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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펀드 '투자원금 전액 배상' 결정에 '선보상' 망설이는 이유

법률적 근거 없는 보상시, 배임 문제 제기…선례 후유증 감안해야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0.07.01 16:55:01

금융정의연대와 사모펀드 피해자 공동대책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징계 및 배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결국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에 대해 '투자원금 전액 배상'을 결정하면서 향후 금융사들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가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관련 '투자원금 전액 배상'을 결정했다고 1일 발표했다. 이는 금감원 창설 이래 사상 처음으로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손실 관련 100% 배상안이다. 

◆금감원 "라임 투자자, 중과실 없다" 수용 여부는 미지수

분조위는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민법 제109조(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했다.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 상당부분(최대 98%)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운용사가 투자제안서에 총 11회에 거쳐 허위 부실 기재했다는 판단한 것이다. 

또 판매사는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해 투자자 착오를 유발했으며, 일부 판매직원의 경우 투자자 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기재 혹은 손실보전각서를 작성하는 등 합리적 투자판단 기회를 원천 차단했다. 

이에 분조위는 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 판매사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토록 결정했다.

이번 분조위 결정으로 판매사들은 내부 절차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환매 중단 펀드 가운데 전액 손실 가능성이 가장 큰 펀드인 만큼 분조위 결정을 수용할진 미지수. 

실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판매 금액은 무려 1611억원에 달한다. 우리은행(650억원)이 해당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했으며, 그 뒤를 이어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신영증권 81억원 등 순이다. 

만일 금융사가 분조위 결정을 불수용할 시 조정이 성립하지 않고, 추후 소송을 통해 한 번 더 다퉈야 한다.

◆금융사 '선보상 카드' 나쁜 선례 우려

판매사들의 수용 여부를 떠나 이번 분조위 결정으로 최근 '불완전 판매' 의혹을 받고 있는 유사 펀드들의 '선(先)보상 카드'가 한층 탄력을 받을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피해보상'이라는 선례 후유증을 감안, 오히려 이를 집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판매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자본시장법' 위반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투자원금 전액 배상'을 결정했다. © 라임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 55조(손실보전 등의 금지)에 따르면, 투자자 손실에 대해 사전·사후 보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감원 측은 "자본시장법상 판매사가 위법 가능성이 불명확한 경우 사적화해 수단으로 손실을 보장하는 행위는 증권투자 자기책임투자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이다. 

윤석헌 금감원장 역시 "(은행들이) 배임 이슈를 고민하고 있지만, 사적 화해의 경우엔 (선보상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금감원 측 입장이 책임을 면제하는 '법적 효력'은 없다. 법적 분쟁 발생시 배임 여부 판단은 금감원이 아닌 법원 몫이기에 은행 입장에선 금감원만 믿고 선보상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손실 보전은 원칙적으로 금지됐으며, 예외 규정인 '정당한 사유'도 해석의 여지가 있다"라며 "법률적 근거 없이 보상할 경우 추후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금융사들은 이번 선보상 결정이 추후 '나쁜 선례'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 및 여론 분위기에 휩쓸려 잘못된 선보상을 진행할 경우 다른 상품 투자자들의 항의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별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은 보통 큰 금융사 결정을 따라가는 분위기가 이번에도 나타나고 있다"며 "불완전 판매시 판매사가 책임지는 건 당연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린 잘못된 선보상은 추후 펀드 투자자들에게 여지를 남겨주는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판매사 입장에선 선보상이 아닌, 이번 라임 펀드와 같이 금융당국 결정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도 크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여러 사모펀드와 관련해 불완전 판매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금감원 '원금 전액' 결정이 과연 시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향후 판매사들 행보에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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