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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손의료보험 해법' 못 찾나 안 찾나

 

김청민 기자 | kcm@newsprime.co.kr | 2020.06.25 16:22:00
[프라임경제] 한때 효자였던 자식이 이제는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실손의료보험 이야기다. 이 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기준 3800만명, 국민 상당수가 가입하고 있어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릴만도 하다. 

과거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보험사 외형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한 효자상품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제는 수년째 극심한 손해율의 핵심을 차지하며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이러한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강구하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금융당국에서도 문제를 인지하고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구체적 방안 없이 공수표만 남발해 보험업계 원성이 높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133.6%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고객들에게서 거둬들인 보험료가 100원일 경우, 다시 지급한 보험금과 사업비가 133.6원에 달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손해율 누적이 반복될 경우 실손의료보험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개선을 위해 보험료를 마음대로 인상할 수 없는 상황. 결국 금융당국이 적절한 개선 방안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은 보험계약 인수심사(언더라이팅)를 강화하는 등 자구책을 펼치며, 손해율 개선을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한 보험사는 만21세 이상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할 경우 방문진단심사제도를 시행했다. '방문진단심사'란 보험사 소속 간호사가 직접 고객을 찾아가 보험 가입에 필요한 신체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는 건강한 사람을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로 받아, 의료비 지출을 줄여 손해율을 개선하겠다는 것.

이 밖에도 몇몇 보험사들은 실손의료보험 가입 제한 연령을 낮춰 '노후실손의료보험'으로 고령층들을 유인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열중이다. 이미 일부 보험사들은 손해율을 견디다 못해 결국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자구책에도 지난 1분기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137.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5.9%p 상승한 수치이며, 향후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손해율 악화의 주요원인으로 비급여 항목을 꼽고 있다. 정부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하며 비급여 항목들이 급여 항목으로 전환되자, 고객들 병원방문이 증가한 것에 더해 병원에서 '임의 비급여' 진료를 늘렸기 때문이라는 것.

'임의 비급여'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환자 본인이 관련 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이 늘어난 만큼, 실손의료보험 손해율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해결할 주체인 금융당국이 이러다 할 개선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금융산업 혁신정책 추진계획'을 통해 "합리적인 실손의료보험 상품구조 개선 방안을 2분기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분기가 지나가고 있는 작금, 실질적인 움직임이 없다고 해도 무방한 실정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언론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에 차질이 생겼다"라는 입장만을 밝혔다.

이에 앞서 보험개발원은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악화 주요원인은 비급여 진료비 증가 때문"이라며 "비급여 표준화 확대 및 비급여 수가 편차 축소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지난 2월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실손의료보험 혜택이 크게 축소되거나 더 나아가 폐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보험사들은 지속되는 경영악화 속에서 팔수록 적자인 실손의료보험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손의료보험이 줄어들거나 폐지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의료비 부담 돌아올 수 있으며,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마저 생길 수 있다.

현재 극심한 실손의료보험 손해율로 인해 보험사 부담은 누적되고, 나아가 소비자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시행하는 자구책만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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