 '경비원'은 모두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우리들의 인식 변화도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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