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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설업계 고질병 '갑질·자화자찬' 이젠 제발…

 

김화평 기자 | khp@newsprime.co.kr | 2020.07.01 09:05:39
[프라임경제] 상대적 우위에 선 입장에서, 내가 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요구하거나, 나는 괜찮고 남은 안 된다는 자세를 흔히 '갑질'이라 한다. 공공기관의 일처리 방식의 이야기다. 공공발주에서 비용과 책임을 전가하고, 본연의 감독업무보다 다른 일에 더 바쁘다.

정부는 공공분야 불공정관행을 개선하겠다며 2018년 7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2019년 2월에는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내놨다. 

정책적으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갑질 예방부터 피해자 보호·지원까지 범정부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감사원이 발표한 '공공기관 불공정관행 및 규제 점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아직까지도 이러한 갑질은 그칠 줄 모른다.

공공기관이 민간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 공공기관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나 책임을 업체에 전가하거나 계약체결 시 상대방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하는 등 불공정한 관행이 판을 친다.

국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불공정한 약관 운용으로 부당하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경우도 빈번하다. 여기에 공공기관 직원들의 소극적 업무행태로 업무처리가 지연되거나 배상·환불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국민의 정당한 권리가 제약되는 불편도 초래되고 있다. 

감사원은 이러한 실태의 원인으로 구조적·제도적 요인을 꼽았다. 

공공기관은 △에너지 공급 △수자원 확보 △교통망 확충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재화·서비스를 공급하면서 시장지배적인 지위를 갖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민간기업들은 공공기관이 부당한 비용·부담을 전가하더라도 일감을 수주하기 위해 불만을 제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도 딱히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불공정한 요소가 있더라도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취재 중 한 재개발·재건축 조합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운 좋게 만난 조합장에게 약속도 하지 않고 불쑥 찾아와서 죄송하다고 하니 "기자라고 미리 연락했으면 자리를 피하고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인즉슨, 언론 인터뷰를 했더니 관련 기관에서 사업 진행에 태클을 건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후부터 언론 인터뷰를 꺼리게 됐다는 하소연이다. 조합장이 말 한번 잘못하면 꼬투리를 잡는다는 발상이 기가 막힌다.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갑질 근절' 구호의 빛을 바래는 일을 공공기관이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부동산 분야에서는 '하도급 갑질 문화' 뿐만 아니라 △건설현장 사망사고 △층간소음 △층간흡연 △가연성 건축자재 △부동산 투기 등 고질적인 문제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층간소음 문제만 보더라도 2004년 3월23일 당시 건설교통부는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 및 관리기준'을 제정해 "아파트 층간소음 대폭 줄어든다"며 "내달부터 조용한 집 골라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20년 오늘날 층간소음 없는 아파트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 서둘러 대책을 내놓지만, 공공기관에서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을 민간기업과 국민들에게 요구하니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정부 및 공공기관은 자화자찬을 거두고, 현장을 피부로 느끼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들의 비판과 질책에 귀를 열어야 한다. 제발 '댓글'이라도 좀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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