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허달의 코칭 이야기 20] 당신이 안주하고 있는 곳은 어디? Bigger Game 화두 여행

 

허달 칼럼니스트 | dhugh@hanmail.net | 2020.06.26 15:34:52

[프라임경제] "아니, 여보.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젊었을 때의 이야기다. 구라파를 아내와 함께 여행하던 어느 날의 저녁. 욕실에서 아내가 샤워를 하는 중에 방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욕실 턱을 흘러 넘친 물이 방안까지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깜작 놀라 샤워를 멈추게 하고 살펴보니, 욕실과 방 사이에 우리나라와는 달리 높낮이 턱이 없는 것. 아내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마음 놓고 샤워를 틀어 놓고 집에서 처럼 편안하게 샤워를 해댔으니, 욕실 바닥의 물이 넘쳐 방안으로 진입(進入)할 밖에.

큰 온몸 용 타올을 여러 장 사용해 걸레질을 하고, 이를 욕실 배수구에 쥐어짜는 작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 단순동작이 나에게는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었던 것이 내가 당시 다소 중증(重症)의 골프 엘보를 앓고 있었던 때문이었다. 그러나 발등에 불이, 아니 홍수(洪水)가 넘실거리니 별 수 없지, 아픈 팔꿈치를 부여잡고 그 치수(治水) 작업을 끝끝내 성취했는데, 다음날 아침 기막힌 사실을 발견했다. 어제까지 그렇게 아프던 팔꿈치 엘보의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팔꿈치의 엘보는 그날 이후 사라져서, 참 희한한 일도 있다 하고 차츰 잊어버렸었는데, 엊그제 유튜브로 모(某) 교수의 포럼 강의를 듣다가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엘보'니 '오십견'이니 하는 현대 골프 병(病)들이 모두 주동근(主動筋)에 편향된 운동으로 인해 길항근(拮抗筋)과의 균형이 무너져서 나타나는 병리현상이라는 것이었다. 이 경우는 수건 쥐어짜기가 내 팔꿈치의 길항근을 강화하는 운동이 되어, 고질병 골프 엘보를 치유한 것.

"그렇구나, 균형 되지 않은 일상(日常)이 지속되면 어디엔가 보이지 않는 뒷면에 이상(異常)이 생기는구나."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아 머리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 깨달음을 우리들 코치가 하는 일의 소명(召命)에 대입한다면, 아마도 주동근에 쏠린 고객의 일상(日常)에 다각화(多角化-Perspective Change)를 도입하여 길항근을 손보는 일에도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도록 일깨워 주는, 거울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발소 의자 전면에 있는 거울 말고도 또 하나의 거울이 있어야 자신의 뒷머리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고객에게는 코치라는 거울이 필요하다. 그러나 올바른 거울 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코치는 언어(言語)를 통하여 고객의 거울이 되므로, 고객의 다각화를 촉구하는 언어가 자칫 마술거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경계(警戒)한다.

마술의 방에서, 대상을 둘러싸고 비추는 오목거울 볼록거울, 그 비춰진 모습이 굴곡 되어 일그러질 때, 또 그 위에 참 모습이 얹혀져 합성되어 함께 어른거리고 간섭할 때, 어느 모습이 참 모습인지 알 길이 없어진다.

그러므로 코치는 늘 절제된 언어, 자아를 배제[Egoless]한 중립적(中立的) 언어를 통하여 고객 앞에 구면수차(球面收差) 없는 거울로 바로 서기를 힘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Rick Tamlyn이 창안한 Bigger Game Play Board. ⓒ 허달

골프를 좋아하는 어떤 고객이 이미 길항근이 약화(弱化)되어 오십견을 앓고 있는 중이라고 해보자.

"에이, 나이 들고 몸에 병 없기를 바랄 수 있나? 이런 정도야 참고, 데리고 사는 수 밖에 없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마 고객이 지금 안주(安住)하고 있는 피난처(Refugee-Comfort Zone)일 것이다.

"당신은 지금 어느 곳에 안주하고 있습니까?"

코칭 질문을 통하여 자신이 안주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확인하게 하면 스스로 "아니지, 한 번을 치더라도 아프지 않은 싱싱한 어깨를 갖고 플레이 하고 싶어"라는 내재된 욕구(Hunger)를 발견하게 된다.

"어깨가 다시 건강해 진다면 무엇을 해볼 수 있지요?"

이어지는 코치의 질문을 받고 생각해 보니,

"아, 그랬었다. Age Shooting(아마츄어 골프 경기에서 자신의 나이와 같은 타수(打數)를 기록하고 18홀 게임을 마치는 것, 예컨대 75세에 75타 내지 78세에 78타를 기록하는 것이 간절한 꿈이 된다)이 내 꿈이었지."

이것이 절실한 목표(Compelling Purpose)로 등장한다.

코치의 안내를 받아 Board 위 다음 여행을 계속하다 보면, 어깨를 치유(治癒)하려는 노력이 의당 통증도 있고 지루함도 수반하겠지만 목표를 세운 이상 이제는 겁나는 일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며(Assess), Age Shooting을 하기 위하여는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Allies-예컨대 아내, 레슨 프로, 라운딩 파트너 등) 시간, 돈과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Investment), 이 모두를 중도에 좌절하지 않고 차질 없이 성취하도록(Sustainability), 가슴 두근거리는(Gulp, Thrilling), 담대한 행동계획(Bold Action)을 수립, 시행하는 일 등이 이어질 것이다.

골프 뿐 아니라 '삶'에서도, 안주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벗어나, 간절히 추구해야 할 'Bigger Game'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마스터 코치 릭 탬린(Rick Tamlyn)이 창안(創案)한 프로세스를 따라 서술해본 것이다.

"지금, 내가 안주하고 있는 곳은 어디?"

오늘, 코비드 19 와 나이 많음을 핑계로 자카르타 이곳에 일시 폐관(閉關?)하고 주저앉아, 글줄 끄적이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신랄(辛辣)한 성찰질문이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코치가 제시하는 안내 질문들을 음미(吟味)하며, 위 Bigger Game Board를 순서 관계없이 여기저기 돌아봄으로써, 골프가 아니라 삶의 '화두(話頭) 여행'을 한번 시도해 보시면 어떨런지?


1943년 서울 출생 / 서울고 · 서울대 공대 화공과 ·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 SK 부사장 · SK 아카데미 초대 교수 · 한국케미칼㈜ 사장 역임 / 한국코칭협회 인증코치 KPC · 국제코치연맹 인증코치 PCC 기업경영 전문코치 · 한국암센터 출강 건강 마스터 코치 / 저서 △마중물의 힘(2010)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2011)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2012)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