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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만의 여당 상임위 독식 시대, 김태년의 과제는?

협상 채널 닫힌 상황 속 정책 실패시 '책임론' 희생타 가능성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6.29 17:24:01

[프라임경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하는 시대가 현실화됐다. 29일 국회 본회의가 개최돼 11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인선했다. 지난 번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이미 뽑은 점을 감안하면 18개 상임위 중 17곳이 위원장 선출을 매듭지은 것이다.

정보위원회는 국회법에 따라 소속 상임위원 구성 등 조율상 특이사항이 있어 이번 선출에서 빠진 것이므로, 사실상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이 강행된 셈이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법제사법위원장직을 관례에 따라 다시 돌려놓지 않으면 타협이 없다는 엄포를 놓았으나, 결국 민주당의 의지를 꺾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 했다.

이렇게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구도로 매듭지어진 것은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했던 기존 관례를 깨고 완전히 새로운 국회가 열리게 된 셈이다.

이런 구도 완성에 1등 공신 역할을 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관심을 모은다.

관례대로 민주당 11개, 통합당 7개의 상임위를 나눈다는 계획이 민주당 내부에서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개혁 완수를 위해 법사위원장을 사수하는 구도를 형성했다. 추경 등 추진을 위해 예결위원장을 차지했으면 좋겠다는 안건은 옵션에 불과했다. 

결국 김 원내대표는 처음에는 예결위원장 카드를, 후반부로 갈수록 법사위원장 임기 분배 등 유연성 카드를 이리저리 들이밀면서 통합당의 밑천 부족 상황을 뒤흔들었다. 통합당의 본회의 보이콧 등 여러 반발에도 '그렇다면 18개 상임위를 모두 민주당이 가져오겠다'는 강수로 몰아 붙이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에 따라 국회 본회의가 압도적 다수인 여당의 무대가 된 데 이어, 상임위까지도 온전히 민주당의 공간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다. 더이상 야당의 방해를 핑계를 댈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 책임 정치 논란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을 아우르고 정치 방향을 잡는 역할이다. 원래도 쉽지 않지만, 김 원내대표는 이제 민주당이 주도하고, 민주당이 책임져야 하는 책임이 무거운 시대에 가장 어려운 조정자 역할을 본격 시작해야 한다.

과반 의석을 차지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지만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온 만큼 지지층이나 우호 세력의 주문도 강해질 전망이다. 정책에 속도를 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모두 져야 하지만 제대로 검토하고 고심해 볼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어찌 보면, 앞으로도 반대 세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통합당이 과연 어떤 파상 공세로 나올 것인지보다 '당·정·청 관계'의 구성과 조율이 더욱 힘들 수 있다. 청와대는 대북 관계 경색을 겪으면서 에너지가 상당 부분 소진돼 원활한 추경 등 여당의 도움을 바라는 구도가 오히려 어느 정도 이어질 수 있다. 집권 후반기 정부와 관료들과 대화를 해 나가는 것도 점점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는 과제다. 

민주당은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이제 우선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내달 3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본회의 직후부터 상임위를 열고 추경 심사에 돌입해도 남은 시간은 닷새뿐이다. 추경이 상임위 심사와 예결위 심사, 기획재정부의 서류 작업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물리적 부담 외에도, 워낙 엄중한 경제 난국 속에서 추경을 자칫 잘못 처리했다가는 '졸속심사 걱정'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예결위원장과 그 이하 민주당 상임위원들에게만 책임을 지울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자칫 짧은 시간에 심사를 해야 하는 책임과 부담이 민주당과 청와대에게 어떤 리스크를 안길지 모른다. 추가로 짐을 져야 되는 정도가 아니라, 다음 국면이 없을 수 있다는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소속 의원들을 아우르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심의위 판단을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수사 지속을 바라는 강경파와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온건파가 이미 서로 다른 생각을 표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자에는 노웅래 의원 등이, 후자 입장에는 양향자 의원이 서 있다.

이런 중요 사안별 의견 대립은 검찰개혁 그리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관련 이슈에서도 반복될 전망이다. 조응천 의원이 여당에서는 보기 드물게 추 장관 언행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상황인데, 금태섭 전 의원 징계 상황 이후에도 '이견 표출'이 이뤄진 점에서 대댠하다는 평이 나온다.

이런 여러 개성과 의견 차이를 극복하고 집권 후반기 권력 누수 없는 구도를 이끌고, 집권 여당의 힘을 과시할 필요가 그에게 짐지워졌다. 

김 원내대표는 "우리가 결단하고 행동을 해야 할 시간"이라며 "집권여당으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여당 상임위 독식 구도에 대한 각오를 피력했는데, 이 과제를 완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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